지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세월호 사고 발생 당시 보고일지를 사후에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국가 위기상황 종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는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도 임의로 변경해 전 부처에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은 12일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27일 국가위기관리센터 내 캐비닛에서 기본지침이 불법으로 변경된 자료를 발견했고, 지난 11일엔 국가안보실 공유폴더 전산 파일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상황보고일지를 사후에 조작한 정황이 담긴 파일 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임 실장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고 발생 당일 대통령 보고 시점이 담긴 상황 보고서에는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이날 오전 9시30분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 등에게 보고한 것으로 나온다.

▲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5시15분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방문한 박근혜씨. 사진=청와대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5시15분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방문한 박근혜씨. 사진=청와대
그러나 6개월 후 10월23일, 청와대는 세월호 사고 대통령 보고 시점을 수정해 다시 작성했다. 수정 보고서는 최초 대통령 보고 시점을 애초 보고 시점보다 30분 늦춘 오전 10시로 변경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오전 10시에 최초로 사고 상황을 보고받고, 곧이어 10시15분에 사고 수습 관련 첫 지시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으며 박근혜씨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도 제출됐다.

임 실장은 지난 정부 청와대가 세월호 대통령 첫 보고 시점을 조작한 점에 대해 “보고 시점과 대통령 첫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당시 1분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왜 이런 일이 진행됐을지 사건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세월호 사고 발생 이후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도 적법절차 거치지 않고 불법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 실장은 “세월호 사고 당시 시행 중이던 기본지침은 청와대 안보실장이 위기상황 종합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고 돼있다”면서 “이 지침이 2014년 7월 말에 김관진 안보실장 지시로 안보는 안보실, 재난은 안행부가 관장한다고 불법적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대통령 훈령인 기본지침은 법제업무 운영규정과 대통령 훈령 관리규정에 따라 법제처장에게 심사 요청, 법제처장의 심의필증을 첨부해 대통령 재가를 받은 후 다시 법제처장이 재가받은 훈령에 번호를 부여하는 등의 절차 거쳐야 한다.

임 실장은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청와대는 붉은 볼펜 필사로 수정한 지침을 2014년 7월 전 부처에 통보했다”며 “이 불법 변경은 당해 6월과 7월 당시 김기춘 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 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고 안전행정부라고 국회에 보고한 것에 맞춰 사후에 조직적인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자료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통합적 국가재난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위기관리 기본지침 개정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실장은 이런 내용을 이날 오전 8시에 보고받은 후 청와대 관계자들과 토의를 거쳐 관련 사안의 심각성과 중대함을 감안해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임 실장은 “지난 정부에서 국가의 중요 사무가 이렇게 임의로 변경·조작된 사실에 대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며 “가장 참담한 국정농단의 표본 사례로 봐서 반드시 관련 진실을 밝히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 관련 사실을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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