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야권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과 제압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소당했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특별위원회가 이명박 정부에서 작성된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 등의 문건을 공개한 후 이 문건에 언급된 지자체장 중 최성 고양시장이 처음으로 문건 작성 책임자들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최성 시장은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사찰 및 표적 제압 문건 작성’,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실추 정치공작’ 등 국정농단 행위를 근거로 이날 오전 9시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 최성 고양시장. 사진=민중의소리
▲ 최성 고양시장. 사진=민중의소리
앞서 최 시장은 지난달 29일 ‘이명박 정권의 지자체장 블랙리스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민주주의를 조직적으로 철저하게 파괴한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을 비롯한 여러 관련자를 추석 이후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MB 블랙리스트’ 최성 시장 “이명박·원세훈 고발할 것”]

이명박 정부의 야권 지자체장 사찰 및 제압 문건에는 최성 시장과 관련해선 △4대강 사업 반대 여론 조성에 앞장 △좌파단체 편중 지원, 보수단체 지원 의도적 축소·배제 △박원순(전 희망제작소장) 유착 행보 등의 내용이 적시돼 있다. 

문건에 거론된 31명의 지자체장 중 가장 먼저 법적 대응에 나선 최 시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문건을 통해 드러난 국정농단 행위는 국정원법상 정치관여죄 및 직권남용죄,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며 “나와 고양시는 정치사찰과 탄압 문서의 직접적 표적 대상으로 시정 운영에 상당한 피해를 받았다”고 밝혔다.

고소장에는 피고소인으로 당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간부 등의 지시에 따라 고양시정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최 시장에 대한 정치사찰과 탄압을 일선에서 주도·협력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 관련 실무자들도 포함됐다.

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실추 공작에 대한 내용도 혐의 사실에 추가됐다. 최 시장은 “피고소인들은 국정원을 이용해 악성 댓글 등으로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아울러 보수단체를 통한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 청원을 계획했던 정황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이상 이를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국정원을 자신의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악용해 각종 공작을 해온 것은 헌법상 지방자치를 파괴한 행위이자 국민주권 원칙이 담긴 헌법 제1조 2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는 민주주의 근간을 송두리째 짓밟는 시대착오적인 반역사적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최 시장은 사찰 피해를 받은 타 지자체장들에게도 진상 규명과 공동 대응을 요구하는 서한문을 발송했다. 주요 내용은 △피해 지자체장들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 설립 △지자체별 피해 사례 파악 △민주당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검찰의 철저한 조사 촉구 및 필요 시 특검 도입 검토 등이다.

아울러 최 시장은 국가에 의한 구 야권 지자체 탄압은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보고, 박근혜 정부의 지자체장 사찰과 정치공작이 밝혀지는 대로 추가로 고소·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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