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이 11일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 이후 발언했다고 알려진 ‘핵탄두’ 발언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도현·김미화 등 특정 연예인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도 개입한 적 없고 기억도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고 사장은 이날 오후 KBS 본관에서 열린 제884차 KBS 임시이사회에 출석했다.  그는 ‘핵탄두’ 발언에 대해 “6년 전 임원회의 발언을 제가 어떻게 다 기억하냐”며 “30여 년을 기자 생활 했지만 핵탄두 같은 객관적이지 않은 단어는 쓰지 않는다. 돌아가신 분이 쓴 내용을 가지고 진위 여부를 얘기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2011년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직후 당시 보도본부장이었던 고대영 KBS 사장은 “진실이 드러나면 핵탄두급”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회의록이 지난달 공개된 바 있다.

해당 회의록은 김인규 전 KBS 사장 재임 시절(2009년 11월~2012년 11월) 이준삼 당시 정책기획본부장이 작성했다.

<관련 기사 : 고대영 KBS사장이 말했다는 ‘핵탄두’는 무엇일까>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에 대해 고 사장은 “당시 보도본부장으로서 해당 기자에게 검찰과 경찰 조사에 적극 응하라고 한 이후 무혐의 판정이 난 사건”이라며 도청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고 사장은 당시 경찰 수사 등을 받으면서 내부 감사를 별도로 진행하지는 않았으며 기자들로부터 도청하지 않았다는 보고만 받았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핵탄두’ 발언을 공개한 KBS 기자협회 진상조사위원회와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 등에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1일 오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날 축하연에 입장하는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9월1일 오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날 축하연에 입장하는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이외에도 고 사장은 특정 연예인 방송 퇴출 지침이 담긴 ‘국정원 블랙리스트’와 국정원의 KBS 언론인 사찰 문건에 대해선 “신빙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국정원 KBS 사찰 의혹 문건이 공개됐는데 퇴출돼야 한다고 거론된 (좌편향으로 지목된) 간부들이 현재 KBS에서 주요 공직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 사장은 현재 근무 중인 특정 간부가 누군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고 사장은 특정 연예인 퇴출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내가) 윤도현 출연을 막았다고 하는데 기억이 없다”고도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는 지난달 13일 성명에서 고 사장이 보도본부장으로 있던 2011년 2월8일 ‘시사기획 창’ 국가인권위원회 편에 가수 윤도현씨의 내레이션 섭외가 갑자기 무산된 것과 관련해 고 사장이 블랙리스트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에 언급된 또 다른 연예인 김미화씨에 대해 고 사장은 “시청률 때문에 하차했던 것으로 당시 PD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임시 이사회에선 구여권 추천 강규형 이사가 지난달 28일 이사회 참석 도중 KBS 새노조 조합원들로부터 전치 2주 수준으로 폭행 당했다고 주장한 건과 관련해 ‘이사진에 대한 노동조합의 불법행동 시정 및 대책 마련 촉구의 건’을 의결 사항으로 상정했다.

이에 반발한 구야권 추천 이사 4명이 퇴장하면서 구여권 추천 이사 6명만 남아 이사회를 진행했다.

한편 김경민 구 여권 추천 이사는 11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파업 38일 만에 KBS이사진 가운데에는 처음으로 나온 자진사퇴다. 김 이사의 사퇴에 따라 현 여권이 새 이사를 임명하면 KBS이사회는 구여권 6명, 구야권 5명으로 재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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