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독립 다큐멘터리 극장-A Different View(다른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한 편씩 독립PD의 다큐멘터리를 편성하고 방영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이 같은 ‘통로’를 만든 건 국내 방송사 중 TV조선이 처음이다.

TV조선은 “유럽과 한국의 다큐 제작 및 편성 방식은 전혀 다르다”며 “유럽의 제작자는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방송사가 방영료 몇 천만 원을 지불하며 저작권까지 모두 가져가고 있어 오랜 기간 독립PD들과 갈등을 빚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TV조선은 “독립PD들의 이런 문제점에 공감하고 해결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며 “이로써 독립PD들에게 창작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고 향후 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상생 관계를 유지해 상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 ⓒ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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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국 방송사들과 독립PD들의 ‘불공정 거래’는 오랜 문제다. 지난 8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강한 방송생태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도 방송사가 방영료를 지불하면서 영상에 대한 저작권까지 갖는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를 제작한 한경수 PD는 “방송사의 저작권 문제 때문에 독립PD들은 해외로 나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며 “초과 노동 및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독립제작사들이 망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TV조선은 “작품 선정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상생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하는 외부 위원 3인을 선정해 모든 작품에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부 위원 3인에는 박봉남 감독, 김옥영 작가, 김동원 감독이 선정됐다.

세월호 4.16기록단 단장이기도 한 박봉남 감독은 11일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가끔 예외가 있지만 한국 방송사들은 제작비나 방영료를 주는 대신에 모든 권리를 다 가져가는 게 대부분”이라며 “이처럼 방송사가 방영권만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방영권만 판매하게 되면 콘텐츠의 재가공이나 판매도 활발해진다. 박 감독 작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2008년 KBS에서 제작한 ‘인간의 땅’ 5부작 중 한 편인 ‘철 까마귀의 날들’을 재가공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이 작품은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박 감독은 “TV조선이 좋지 않은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지상파가 하면 좋고 TV조선이 하면 나쁘고 그런 건 아니”라며 “방송사가 이런 통로를 만들어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고 1년이든 2년이든 하겠다는 건 높이 평가할 만하다. 러닝타임이나 소재에 개의치 않고 작품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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