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때 국가정보원이 방송통신위원회 간부 승진 심사 신원조회 과정에서 사상검증을 하며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013년 6월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승진 대상자 ‘신원조사 회보서’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신원조사 회보서’는 공무원 진급과 관련해 국정원이 실시하는 신원조사 결과 문서다.

문제는 신원조사 과정에서 범죄전력 등에 대한 판단 외에 현 정부에 대한 충성도와 보수적 성향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등 사실상 사상검증을 했다는 점이다.

승진대상자 A씨에 대해 국정원은 “KBS, MBC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며 방송의 공영성을 위해 유관부처와 긴밀하게 대응”했다고 썼다. 앞서 A씨는 방송업무 총괄 서기관을 지내면서 종편 사업자 선정 TF, 미디어렙 법안 발의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 방송정책 업무를 담당했다. A씨는 해당 승진심사에서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했으며 현재도 방통위에서 과장 업무를 맡고 있다.

▲ 국정원이 방통위 진급심사 때 실시한 신원조회 회보서.
▲ 국정원이 방통위 진급심사 때 실시한 신원조회 회보서.

당시 승진 대상자였던 B씨에 대해 국정원은 “과거 통신비밀보호법 관련 업무 경험을 토대로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국가기관의 감청 업무가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며 국정원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을 한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B씨 역시 당시 승진해 현재 과장 업무를 맡고 있다.

국정원은 이 외에도 복수의 승진대상자에 대해 사상검증과 같은 평가를 했다. “유학시절 태극기가 새겨진 가방 사용 등 애국심 투철” “일부 방송 영화의 북한(간첩) 미화에 우려 표명 등 안보관이 투철” “국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종북좌파 세력의 용어선점전술을 경계해야 한다며 北주체사상의 허구성을 강하게 비판” “실패한 체제인 북한에 동조하는 종북세력은 발본색원해야 할 대상이라 지칭” “‘종북사이트규제 업무 적극 수행” 등이다.

박홍근 의원은 “국정원이 신원조회를 통해 공영방송 파업과 정부 비판적 보도에 개입한 간부들을 긍정 평가하며 지원했다”면서 “국정원의 공직자 ‘사상검증’ 탓에 방송자유 수호에 앞장서야 할 방통위의 독립성이 심각히 훼손됐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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