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소년원’의 심각한 과밀수용 실태가 확인됨에 따라 청소년 교정시설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교정시설 과밀수용은 수용자 존엄성을 침해하는 위헌행위라고 결정한 점을 감안하면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4일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안양소년원(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의 하루 평균 수용 인원은 147명(정원 80명)으로 수용률이 정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187%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1개 소년범 수용기관 2016년 평균 수용률은 정원 1250명을 초과하는 1530명(수용률 122%)으로 집계됐다.

정원이 150명인 서울소년원은 하루 평균 234명이 수용돼 두번째로 높은 수용률(156%)을 보였다. 그 뒤를 이어 부산소년원(133%), 대구소년원(128%), 춘천소년원(124%), 광주소년원(121%), 서울소년분류심사원(119%), 전주소년원(115%) 순으로 과밀 수용 현황이 확인됐다.

▲ 자료=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자료=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안양소년원 과밀수용 문제가 심각한 것은 여자 소년범을 수용할 교정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자 소년원은 안양소년원과 청주소년원(정원 50명)으로 전국 두 개 기관이 있다. 이 중 ‘장기 소년원 송치’ 처분인 10호 처분을 받은 여자 소년범이 갈 수 있는 기관은 안양소년원 밖에 없다. 청주소년원엔 8호 또는 9호 처분을 받은 여자 청소년이 입소하고, 안양소년원은 9호 또는 10호 처분을 받은 여자 청소년이 입소하기 때문이다.

소년법 제32조가 규정한 보호처분 10개 항목 중 소년원 송치 처분을 규정한 항목은 8·9·10호 처분이다. 8호는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9호는 6개월 이내 단기 소년원 송치, 10호는 2년 이내 장기 소년원 송치 처분이다.

박주민 의원실에 따르면 10호 처분을 받은 여자 소년범은 4년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2012년 75명에서 2013년 106명으로 급증했고 2014년 106명, 2015년 130명, 2016년 102명이 10호 처분을 받았다.

헌재는 천주교 인권위원회 활동가 강성준 씨가 ‘구치소 내부 3분의1평(1.06~1.27㎡)에서 팔과 다리를 마음껏 뻗지 못했다’며 서울구치소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지난해 12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1인당 수용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그 자체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1985년에 작성된 과밀수용 현상이 3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부산고등법원은 지난 8월 31일, 부산구치소와 포항교도소에 수용됐던 재소자들이 과밀수용 등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한 1심을 취소하고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2㎡도 되지 않는 1인당 공간에 수용된 것이 우선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일정 부분 침해당했다”고 판단하면서도, 교정기관의 입장에서 과밀수용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방법이 없고 정부 예산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가의 과밀수용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인 부산고등법원은 이 같은 사회·경제적 사정들은 기본 생활영위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 확보되지 못해 인격체로서 필요한 조건을 박탈당하는 수용자의 고통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주민 의원은 9일 보도자료를 내 “소년범은 성인범에 비해 교화 여지가 크기 때문에 소년원에서의 교정교육이 특히 중요한데, 현재와 같은 과밀 수용 상태로는 소년범들이 제대로 된 교정교육을 받기 어렵다”며 “소년원의 전반적인 과밀 현상을 하루 빨리 개선해 소년원이 교정시설로서의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특히 과밀 수용이 가장 심각한 여자 소년원의 확충 및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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