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교육부를 향해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를 철회하라’며 13일 째 단식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연이어 농성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측 대표위원인 조 교육감은 지난 8일 서울시교육청 앞 설치된 농성장을 들러 단식농성자들에게 “책임있게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장관, 시·도별 교육감 17명 등을 비롯한 사측 대표 인사 중 최초로 농성장을 방문했다.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10월8일 서울시교육청 앞 설치된 농성장을 방문해 단식농성자들을 만났다. 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10월8일 서울시교육청 앞 설치된 농성장을 방문해 단식농성자들을 만났다. 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조 교육감은 단식이 진행된 지 12일 째 농성장을 찾은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우리들도 집단교섭의 절차적 준비가 안돼 있었다. 교육감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가 있을때 ‘의견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몇 명이라도 찾아온다면 위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조 교육감이 10일 관련 논의를 재검토할 계획을 밝힘에 따라 조만간 단식농성이 종결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조 교육감은 단식농성장에서 “10일 오전 교육감들의 회동이 있다”며 “이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은혜·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도 8일 연이어 농성장을 방문했다. 유의원과 오의원은 “집권 여당이 돼 누구보다 가깝게 소통해야 할 분들을 이렇게 계시게 만든 것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하루 빨리 단식농성을 풀고 대화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최저임금 1만원, 공정임금제, 노동개혁은 후퇴할 수 없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가치”라며 “국무위원으로서 학교 비정규직분들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 유은혜·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8일 서울시교육청 앞 ---- 단식농성장을 방문했다. 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 유은혜(오른쪽)·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8일 서울시교육청 앞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단식농성장을 방문했다. 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학교회계직원’ ‘교육공무직’ 등으로 분류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8월18일부터 교육부 및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2017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집단교섭’을 진행해왔다. 학교 비정규직 임금 교섭 역사상 최초로 시도된 집단 교섭으로, 교육청 별로 제각각인 임금 체계를 통일시킬 기회로 여겨졌다. 노동자측 교섭단은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 3개 노조가 연합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맡았다.

노사가 수차례 교섭을 진행해오던 중 지난달 26일 교섭이 결렬되자 연대회의는 무기한 단식을 선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연대회의는 사측이 핵심 의제인 근속수당 도입을 둘러싸고 수용할 수 없는 안을 조건으로 제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전직종 근속 1년당 근속수당 3만원을 지급하라”는 노조측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연대회의에 통상임금 산정기준 시간을 243시간에서 209시간으로 줄이는 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 경우 산출되는 시간당 임금은 월 160만 원 기본급 기준, 6584원에서 7655원으로 올라간다. 연대회의는 2018년 법정최저임금이 7530원인 사실을 고려할 때 교육부가 임금인상 없이 계산법만 달리해 최저임금 위반을 피해가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단 교섭의 핵심 의제는 근속수당 도입이다. 연대회의는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전 직종 1년차부터 근속수당 5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교섭이 진행되며 연대회의는 양보안으로 3만원 안을 제시했다.

현행 체계에선 4년차 이상 교육공무직에 한해 ‘장기근무가산금’이 지급되며 1년에 2만원씩 인상된다. 상한선은 31~35만 원 수준이다. 호봉제가 적용되는 정규직은 근속 1년 마다 기본급 인상, 정근수당 가산금 등으로 8~10만 원 가량이 인상된다. 연대회의 분석 결과 교육기관 및 교육청에 소속된 비정규직 임금은 2015년 정규직 임금의 60%, 2014년엔 57.2%였다. 연대회의는 이에 따라 근속수당 체계 개선을 핵심 의제로 밀어붙인 것이다.

연대회의 대표단 노동자 30여 명은 ‘통상임금 산정기준 변경안 철회’와 ‘근속수당 도입’을 주장하며 지난달 27일부터 집단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연대회의 소속 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단식단 16명은 건강 악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구토·두통·탈수 등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에 긴급후송된 노동자 4명이 모두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이다.

▲ 119 구급대원들이 10월4일 오후 6시 경 구토ㆍ두통 증세를 호소하며 실신한 안명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장에게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진=전국교육공무직본부
▲ 119 구급대원들이 10월4일 오후 6시 경 구토ㆍ두통 증세를 호소하며 실신한 안명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장에게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진=전국교육공무직본부

연대회의 단식단 규모는 현재까지 40여 명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및 전국여성노조 집단 단식단 20여 명은 단식농성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서는 조합원 20여 명이 기존 단식단의 공백을 이어서 릴레이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사측이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오는 2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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