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화 MBC 기획본부장님. 오랜만에 다시 이름을 접했습니다. 김장겸 MBC 사장과 김재철·안광한 전 사장, 백종문 부사장과 함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는 뉴스를 읽었습니다. 파업에 나선 노조 조합원들을 밀치며 힘겹게 출근하시는 모습도 영상으로 봤습니다.

최기화 본부장은 보도국장 시절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를 찢어버린 일이 있지요. 이 때문에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았고 이제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뿐만 아니라 보도국장 시절 취재를 하고 있는 타사 기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쏟아낸 데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기억하고 계신지요? 지난해 2월16일이었습니다. 저는 MBC 보도의 여론조사 왜곡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MBC측의 입장을 담으려 했습니다. MBC 홍보팀에 연락하니 ‘보도 내용은 보도국에 문의하라’고 말했고, 당시 보도 책임자였던 최기화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소속을 언급하자마자 다짜고짜 “X새끼야. 어디서 내 정보를 알아낸 거야” “싸가지 없는 새끼 아니야” “지랄하지마”라며 폭언과 욕설을 쏟아내셨죠. 이 소식을 접하고 취재에 나선 한겨레 기자를 향해서도 “이 새끼들아 전화 좀 하지마”라며 욕설을 하셨고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해하기 힘듭니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아냐고 따지셨고, 공교롭게도 이 같은 주장을 옹호하는 나무위키의 글도 봤습니다. 그러나 취재를 위해 연락처를 공유하는 기자의 업무용 핸드폰 번호를 아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것은 최기화 본부장이 더욱 잘 아실 겁니다. 미디어오늘은 언론을 취재하는 언론사고, 취재를 하면 보도 책임자로부터 반론을 들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고요.

더군다나 MBC는 공영방송입니다. 미디어오늘에서 기자생활을 하며 공영방송이 아닌 SBS 보도본부장, 한겨레 편집국장, 세계일보 편집국장, 조선일보 논설위원에게 민감한 문제로 전화를 걸어 입장을 들었지만 욕설은커녕 ‘어떻게 내 연락처를 알았냐’는 얘기는 한번도 들은 적 없습니다.  

당시 MBC 내부에서도 사과 요구가 빗발쳤으나 최기화 본부장은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결국 당시 김희웅 MBC 기자협회장이 대신 사과했습니다. 그는 “질문을 하는 기자들의 수장인 보도국장이 험한 말로 질문하는 기자를 모욕했다”며 “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을 수 있으나 질문을 막아서는 안 된다. 묻는 자를 모욕하고 묻는 자유를 인정치 않으면 기자가 설 자리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 2014년 8월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세월호 보도 참사’를 현장조사하기 위해 MBC 상암옥 사옥을 방문했지만 직원과 청경들에 의해 사옥 안에 한 발자국도 들어가지 못했다. 왼쪽이 최기화 당시 MBC 기획실장. ⓒ 미디어오늘
▲ 2014년 8월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세월호 보도 참사’를 현장조사하기 위해 MBC 상암옥 사옥을 방문했지만 직원과 청경들에 의해 사옥 안에 한 발자국도 들어가지 못했다. 왼쪽이 최기화 당시 MBC 기획실장. ⓒ 미디어오늘

김희웅 당시 기자협회장은 “MBC 기자들이 같은 상황에 처해 모욕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며 최기화 국장의 욕설이 MBC 기자들의 취재여건을 위축시킨다는 점을 비판했습니다.

당시 미디어오늘은 대화 내용만 공개하고, 스트레이트 기사로만 간단하게 처리했습니다. 기사가 아닌 방식으로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점잖게 대응하면 상식적인 답은 올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1년8개월 동안 최기화 본부장과 MBC는 사과는커녕 유감표명조차도 하지 않았습니다.

장기간 사과를 하지 않은 데다 MBC 경영진이 수사를 받게 된 이 시점에서 기사작성을 위해 저장했던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합니다. 그리고 다시 사과를 요구합니다.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판단을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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