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앞둔 이 시점마다 쏟아지는 보도자료가 있다. 인터넷 방송의 문제점을 언급하면서 규제를 강력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 등 산업이 활성화되고 자극적 콘텐츠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만큼 유난히 인터넷 방송에 대한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논의가 이어지면서 구체적인 규제방안도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업의 자율적 심의기준을 확정해  표준권고안을 마련한 뒤, 사업자들이 심의를 하고 문제적 행위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제재를 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했다. ‘자율규제’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심의의 주체가 사업자가 돼 외주화되는 것일 뿐, 정부가 강제력을 갖겠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도 ‘기승전 심의제재’식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몇몇 인터넷 방송의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이다. 혐오발언은 물론 살해협박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행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다만, 현재 논의되는 안들은 심의 강화에 따른 크나큰 부작용과 위험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규제일변도 논의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심의제재를 강제할 근거가 불분명하다

TV방송은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는다.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방송사업자를 정부가 허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리감독 권한을 갖는다. 물론, TV방송에 대한 정부 규제가 과도한 편이기도 하다.

인터넷 방송은 방송이 아닌 통신상의 표현물이다. 인터넷방송도 통신심의를 거쳐 사업자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제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허가하는 사업도 아닌 데다 개방된 공간인 인터넷에 대한 행정기관의 개입에는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 지난해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을 인터넷 부분 자유국으로 평가하며 그 이유 중 하나로 “규제기관이 네이버 포털의 온라인 동성애 드라마에 대해 ‘규제’를 하라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실상 행정기관이 인터넷 게시물을 통제하는 것으로 검열의 위험이 높다”면서 통신심의 및 시정요구 권한을 ‘민간자율단체로 이양하라’는 권고를 내린 것도 같은 이유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네이버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네이버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

이 같은 현실적 한계 때문인지 올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방송을 ‘융합 미디어’라고 명명하고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새로운 콘텐츠에 대해 방송도 통신도 아닌 제3의 영역으로 규정해 심의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EU에서 ‘유사방송’에 대한 규제를 만든 전례가 있다고 밝혔지만 EU는 주로 전통적인 방송사업자가 스트리밍서비스나 IPTV 등 인터넷으로 내보내는 방송을 대상으로 한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 법의 사각지대는 없다

인터넷 방송이 규제의 사각지대라는 주장은 규제를 주장하는 국회의원과 언론이 주로 내세우는 논리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에 대한 심의제재는 없지만 규제의 사각지대는 아니다. 현행법상 범죄행위는 법을 통해 처벌받기 때문이다.

일부 누리꾼은 유튜버 갓건배가 혐오발언을 했는데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다른 일각에서는 남성 유튜버들이 갓건배에게 살해협박을 했는데도 범칙금을 5만 원만 부과받은 데 대해 분노한다.

그러나 두 사안 모두 법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한국에서는 혐오발언에 대한 법적 규정을 마련하기는커녕 관련한 사회적 논의조차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한 것이다. 갓건배에 대한 살해협박 역시 범칙금을 적게 부과한 건 법과 집행주체의 문제이지 심의의 문제로 보는 건 적절치 않다.

심각한 수준의 인터넷 방송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문제가 과도하게 부각된 측면도 있다. 언론은 극소수의 자극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기사를 만들고 유리한 통계를 인용한다. 최근 보도된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실 자료는 인터넷 방송심의건수가 2015년 216건에서 2016년 718건으로 3배 이상 폭증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방송에 대한 단속이 활발해진 점을 감안하면 문제적 콘텐츠가 폭증했다고 보기 힘들다.

3. 심의규정은 매우 모호하다

심의규정을 아무리 정교하게 만든다 해도 자의적인 판단의 여지가 크다. 등급제를 시행 중인 게임, 음악, 영화 등 콘텐츠 분야의 주먹구구식 심의는 전 국민이 경험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심의 제재 기준으로 논의되는 자극성, 선정성의 경우 어느정도 노출까지 허용할지, 어디까지가 자극적인 콘텐츠인지 아무리 세세한 기준을 세워도 현실에 적용하는 건 쉽지 않다.

누가 심의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도 많다. 똑같은 뮤직비디오인데 같은 지상파 방송사라 하더라도 방송사별로 다른 심의결과가 나오는 건 비일비재하다. 2012년 총선 때 경기헤럴드는 후보자 과거에 대한 의혹기사를 썼는데 종이신문을 심의하는 선거기사심의위는 ‘경고’제재를 내린 반면 인터넷 신문을 심의하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기각’했다.

4. 정치심의로 번질 우려가 크다

“정치 분야는 빼고 선정성과 자극성에 대한 심의만 도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할 수 있지만 한번 규정을 만들면 주기적으로 ‘개정’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수당의 의도에 따라 정치적인 사안을 심의안건으로 추가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정치심의가 도입 되면 객관성, 공정성 등 모호한 기준을 근거로 강력한 표적 심의가 이뤄질 수 있다. 

정치 분야 심의규정 없이도 정치적인 심의를 할 수 있다. 풍자 자막 및 상황극 등으로 주목을 받은 MBC ‘무한도전’은 ‘품위유지’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심의를 연거푸 받아 표적심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정치 팟캐스트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자극성 심의의 욕설(언어사용 규정)을 이유로 언제든 철퇴를 내릴 수 있다.

▲ 2011년 10월29일 당시 '나는꼼수다' 공연 모습.
▲ 2011년 10월29일 당시 '나는꼼수다' 공연 모습.

5.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

“TV라는 장르와 웹이라는 장르는 좀 다르다. 자율성을 보장해준다면 제작진들이 더욱 다양한 시도를 과감히 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대표 문화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웹예능 ‘신서유기2’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가 했던 말이다.

선정성, 자극성에 대한 심의는 자칫 콘텐츠의 창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인터넷 방송상 욕설에 대한 심의가 있었다면 ‘나는 꼼수다’는 강력한 제재를 받았을 것이다. 현재는 ‘나는 꼼수다’ 진행자들이 지상파 라디오프로그램을 맡으며 콘텐츠 포맷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나는 꼼수다’는 썰전과 같은 ‘정치예능’장르의 시초이기도 하다. 만일 ‘나는 꼼수다’가 심의제재를 받고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면, 이런 변화는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모바일 예능 콘텐츠인 딩고의 ‘이슬라이브’는 실제 술자리에서 연예인을 만난 듯한 콘셉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에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방송심의규정을 적용했다면 탄생하기 힘든 내용이다.

인터넷 방송은 10대와 20대 정서를 대변하고 그들의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게 강점이다. 그런데 2015년 케이블 연예 프로그램 ‘주간 아이돌’은 ‘빼박캔트’ 등 신조어를 많이 쓰고 자막을 지나치게 많이 내보내는 등 ‘부적절한 언어사용’이 반복된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은 바 있다.

6. 숨은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게 인터넷 방송 규제 추진 의도는 순수하지 않을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조직 축소 가능성이 점쳐지던 상황에서 3개 언론관련 학회에 각각 2000만 원씩 지원하며 뉴미디어 규제방안 연구 및 세미나를 추진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일상적인 연구과제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시 방통심의위가 ‘방송통신 정책기구 개편 논의 등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과제를 추진한 건 사실이었다. 왜 정부기구 개편 논의에 대비해 인터넷 방송 규제 논의를 끄집어낸 것일까. “이전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니 규제하자”는 주장의 이면에는 인력, 위상, 권한 축소가 예견된 정부조직을 키우기 위한 의도가 있을 가능성을 방증한다.

7. 효과에 의문, 문제 생겨도 번복하기 매우 힘들다

규제를 만드는 건 쉽지만 잘못된 규제가 한번 만들어지면 고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 포털의 ‘임시조치’가 대표적인 예다. 임시조치는 블로그 등 게시물을 통해 당사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할 경우 콘텐츠를 차단하고 이의제기가 없으면 삭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실과 다른 게시물로 인한 피해를 막겠다는 ‘선의’가 있었겠지만 현실은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는 용도로 악용되고 있다.

여야 모두 임시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일찌감치 공감했다. 2014년 우상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재경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 등 여야가 이례적으로 ‘개선방안’ 세미나를 공동주최할 정도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런 개선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섣부른 규제도입에 따른 무거운 대가였다.

처벌위주의 정책이 나온다고 해서 문제적 콘텐츠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낮다. 경찰이 있고 처벌이 있지만 범죄가 속출하는 것과 같다. 국회 차원에서 손 쉬운 규제일변도 논의만 할 게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논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는 “언론은 극단적인 케이스를 찝어낸다. 그렇게 언론이 부각시키고, 보수적인 전문가들이 모여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 위원회를 만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늘 규제를 이야기하지만, 해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터넷 방송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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