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적폐가 구적폐를 넘고, 신악이 구악을 능가한다”(3일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

“정부·여당은 추석 명절에 ‘정치보복’ 상차림을 국민 앞에 올려야겠는가”(지난달 30일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

추석과 개천절 연휴에도 보수 야당은 ‘이명박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 국가기관들이 자행한 국정농단 행위들이 문재인 정부 적폐 청산 개혁 과정에서 드러나기 시작하자 숨죽였던 과거 권력의 카르텔(Kartell·담합)이 다시 노골화하기 시작했다.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기무사 등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각종 정치개입과 야권, 문화예술계 인사 등 ‘블랙리스트’ 공작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추석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나섰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역설적이게도 보수 야당의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을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치환하려는 시도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을 관통하는 ‘최후의 보루’가 이 전 대통령임을 더욱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 대선을 코앞에 두고 바른정당 탈당 후 한국당으로 복당한 장제원 의원은 3일 SBS 라디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 대해 “이명박 정부, 이명박 대통령을 타깃으로 한 정치 보복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장 의원은 “나오는 문건들을 보면 그 문건을 실제로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안 했는지, 그런 것도 확인 안 하고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문건을 막 내놓고 이명박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지시를 했을 것이란 식으로 이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타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검찰 수사도 받지 않은 이 전 대통령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했다. 장 의원은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게 있으면 검찰에서 수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사실상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다”면서 “지금 하는 모습이나 행태는 검찰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고 얘기하는 것과 똑같이 정치적 타살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보수 야당과 이 전 대통령의 반발에 대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전 대통령까지 나서 적폐 청산을 ‘퇴행적 시도’라고 얘기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2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에서 “과거 이명박 정권에서 민주공화국을 ‘사찰공화국’, ‘댓글공화국’으로 만들었다는 증거가 많이 밝혀지고 있다”며 “정부 비판적인 사람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밥줄을 끊기도 하고, 국정원과 군을 동원해 여론 조작을 일삼은 것을 제대로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게 적폐 청산”이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과 관련돼 있다는 많은 증거가 사실이라면 수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만약 이 전 대통령 말대로 퇴행적 시도라면 이명박 정부에서 했던 행위가 문제없다는 것인데 어느 정권도 그런 불법적 정치 공작을 해도 된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고, 떳떳하다면 관련 유무에 대해 당당히 응하고 결백을 밝히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문재인 정부를 향해 ‘신적폐’라고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바른정당도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만든 문건 역시 문제가 많다는 논리를 폈다.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1일 연합뉴스TV ‘정정당당’ 패널로 출연해 지난 2008년 중앙일보 기사를 언급하며 “노무현 정권에서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에서 만든 문건을 보면 언론인 성향을 ‘우호·중립·비판’으로 분류해 관리했다. 이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사정기관인 국정원과 검찰이 정치권력에 기생해 결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을 잘못 사용한 것이 가장 큰 적폐”라면서 “그런 적폐 청산 시스템을 만드는 게 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 또다시 정치검찰을 데리고 적폐 청산이란 미명하에 검찰 수사를 정부·대통령이 지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참여정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의원은 2일 TV조선과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기관이 했던 위법 정도”라며 “사찰과 여론 조작, 허위 정보 유포 등 국가기관이 했던 일들을 조사하는 것을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했던 일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전 의원은 “특히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문제 있던 것들을 충분히 조사했음에도 (이명박 정부와) 같은 선상에 놓고 적폐 청산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