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성근 씨가 2008년 10월부터 ‘MB블랙리스트’가 본격 가동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성근 씨는 3일 국민라디오 ‘민동기의 뉴스바’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국회에서 이명박 정부 ‘문화계 좌우균형화전략’이라는 문건이 나왔는데 그 문건이 작성된 시기가 2008년 10월 즈음”이라면서 “원세훈 씨가 국정원으로 가기(2011년) 전,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미 블랙리스트가 작동되기 시작했고 그것을 원세훈 씨가 국정원에 가서 국정원 업무로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문성근 씨는 “2008년 10월은 미 광우병 촛불시위가 정리되는 시점이었는데 이를 계기로 (비판적 인사들을) 반격하는 차원(에서 블랙리스트를 가동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2008년 봄 무렵 SBS에서 ‘신의 저울’이라는 드라마를 하고 있었는데 출연금지 압박이 온 것도 2008년 10월”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합성사진’에 대해 문 씨는 “합성사진이 국정원에서 이런 공작을 하겠다라고 해서 결제를 받은 게 아니라 문건 안에 합성 사진이 들어 있었다”면서 “국정원 직원들이 합성사진을 만들었다는 건데 정말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그는 “(문건을 보면) IP추적 회피 방법이 상세하게 안내가 되어 있었다”면서 “추적이 안 되게 외국 서버를 우회해서 들어가라, 대포폰을 써라, 한국에 있는 외국인 명의를 사용하라 등의 회피 방법도 명시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배우 문성근씨가 9월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피해 상황에 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배우 문성근씨가 9월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피해 상황에 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B 국정원 공작’ 세계 정보기관 사상 최악 수준일 것”

문 씨는 “회피 방법을 보면서 이 사람들(국정원)이 범죄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범죄를 모르고 한 경우와 알고 한 경우는 형량이 큰 차이가 난다. 이건 분명히 알고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MB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 공작 수준이, 세계 정보기관 사상 최악”이라면서 “김규리 씨를 공격한 글의 내용이나 망치부인 공격한 거나, 합성사진이나, 도대체 어느 정보기관이 이런 수준의 작태를 벌이겠는가. (국정원이) 국격을 사실상 바닥으로 추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문성근 씨는 “검찰조사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 이후 (MB와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면서 “여러 증거가 나오고 있고, 그래서 출국금지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문 씨는 “소송하는 이유도 수사를 촉진시키고 그렇게 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소환돼서 사건 전모를 밝혀내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런 일을 다시는 시도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면서 “본인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기간 동안 망가진 국격에 대해 최소한의 사죄를 한다는 의미에서라도 당당하게 고백을 하고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는 것이 그나마 국격을 회복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성근 씨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Q. 9월18일 이명박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피해자 가운데 처음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직접 확인한 국정원 문건은 어땠는지.

A. “3종류였다. 주로 2011년 상반기에 집중돼 있었다. 전체적으로 ‘국민의 명령 와해 공작’이었다. 회원을 탈퇴시켜라, 사무실 앞에 가서 시위를 하라, 저(문성근)에 대한 이미지를 추락시켜서 ‘국민의 명령’ 동력을 약화시켜라 등이었다. 저를 종북DNA를 가진 자, 집안이 종북이라는 등으로 SNS를 통해 공격하고 이를 지라시에 올리고 인쇄물을 만들어서 거리에 배포하는 내용이었다.

제일 충격을 받은 것은 문제의 합성사진이 국정원에서 이런 공작을 하겠다라고 해서 결제를 받은 게 아니라 문건 안에 합성 사진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합성사진을 만든 것이다. 그게 정말 기가 막혔다. IP추적 회피 방법도 상세하게 안내가 되어 있었다. 추적이 안 되게 외국 서버를 우회해서 들어가라, 대포폰을 써라, 한국에 있는 외국인 명의를 사용하라 등의 회피 방법도 명시돼 있었다. 그동안 수도 없이 공격을 당하면서 몇 번 고발을 하려고 시도를 했었다. 그런데 그걸 캡처해서 가져가면 ‘IP추적이 안된다’고 했다. 트위터는 미국이 본사라 안 된다면서 아예 접수 자체가 안 된다.

‘아스팔트 우파들’ 중에서도 얼굴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만 골라서 고발을 한번 해봤는데 민사는 진행이 되는데 형사는 절반 정도는 불기소 처분하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지금도 검찰이 가지고 있다. 회피 방법을 보면서 이 사람들(국정원)이 범죄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기소나 재판과정에서 논의가 돼야 할 거라고 보는데 범죄를 모르고 한 경우와 알고 한 경우는 형량이 큰 차이가 난다. 이건 분명히 (국정원이 불법성을) 알고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다.”

“MB국정원, ‘블랙리스트 불법성’ 명확히 알고 있었다”

Q. 피해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를 하지 않았나.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A. “일단 형사소송은 5명으로 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금지 요청을 하면서 이명박·박근혜·원세훈 그리고 국정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해서 소송을 냈다. 민사 경우엔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분들 중에 자신이 어떤 피해를 받았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다. 그분들 경우엔 일단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민사 소송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국가 배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명이 동의해서(9월말 기준) 조만간 접수할 예정이다.”

Q. 현재 82명을 대표해서 소송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82명 말고도 피해를 입었지만 공개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문화예술인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A. “그것과 관련해선 일단 문화부 산하에 진상규명위원회 성격의 기구가 만들어져서 조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만들어진 시점은 9천여 명에 가까운 ‘박근혜 블랙리스트’가 나온 시점이다. 사실 ‘박근혜 블랙리스트’도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소송 등이 진행 중인데 문화예술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분야에 (블랙리스트가) 다 있었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송 등이) 점차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만 하더라도 검찰에서 강조한 게 있다. (지금 조사는) 2011년 상반기에 국정원이 직접 공작한 것에 한해서 조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 블랙리스트가 국정원에서 문화부, 영화진흥위원회로 간 게 있을 것이다. 그리고 KBS나 MBC처럼 공영방송으로 내려간 게 있을 것이고 SBS나 CJ, 영화투자배급사 등 민간영역으로 내려가서 ‘바닥’에서 피해자를 발생시킨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 대해선 전혀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정원도 공작을 한 다음에 결과 보고를 했을 것 아닌가. 최승호 MBC PD의 경우에도 ‘잘랐다’는 것을 자신들(국정원)의 업적이라고 보고서를 썼다는 정황까지 나왔다. 모든 분야에 그런 게 있을 테니 그런 문건까지도 공개를 하라, 그래야 전모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검찰에) 얘기했다. 또 하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대보고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관여했을 수 있는 증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최승호 PD의 경우도 문건에 ‘VIP보고’가 있었다는 것 아닌가. 이런 증거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 전 대통령도 소환조사를 해야 한다고 검찰에게 강조했다.”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국내 정치공작을 지휘한 의혹을 받고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월26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돼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민중의 소리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국내 정치공작을 지휘한 의혹을 받고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월26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돼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민중의 소리
Q. 그런데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MB정부’가 출범할 때 큰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권을 출범시키고 나서 자신감도 있었을 텐데 현재 드러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사찰’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A. “‘미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제가 SBS에서 ‘신의 저울’이라는 드라마를 한 게 2008년 봄이다. 그때 정말 오랜만에 좋은 역을 했다. (웃음) ‘정의로운 중수부장’을 했는데 저에게 출연금지 압박이 온 게 2008년 10월이다. 원세훈 씨가 국정원장이 된 게 2011년 3월 즈음이다. 지난 국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문화계 좌우균형화전략’이라는 문건이 나왔는데 그 문건이 작성된 시기 역시 2008년 10월 즈음이다. 그러니까 원세훈 씨가 국정원에 가기 전에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미 블랙리스트가 작동되기 시작했고 그것을 원세훈 씨가 국정원에 가서 국정원 업무로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2008년 10월이라는 시점은 촛불이 정리되고 이제 반격하자 이런 시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수사와 함께 국민에게 사죄하고 용서 구해야”

Q.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A. “간보기 아닐까 싶다. 자신 있으면 기자들 앞에 나와서 무한질의 응답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쫄리는 게 많으니까’ 명확한 입장 발표 없이 회피하겠다는 얘기로 보인다. 이 문제는 헌법을 파괴한 ‘국가폭력 행위’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하던 법치를 구현하는 과정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반박하기가 어려우니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Q. 언론인을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사찰을 했지만 특히 문화예술인들을 집중적으로 사찰을 한 이유를 뭐라고 보는지.

A. “(그 부분은) 문화예술인 입장에서 어찌 보면 자랑스럽기도 하다. MB정부가 문화예술인의 힘을 안 것으로 보인다. 그런 얘기가 있지 않나. 경제규모나 민주주의 발전에 따라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수가 늘어나고 영향력이 커진다는 말. 그것은 인류사 공통적인 현상이다. 어찌 보면 (MB정권이) 무모한 시도를 한 거다. 사고방식이 여전히 유신 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변해가고 있는데 그걸 따라가지 못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Q. 정진적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라고 했는데 그 사람들 방송출연 계속했다. 밥을 굶었냐, 징역을 살았냐’ 이런 식으로 얘길 했다. 이 발언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A.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것이다. 실제로 생활이 안돼서 빚지고 사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고, 공동체 안에서 자기 꿈을 실현하면서 사는 게 인간의 근본적인 존재이유다. 배우 김규리 씨의 경우도 물론 방송출연 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고, 주연급에서 조연급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겪었다. 자신의 존재이유가 연기니까 그렇게라도 버텨냈던 것이다. 나는 2008년 10월부터 아예 못했다.”

Q.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결국 의혹의 정점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소·고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요구가 굉장히 높다. 어떤 입장인가.

A.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당연히 해야 한다.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 이후 (MB와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증거가 나오고 있고, 그래서 출국금지를 요청했던 것이다. 소송하는 이유도 수사를 촉진시키고 그렇게 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소환돼서 사건 전모를 밝혀내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런 일을 다시는 시도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당연히 검찰 조사는 이뤄질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블랙리스트라는 게 유신 때부터 있었던 것이고, 민주정부 10년 동안 없어졌다가 다시 생긴 거 아닌가. 더구나 공작의 수준이, 세계 정보기관 사상 최악일 거라고 본다. 김규리 씨를 공격한 글의 내용이나 망치부인 공격한 거나, 합성사진이나 도대체 어느 정보기관이 이런 수준의 작태를 벌이겠는가. (국정원이) 국격을 사실상 바닥으로 추락시킨 것이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임기를 채운 대통령인데 본인이 재임 기간 망가뜨린 이 국격, 최소한의 사죄를 한다는 의미에서라도 당당하게 고백을 하고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는 것이 그나마 국격을 회복시키는 일이 거라고 본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MB정부 의혹 전모 밝히기 위해서라도 KBS MBC 정상화 시급”

Q. 전직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검찰 입장에서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A. “(검찰 입장에선) 법적으로 고민이 있을 것이다. 이를 테면, 최승호 PD가 문건에서 ‘VIP보고’라는 부분을 봤다고 했는데 ‘(MB측에서) 문서에 그렇게 돼 있지만 나는 안 봤다’라고 할 수 있다. 혹은 ‘보고서가 많이 왔지만 워낙 봐야 할 보고서가 많아서 나는 보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다. 원세훈 원장의 말일 뿐이라는 식으로 얘기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문서에 MB가 서명을 남겼을 리가 없기 때문에 명백한 법적인 물증을 찾는 작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검찰 입장에선 상당히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정황 증거가 MB를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자신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여러 정황 증거들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고 있다. 결국 검찰이 많은 입증자료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KBS MBC 정상화 작업이 정말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 의혹과 관련해) 전모의 1%도 나오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모를 밝히기 위해선) 중요한 공영방송들이 정상화 돼서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 5년 내에 (전모를 밝히는 게)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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