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차 70% → 5년차 66.3% → 10년차 57.1% → 15년차 51.4% → 20년차 45.6%

2016년 국공립 학교에서 일하는 정규직·비정규직 영양사 임금 격차 현황이다. 오래 근무할 수록 격차가 점차 벌어져 15년 차에 접어들면서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절반에 불과하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공공운수노조 산하), 전국여성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이 모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가 분석한 결과다.

이는 급식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공무직’으로 분류되는 학교 비정규직 직원들은 교무실, 행정실, 도서실, 과학실, 시설관리실, 상담실, 특수교육실 등 교내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이 중 기간제가 20%, 무기계약직이 80% 정도로 전국적으로 약 14만 명이 있다.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박금자 위원장과 간부들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근속수당 인상 및 교육부장관·교육감 직접 교섭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삭발식을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박금자 위원장과 간부들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근속수당 인상 및 교육부장관·교육감 직접 교섭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삭발식을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비정규직들은 정규직 교사들보다 (임금을) 더 받지 말라는 법이 있는지, 평생 그렇게 살아라는 법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지난달 27일부터 5일 째 단식 중인 임정금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장의 말이다. 임 지부장은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간부 15명, 전국학비노조 및 전국여성노조 간부 30여 명과 함께 서울교육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각 노조 본부장 및 전 지부장이 참여했다.

임 지부장은 “명절이라 가족들과 차례를 지내야 하는데 여기를 지킬 수 밖에 없다”며 교육청을 향한 원망을 쏟아냈다. 단식농성단은 30~50대 중년 기혼 여성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일주일이 넘는 추석 연휴를 반납하는 결의를 다졌다. 학비노조 지부장 18명은 지난달 19일 집단 삭발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교섭이 이들에게 절실한 기회였다는 뜻이다.

근속수당 1만원 인상↔최저임금 동결 ‘딜’ 제안한 교육부?

발단은 교섭 결렬이다. 연대회의는 사측인 교육부 및 교육청이 지난 26일 낸 교섭안을 보고 “이런 안을 들고 올 것이라곤 상상을 못했다”며 다음 날 바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교육부가 이들이 낸 근속수당 인상안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분을 맞바꾸는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연대회의는 ‘근속수당 5만원’을 주장했다. 일을 할수록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원인 중 하나가 근속수당 차별이기 때문이다. 호봉제가 적용되는 정규직은 근속 1년 마다 기본급 인상, 정근수당 가산금 등으로 8~10만 원 가량이 인상된다. 배동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5만원 안'을 “정규직 근속수당의 절반 만큼이라도 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분석한 2016년 정규직·비정규직 월평균 임금 비교 자료. 사진=연대회의 기자회견 자료 중
▲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분석한 2016년 정규직·비정규직 월평균 임금 비교 자료. 사진=연대회의 기자회견 자료 중

비정규직은 ‘장기근무가산금’ 명목으로 1년에 2만원씩 인상된다. 이마저도 근속연수 만 3년을 채우고 난 뒤인 4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부터 적용된다. 가산금은 무한정 적용되지 않고 31~35만 원이 상한선이다. 이런 구조에서 10년이 지나면 결국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원의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난다.

거듭된 교섭 끝에 노조 측은 ‘3만원 안’을 양보안으로 냈다. 교육부는 지난 26일 3만원 인상안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통상임금 산정시간을 월 243시간에서 209시간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전체 임금이 늘지 않으면서 비정규직들이 받는 최저임금 값이 올라간다. 가령 160만 원이 월 기본급일 경우, 월 243시간으로 나누면 시간 당 임금은 6584원이고 월 209시간으로 나누면 7655원이다.

2018년 법정 최저임금은 7530원이다. 노조는 오는 2018년 이 7530원에 243시간을 곱한 183만 여 만 원으로 기본급이 인상될 것이라 기대했다. 교육부의 ‘209시간 계산법’에 따르면 기본급이 160만 원으로 유지되도 최저임금이 법적 기준 7530원을 넘어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할 수 있다. 교육부가 비정규직 임금 문제를 두고 ‘꼼수’를 썼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연대회의는 교육부가 이 안을 낸 교섭 석상에서 바로 ‘이 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단식농성에 돌입하겠다’고 선포했다. 그 결과 1일 현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45여 명이 5일 동안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정규직 근속 가치만 인정? ‘정규직 신분’ 인정하는 것”

교육부의 ‘209시간 계산법’은 이들에게 무슨 의미일까. 임 지부장은 “최저임금은 정부에서 정하는 대로 가는 건데, 임금 적게 주려고 이렇게 다시 꼼수를 쓴다는 건 ‘비정규직은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다’며 아주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막말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말했듯 ‘개돼지’로 보는 것이고 그게 매우 화가 난다”고 말했다.

▲ 전국교육공무직본부(공공운수노조 산하), 전국여성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이의 연대체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가 1일 오전 서울교육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전국교육공무직본부(공공운수노조 산하), 전국여성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이의 연대체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가 1일 오전 서울교육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부족한 예산’ 문제가 거론되는 것과 관련, 임 지부장은 “우선순위를 어디 두는 가에 따라서 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각 교육청마다 자기네 것(교육공무직 임금을 제외한 다른 예산 항목)을 다 해놓고 정말 예산이 조금 남았을 때 비정규직을 쳐다 본다”며 “우선 순위를 학교 비정규직 문제에 두면 ‘예산문제’ 가 나오지 않고 (인상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20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으로 처우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또한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취임 1호 명령으로 선포했다.

연대회의 측은 정부 기조에 비춰봐도 현재 정규직과 교육공무직 간 근속 수당 차별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배 정책국장은 “나이를 먹으면 돈이 더 많이 든다는 것, 근속이 늘면 숙련도가 높아져 가치있는 생산성이 는다는 것이 근속수당을 책정하는 이유”라며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다를 이유 없다. 정규직의 근속가치만 인정하는 건 ‘정규직 신분’을 인정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정규직 노동이 따로 있고 비정규직 노동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교육부가 진전된 안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단식농성을 그만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배 정책국장은 세 노조가 연대한 총파업 계획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 정문엔 여성노조, 전국학비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천막 세 개가 나란히 설치돼있다. 천막 앞은 투쟁 조끼를 입고 단식농성, 동조 단식 및 지지방문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들 수십 명이 매일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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