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문건이 잇따라 드러난 가운데 국회가 관련 증인 채택에 합의했다.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0월 13일 예정된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채택했다.

세 인물은 이명박 정부 방송장악 의혹의 중심에 있다.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TF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 재직시절 국정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 방송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노조와 방송을 장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동관 전 수석은 이 같은 방송장악의 청와대 개입 여부를 밝히기 위한 핵심인물이다. 국정원의 방송장악 및 여론조작 지시를 담은 문건에는 여러차례 ‘VIP 일일보고’ ‘BH요청사항’과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청와대가 직접 방송장악을 추진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있다. 2011년 9월 청와대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KBS 관련 검토사항’ 문건에는 KBS 사장교체 지시까지 담겨 있다.

▲ 왼쪽부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 연합뉴스
▲ 왼쪽부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 연합뉴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회 인사권을 쥐고 방송장악을 추진한 당사자로 거론된다. 청와대 문건에는 김인규 KBS 사장 교체를 논하며 “다만 청이 직접 나서는 것은 신중 접근,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역할”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과방위는 오는 10월 12일 열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증인으로는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채택에 합의했다.

자유한국당은 포털 분야 증인 채택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중심인 자유한국당이 포털 증인 채택을 받아 낸 대신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친이계 증인 채택에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대선 때 포털 기사배열과 팩트체크 서비스 운영이 자유한국당에 불리하다고 주장했으며 실시간 검색어 조작의혹 등을 제기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포털 출신이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포털을 장악했다는 프레임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전직 공영방송 사장 등 박근혜 정부 방송장악 의혹과 관련된 인사의 증인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방위 관계자는 “13일 방통위 국감 증인 채택은 물 건너갔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다만, 확인감사 증인채택에 대한 논의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도 방송분야 인사 증인이 채택됐다. 장해랑 EBS 사장은 EBS 외주제작 갑질 문제로 출석하게 된다. 강신웅 티브로드 대표이사는 태광그룹 계열사 부당 내부거래 문제로 출석하며 희망연대노조에서 참고인이 출석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희망퇴직 및 노조탄압 의혹을 이유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도 티브로드측 증인 채택을 요구했으나 불발됐다. 희망연대노조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티브로드 기업을 바로 세우고 공익적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이 지금이라도 티브로드 문제에 대해 증인채택, 국감의 주요한 의제로 다루어야 한다”며 국민의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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