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이슈 발생의 근본 원인은 비드라마 콘텐츠의 낮은 상품 가치, 협상력의 열세, 불완전한 산업적 시장 구조에서 기인한다.”

“박환성‧김광일 PD의 죽음은 이전에 있던 방송작가의 자살, 막내PD의 자살 등과는 달리 (정확한 원인을 알기가) 불분명하다. 과로 때문인지, 운전사를 고용할 여건이 안돼서인지, 안전 불감증인지. 귀책사유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지 않다는 거다.”

29일 오전 서울 양재 L타워에서 열린 ‘방송사-외주사 간 공정거래 환경조성을 위한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노동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말이다. 해당 토론회에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방송통신위원회, 한국방송영상제작자협회, 한국독립PD협회가 참여했다.

▲ 29일 서울 양재에서 열린 '방송사-외주사 간 공정거래 환경조성을 위한 세미나'. 사진=정민경 기자.
▲ 29일 서울 양재에서 열린 '방송사-외주사 간 공정거래 환경조성을 위한 세미나'. 사진=정민경 기자.
노동렬 교수의 논리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불공정 거래 이유를, 외주제작사가 만드는 콘텐츠가 ‘낮은 상품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노 교수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콘텐츠는 자생적 유통이 어렵다. 시청자들의 낮은 선호도 때문에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상품에 광고주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양 프로그램이 드라마 등과 비교하여 광고가 붙지 않기에, ‘상품 가치가 낮다’는 것이다.

이에 세미나에 참석한 교수, 독립PD들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세미나 사회를 맡은 최선영 이화여대 교수는 노 교수의 발제가 끝나자 “외주제작사들의 콘텐츠가 가치가 낮은 콘텐츠라고 접근하는 것에는 이견이 나올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선영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지상파 콘텐츠를 시장적 가치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교양 프로그램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며 “좋은 콘텐츠의 기준은 다양해야 하며, 공익성, 시민성 등의 기준도 프로그램 평가 기준이다. 시장가치로만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 @pixabay.
▲ @pixabay.
독립PD들은 이러한 인식이 기본적으로 ‘인하우스 PD보다 외주제작PD들의 실력이 좋지 않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한경수 독립PD(‘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제작)는 “교양 프로그램에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보다 광고가 붙지 않는다는 것은 맞지만, 방송사에서 인기를 끄는 장수 교양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외주 제작”이라며 “‘인간극장’, ‘VJ특공대’, ‘세계 테마 기행 ’같은 장수 교양프로그램은 대부분 외주 제작사들이 제작하고 있다. 방송사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2차, 3차 서비스를 하면서 수익을 벌어들이는데, ‘낮은 상품 가치’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 PD는 “지상파에서는 현재 외주 제작만큼 인하우스 프로그램도 제작비를 낮췄다고 말하며 ‘똑같은 제작비를 줬는데 외주제작의 것이 더 질이 안 좋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상파와 외주제작의 제작비는 금액이 같아도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PD는 “인하우스 제작비에는 PD들의 인건비나 연출비가 들어있지 않고, 시설 사용료나 스튜디오 대여료 같은 돈도 들어가지 않는다”며 “독립 PD들은 같은 제작비로 시설 사용료, 장비 대여로 등을 내고, 스태프들 인건비도 다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렬 교수가 박환성‧김광일 PD의 죽음에 ‘안전 불감증’을 언급한 점에서도 독립PD들의 반발이 나왔다. 최영기 한국독립PD협회 방불특위(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특별대책위원회)위원장은 “독립PD들은 직업을 잃을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졸음운전을 해가면서 현장에서 버틴다”며 “노동렬 교수가 대형 방송사 측의 입장만 듣고, 독립PD의 입장은 들어보지 않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