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문화 관련 공동사업을 하면서 계약 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는데 내쫓으려 하고, 경향신문 관계자들이 공동사업자 직원들에게 막말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경향신문 측은 내쫓으려 한 적은 없고 계약기간은 정상적으로 유지됐다고 답했고, 사업부서 관계자들 언행에 대해선 이미 사과했으며 나머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경향아트힐 2층에 장난감 박물관 운영·기획 사업을 ‘토이키노’와 함께 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14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였다. 이후 토이키노 측은 경향아트힐 다른 공간도 임차했다. 토이키노 박물관은 2015년 3월(2월 가오픈)에 정식으로 개관했다.

토이키노 대표 A씨는 “2014년 10월 경향아트힐에 들어가기로 합의한 뒤 인테리어 공사하고 이사하는 겨울 내내 난방을 제대로 안 해주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며 “3월에 오픈했는데 6월쯤에 문화사업국 B부장이 부르더니 ‘건물에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건물에 엘리베이터도 없고 해서 이사비가 억대로 나왔는데 세 달 만에 나가라고 할 수가 있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 장난감 박물관 토이키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장난감 박물관 토이키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2015년 6월 경향신문 대표이사가 새로 임명됐다. 이후 문화사업국장도 새 사람이 왔다. A씨에 따르면 B부장은 ‘매출이 안 나와 나도 대표에게 혼났다’며 ‘(토이키노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B부장은 A씨를 비롯해 토이키노 직원들에게 반말과 욕설을 수시로 하며 협박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토이키노는 경향아트힐 공간 임대료(월세 등)를 내는 게 아니라 사업 수익에 대해 일정 비율로 분배하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경향 측에선 박물관 매출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2015년 7월13일, 박물관 휴관일인 월요일이었다. 토이키노 직원들이 장난감 진열 작업을 하던 중 점심 식사를 마친 신임 경향신문 문화사업국장인 C국장이 박물관에 들어왔다. 

토이키노 한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C국장은 당시 토이키노 직원들에게 언성을 높였다. 증언에 따르면 C국장에겐 술 냄새가 났다. 당시 현장에는 A씨 어머니도 있었는데 이 사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C국장은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손님을 많이 오게 하기 위해 잘해보자고 독려하는 과정에서 언성을 높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C국장은 “당시 A씨 어머니가 있었던 건 몰랐는데 나중에 들었다. 사업상 파트너와 언성을 높이며 얘기할 순 있지만 어머니 입장에선 상처를 받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A씨도 몸이 안 좋다며 약봉투를 보여주고 했는데 안타까워서 다음날 바로 사과했다”고 말했다. 

같은 해 9~10월 박물관뿐 아니라 해당 건물에 있는 모든 임차인을 내보내고 그 자리에 미술관이 들어올 거란 소문이 돌았다. 11월 말엔 경향아트힐 입점 업체들 여러 곳의 계약 파기와 보상 협의가 진행됐다. 기한은 2016년 2월까지라고 했다. A씨는 쫓겨나지 않기 위해 당시 임대되지 않은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다른 임차인을 구하러 다녔다. 2016년 2월경 미술관 임대 건이 무산됐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임차인은 영업을 중단하고 경향아트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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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개인 손해를 보면서까지 장난감 관련 공동 사업을 위해 힘썼지만 경향신문 측의 변덕스러운 계획 탓에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2011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예술의전당, 각종 백화점 등에서 장난감 전시를 해왔지만 경향신문과 계약 이후엔 다른 전시 요구를 모두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경향신문과 맺은 2년 계약이 안정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다른 수익을 포기한 채 공동사업에 집중했지만 결과적으로 경향신문 측의 각종 방해로 피해를 봤다며 B부장, C국장, 경향신문사(대표 이동현) 등을 상대로 지난 3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토이키노와 경향신문사 계약서에 보면 전시 공간이 전용면적 210평이라고 돼 있는데 실제로 토이키노가 사용한 공간의 전용면적은 155평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A씨는 “처음에 300평 정도 필요하다고 했고, 문화사업국 쪽에서 ‘면적이 250평(전용면적 210평)인데 일단 오픈하고 부족한 전시공간은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A씨는 2년 간 50평 이상 손해 본 것 역시 소송을 통해 문제제기한 상황이다. 

경향신문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9월 2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경향신문 사장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반기 점검을 한 결과 사업 실적이 좋지 않아서 이 사업을 활성화하도록 노력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계약서에 따라 다른 방안이 있는지 강구하려 했던 것”이라며 “원래 그 자리가 1400만 원 이상 임대료를 받던 자리였는데 고정적인 임대료를 포기하고 수익을 분배하기로 했으니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였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문화사업국 소속 B부장이 실무자로서 회사에서도 불리한 계약을 이유로 비판을 받았는데 토이키노 측에서도 비판을 받게 됐다며 안타깝다는 심정을 밝혔다.

경향신문과 토이키노 간 계약서에는 “전시장 운영 매출 발생이 6개월 이상 현저하게 저조할 경우 상호 협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A씨는 박물관 개관을 3월에 했는데 6월부터 나가라고 했던 부분이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저하게 저조할 경우’가 법적 효력이 없는 표현이기 때문에 정당한 계약 조건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C국장이 토이키노 직원들에게 막말을 한 것과 관련해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C국장이 점심에 사장과 상견례를 하는 자리에서 맥주 한 두 잔하고 올라가다가 박물관에 들렀다”며 “주무국장으로서 잘해보려는 좋은 의도였지만 다음날 전해 듣기로 A씨 어머니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해서 바로 사과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언성을 높이고 한 건 맞고 실수를 인정하고 다음날 사과도 했는데 2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얘기를 꺼내 좀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B부장이 A씨를 비롯해 토이키노 직원들에게 막말했다는 주장에 대해 B부장은 9월 2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반말을 한 건 맞는데 젊은 친구들이 하고자하는 의욕도 있고 해서 동생처럼 가까이 지내면서 그랬을 뿐”이라며 “내 말투가 톡톡 쏘는 말투라서 처음엔 오해를 했지만 (나중에) 이해를 해서 받아들여졌는데 지금은 ‘갑질’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사업을 독려하기 위했을 뿐”이라는 게 B부장의 주장이다.

경향신문 측이 토이키노와의 공동 사업에 소홀했다는 주장에 대해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신문사에서 왜 그 사업을 하겠느냐. 주관·협찬 따고, 대관 문제 때문에 같이 한 거다. 경향신문도 열심히 뛰었다”며 “(토이키노) 홍보 기사도 많이 썼고, (경향)신문 지면에 (토이키노) 광고도 내는 등 우리도 엄청나게 투자를 했다”고 반박했다.

전시공간을 210평으로 계약했는데 실제로는 155평이었던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평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원래 2관과 3관을 실사를 하고 계약하기로 한 거고, 문화사업국에서 안 써도 될 평수를 잘 못 쓴 것”이라며 “통행에 불편을 주는 곳임에도 출입문 앞과 통로도 (전시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줬다. 전시공간 문제는 임대사업이 아닌 공동사업에 따른 문제이고 소송중인 문제이니 판결결과에 따라 처리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계약서상 면적을 속였는데도 그렇게 말한다”며 “통로 공간은 다 합쳐봐야 열 평도 안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 토이키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토이키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결국 A씨는 (공동사업 계약 종료 후 올 1월 임대로 전환해 독자운영한) 박물관 사업을 관두기로 했고, 진열했던 장난감을 지난 7월 모두 철수했다. A씨는 “사업으로 만난 관계지만 언론사라서 조금 더 신뢰했고, 경향신문 내부에서 도와준 분들도 많았다”며 “이렇게 당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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