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안광한·김장겸 사장 … (중략) … 반드시 이 포토라인에 서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MBC 장악 피해자로 지목된 한학수 MBC PD가 29일 MBC 경영진이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MB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한 PD는 “나는 PD수첩에서 황우석 사태를 보도했고, MBC 스페셜에서 아프리카의 눈물을 제작했던 한학수”라며 말문을 열었다.

▲ MBC 콘텐츠제작국 소속 한학수 PD가 9일 서울 상암동 MBC 로비에서 '블랙리스트' 규탄대회에 참여해 콘텐츠제작국 제작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 MBC 콘텐츠제작국 소속 한학수 PD가 9일 서울 상암동 MBC 로비에서 '블랙리스트' 규탄대회에 참여해 콘텐츠제작국 제작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그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은) 나를 경인지사로 보내 지역 축제인 ‘왕갈비 축제‘를 기획하게 했고, 그리고 2012년 파업 이후 ’신천 교육대‘(신천역에 위치한 ’MBC 아카데미’)로 보내서 브런치 만드는 일을 시켰다”며 “이것은 PD 인격을 말살하고 PD를 제작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잔인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안광한 사장은 스케이트장 관리가 주요 업무인 신사업개발센터로 나를 보냈고 송출이 주 업무인 주조종실로도 발령했다”며 “이후 김장겸 사장은 올해 초 구로 디지털미디어포맷개발센터라는 곳으로 또다시 유배 보냈다”고 밝혔다.

한 PD는 2005년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밝힌 MBC 대표 PD로 유명하다. 그러나 2010년 김재철 전 사장이 취임한 이후 수차례 부당전보 조치를 받았다. 그가 설명한대로 2011년 5월 경인지사 수원총국 전보를 시작으로 2012년 MBC 아카데미, 2014년 신사업개발센터, 2015년 편성국 송출 주조정실 등 비제작부서를 전전했다.

한 PD는 ”이들이 저지른 행위는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잔인한 행동“이라며 ”어떻게 기자와 PD, 아나운서 200여 명을 자리에서 쫓아내고 400여 명을 징계할 수 있느냐. 이분들이 ‘책임이 없다’는 말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 PD가 지난 6년여 간 겪었던 MBC PD수첩 제작진 강제 전출, ‘편파방송’ 전력자에 대한 문책인사, 노동조합 무력화 등은 2010년 원세훈 국정원장 지시 하에 작성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에 적힌 계획들이다.

한 PD는 “국정원에 요청한다”며 “2010년에 만들어진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 외에 그것을 실제 집행하고 중간 점검했던 모든 자료들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단지 진행자 몇 명을 블랙리스트로 낙인찍은 것을 넘어 MBC라는 조직을, MBC라는 공영방송을 국가 권력이 통째로 장악하려 했던 엄청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한 PD는 MBC 장악 기획의 최종 책임자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그는 “먼저 이 계획을 집행한 MBC 경영진과 이를 배후에서 조종한 국정원 담당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총괄 기획은 국정원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청와대 지시 없이 과연 국정원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을까”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검찰을 향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엄정하게 수사하길 바란다”며 “검찰 수사에 충실히 임해 내가 겪었던 모든 사실을 진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PD는 MBC 전·현직 직원 중 다섯 번째로 검찰에 출석한 국정원 방송장악 피해자다. 지난 26일 최승호 해직PD를 시작으로 이우환 MBC PD, 정재홍 방송작가, 김환균 PD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모두 PD수첩 제작진 출신으로 부당해고 및 전보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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