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MB 국정원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김환균 MBC PD(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가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에 대해 “직접 보니 이렇게 세세하고 촘촘하게 계획됐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PD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자기 아이디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이 국정원이 계획한 대로 움직인 아바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김 PD는 “주로 보도에 나온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면서 “제작진 교체, 진행자 포맷 변경 등이 필요한 시사 고발 프로그램으로 ‘PD수첩’, ‘MBC 스페셜’, ‘시사매거진2580’ 등이 쭉 나열된 대목에서 PD수첩 진행자로 ‘김환균’ 이름이 문건에 등장했다”고 말했다.

▲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이 27일 오후 2시께 국정원 언론인 블랙리스트 사건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이 27일 오후 2시께 국정원 언론인 블랙리스트 사건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총 12쪽으로 이뤄진 국정원 문건은 원세훈 국정원장 지시로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취임한 2010년 3월2일 작성됐다.

김 PD는 “보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원문엔 당시 프로그램 진행자들, 곽동국 시사교양국장, 정관웅 보도제작국장, 김성수 보도국장 등 실명이 언급돼 있었다”면서 “‘광우병 미 쇠고기 사태’ 때 PD수첩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던가 좌편향 인사라는 취지로 분류됐다”고 지적했다.

김 PD는 김재철 전 사장 취임 후 PD수첩 책임PD에서 해임됐다. 지난 1월 별세한 곽동국 전 국장은 1985년 MBC에 PD로 입사해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을 연출했으며 MB 정부 시절 시사교양국장을 맡아 PD수첩 외압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언론인이다.

1982년 MBC에 입사한 정관웅 전 보도제작국장은 지난 2012년 파업 때 최고참 선배로 참여한 바 있으며 김성수 전 보도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8년 MB 정부 광우병 파동 당시 보도국장이었다. 하지만 그해 9월 보직 해임됐다. MB 정부 입장에서 ‘껄끄러웠을 인사’들이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오른 셈이다.

김 PD는 검찰 조사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MB 국정원 방송장악 블랙리스트는) 대한민국을 파괴했고 헌법을 무너뜨렸다”며 “국정원 차원에서 기획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높은 최고 통치권자가 승인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께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김 PD는 7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후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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