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석연치 않은 이유로 MBC PD수첩 책임프로듀서에서 전출된 김환균 MBC PD(현 언론노조 위원장)가 “블랙리스트 문건은 단지 언론을 장악하고 파괴했다는 기록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완전히 수렁에 빠뜨리고 뿌리채 흔든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 PD는 27일 오후 ‘MB 국정원 블랙리스트’ 사건 참고인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과 만나 “최순실 국정농단이 어떻게 이뤄졌느냐는 바로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기획되고 실행된 언론 파괴 공작, 여기에서부터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만약 대한민국 언론이 제대로 된 기능을 했다면 결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MBC 장악 문건은 김재철 전 MBC 사장을 위한 ‘레드 카펫’이었다. 김장겸 MBC 사장은 김 전 사장이 이행한 ‘국정원 플랜’을 완성시킨 인물로 볼 수 있다.사진=이치열 기자,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MBC 장악 문건은 김재철 전 MBC 사장을 위한 ‘레드 카펫’이었다. 김장겸 MBC 사장은 김 전 사장이 이행한 ‘국정원 플랜’을 완성시킨 인물로 볼 수 있다.사진=이치열 기자,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김 PD는 “국정원 개혁위 보도자료가 나왔을 때 맨 먼저 해고된 언론인들, 공정보도 외치다가 부당전보를 당한 동료들이 생각났다”며 “해고 당하고 징계 당하면서 그 사람들의 일상과 삶이 완전히 파괴됐다. 누가 그런 권한을 가졌는가에 대해서 분노를 느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최고 권력자 승인이 없으면 결코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낙하산 인사로 지목돼 온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해 “김 전 사장이 MBC를 파괴할 때 ‘MBC DNA를 바꾸겠다’고 말한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면서 “이제 (진상이) 드러나고 보니 ‘김재철은 아바타였을 뿐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서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를 받은 김재철 전 사장이 해고·전보 조치에 대해 “합당한 조치였다”고 한 것에 대해 김 PD는 “자기 출세를 위해 후배들, 방송, 대한민국 민주주의 망가뜨리는데 양심마저 져버렸다.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김 PD는 국정원을 향해 ‘MB 정부 언론장악’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KBS 정연주 사장이 어떻게 쫓겨났느냐’, ‘그 기획자가 누구냐’는 것도 밝혀져야 한다”면서 “국정원 적폐청산 TF에서 문서 일부를 공개했지만 2008년 이후부터 박근혜 정부 시절까지 언론 파괴 공작의 전모, 진상 전체가 엄정하게 국민 앞에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의 ‘MB 국정원 블랙리스트’ 수사는 연예인 블랙리스트 조사에서 시작해 방송장악 블랙리스트 수사까지 확대됐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MBC에서 ‘좌편향’ 인물 및 프로그램을 퇴출시키는 시나리오가 담긴 문건, PD수첩 제작진이 퇴출 대상으로 적시된 문건 등을 발견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문건에 적시된 일부 피해자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최승호 MBC 해직PD, 이우환 MBC PD, 정재홍 전 PD수첩 작가 등이 지난 2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검찰에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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