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탈원전선언에 이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전의 안전이다. 최근 전문가가 지적하는 원전의 상태는 흘려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위중하다. 이에 대해 이정윤 원전엔지니어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가 몇차례 칼럼을 통해 그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이원영 교수(수원대)가 이정윤 대표에게 온라인상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한다.

▲ 이정윤 원전엔지니어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 이정윤 원전엔지니어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질문1. 일단 한빛 4호기의 격납용기 철판부식 문제부터 지적하고자 한다. 이정윤 대표는 최근 철판 뿐 아니라 격납용기의 취약부위에서 콘크리트 벽두께 120㎝가 15% 가까이 원주방향으로 줄어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고 했는데, 좀더 실감나는 설명을 듣고 싶다.

격납용기 철판부식 문제는 해당 부위에서 부분적으로 격납용기의 누설밀봉 기능이 약해진다는데 있다. 하지만 격납용기 콘크리이트 벽에 있는 공극은 그 크기에 따라 만일에 발생될 수 있는 내압 등에 견딜 수 있는 요구 강도에 격납용기가 미흡하여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이번에 발견된 공극은 원주방향으로 120cm 두께에 18.7cm의 깊이로 발생되었는데, 원안위가 안전성 여부에 대한 평가를 아직도 내리지 않고 있다. 즉, 현재의 상태가 요구되는 설계하중에 만족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 지난 20년 동안 만일의 상태에 대비하는 최후 안전방벽 기능이 상실된 상태로 운전한 것이 된다. 철판으로 덮어서 보이지 않는다고 시공을 마무리하고 가동에 들어간 것이면 또 하나의 은폐사건으로 볼 수 있어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은폐사건은 그 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다가 제보나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는 이런 사건들이 많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양심적인 제보에 의해 조속히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 격납건물 벽체 손상 부위 (자료 제공= 박재호 의원실)
▲ 격납건물 벽체 손상 부위 (자료 제공= 박재호 의원실)

질문2. 상기 사고조건이 90년대 시공 당시 작업자에 의해 제보된 바 있으나 현재까지 무시된 사실도 밝혀졌다고 했는데, 어찌해서 그런 일이 가능한가?

군사문화 시절에는 공기엄수를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겨서 공기가 늦어졌다고 보고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돌격형 추진사업은 나중에 부실한 사례가 많이 나온다. 경부고속도로를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당시 공기는 준수하였지만 나중에 보니 도로면이 울퉁불퉁해서 여기 저기 땜질한 모양이 다분하다. 무리한 공기엄수가 부실을 내포하는 사례이다. 이 사업을 추진한 건설회사가 한빛 3,4호기 외에도 많은 원전을 건설하였고 당시의 문화적인 요소가 작용하였으므로 이러한 은폐사례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여지는 이유이다. 따라서 한 때 원전비리 척결을 위한 대대적인 비리수사 캠페인이 있었던 것에 연속하여 대대적인 은폐제보 캠페인에 의한 바로잡기 사업을 대규모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내부자건 외부자건 양심적인 제보자는 보호해 주어야 한다. 처벌을 앞세우면 누가 제보하겠는가? 처벌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이기 때문이다.

질문3. 이 과정에서 규제 당국은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검토 중이라는 언급만 있고 자료공개도 없이 안전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없다고 하셨는데 좀더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

지난 7월말 원안위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평가결과 문제없다는 사업자 보고서를 제출받아 검토 중”이라고 하였는데,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법적으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위치에서 안전규제를 수행하고 안전에 대한 입장도 내 놓아야 한다. 예를 들면 “사업자가 문제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하였으나 검토결과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어 동일한 공법을 적용한 전 원전을 즉각 정지하고 점검을 요구한다”는 발표가 안전을 우려하는 국민에게 다가가는 답이 아닌가? 보도자료 어디에도 원안위의 안전에 대한 입장이 없는 것은 원안위 존재 필요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질문4. 우리나라 원전은 심각한 은폐문제가 전국 원전에서 설계, 제작, 시공 등 모든 면에서 은폐성 문제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 사례들은 어떤가?

한빛원전 4호기의 증기발생기에서 망치가 나왔는데 그 동안 20년간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 지진으로 크게 흔들리면 망치가 세관에 어떤 위해를 가할지 알 수 없는 아찔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운전된 것이다. 세관이 누설되면 그 정도에 따라 최악의 경우 노심용융이 올 수 있어서 설계기준사고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취약한 부위이다. 

또한 최근 모의후열처리 기록 누락이 제보되어 지난 몇 년 동안 전국원전의 해당 기기들을 조치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빛 3호기 증기발생기가 지난 2014년 10월 이물질에 의한 누설이 발생되어 정지되었는데 나중에 조사해 보니 상당히 많은 이물질이 발견되었다. 10여년전에 급수계통의 필터가 부서져서 유입된 것이 은폐해 오다가 밝혀진 것이었다. 많은 주민들이 이를 알고 놀라서 항의하는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다. 또한 대표적인 은폐사례로 꼽히는 고리 1호기 12분간 외부전원상실 상태 보고누락 등등 수도 없이 많다.

▲ 증기발생기 이물질 위치 및 형상 (자료 제공=박재호의원실)
▲ 증기발생기 이물질 위치 및 형상 (자료 제공=박재호의원실)

질문5. 원전의 위험관리에 대해 다른 나라는 어떤가? 특히 독일사례는?

독일은 안전체계의 구성을 감시에 초점을 두고 고도의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감시조직을 구성하여 대비하고 있다. 수준 높은 감시를 통해 엄격한 안전이 관리되지만 한편 매우 효율적으로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24기 가동원전과 건설원전 5기에 대한 감시 전문인력이 500명 규모에 달하는 반면 독일은 17기 원전을 관리할 당시 2500명 규모에 달하였다. 그러면서도 85% 전후의 우수한 원전 가동율을 꾸준히 보였다. 안전성 강화가 가동효율을 저해하지 않은 사례다. 엄격한 안전은 산업 전반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을 가져오므로 우리 삶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우리의 탈원전 정책은 독일의 안전정책을 잘 보고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질문6. 현재 단계에서 제대로 대처하자면 어떠한 접근이 필요한가?

국민이 안전에 우려할 때 객관적으로 이를 말해주는 전문가조직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현재의 취약한 독립적 검증체계를 잘 구축하여야 한다. 원안위는 가난하며 모든 게 다 한수원이라는 독점 사업자의 예산에 의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에서 한수원 용역으로 독립적인 안전을 다루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하는데, 결과는 사업자가 원하는 구도로 돌아갈 가능성이 많다. 차라리 기금화하여 독립적인 원안위가 관리하도록 출연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환경문제에 오랜 관심을 가져온 이상돈 의원이 한 인터뷰에서 “독립성이 요구되는 일은 돈이 어디서 나오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상당히 정확한 지적이다. 

현재 법적 독립기관은 원안위다. 원안위가 안전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는 것과 사업자가 지원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므로 원안위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이를 또한 우리 모두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안위도 지혜를 널리 구하고 모아야 한다. 그런데 가만히 있다. 그 동안 실제적인 안전조치 보다는 안전 연구와 같은 학술적인 문제에 관점을 두다 보니 원안위의 역할도 모호해졌다. 원안위를 지원하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은 규제를 위한 강력한 기술지원조직이라기 보다 실행력이 약한 정부출연연구소 성격이 강하다‘ 현장 실무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원안위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또한 원안위가 국민과 안전을 두고 소통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데 아예 소통에 익숙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옳다. 원안위법 1조에 적시된 바와 같이 “방사선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과 환경보전에 이바지“함이 목적인 즉, 국민을 상대해야 하는 민원부서이지만 책임성도 약하고 국민의 눈에 잘 비쳐지지도 보이지도 않는 원안위는 특단의 개혁이 필요한 이유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6월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영구정지 터치 버튼을 누르고 있다. ⓒ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6월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영구정지 터치 버튼을 누르고 있다. ⓒ 연합뉴스
질문7. 혹시 대통령이나 산업자원부장관이 해야 할 일이 있는가?

원안위 체제 개편은 시간이 다소 걸리는 반면 산업부 장관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원안위의 결정과 지침을 기다리기보다 산업부 자체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기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즉, 모든 것을 원안위와 사업자인 한수원에 다 맡겨 놓을 일이 아니고 활용 가능한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산업부가 원전감독법에 의한 사업자 감독 기능을 적극 수행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붉어진 한빛원전의 격납용기 철판과 공극문제, 증기발생기 문제는 그 동안 한빛원전안전성검증단에서 개선을 요구한 700여 건 이상의 수많은 문제들의 내용을 보면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확대조사 필요성을 제기하였지만 무시되었다. 지난 18일 한빛원전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박재호의원, 이개호의원, 김성수의원)에게 산업부가 민관합동대책위의 구성과 함께 전국원전의 안전관리 상태를 점검하겠다고 보고했지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므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질문8. 원전감독법의 실효성을 높일만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가?

답8) 원전감독법이 2015년 7월1일 시행되고 지금까지 원전감독을 이행하는 조치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안전관리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종합대책으로 “가동원전종합안전대책추진위원회”(원대위)를 전담조직으로 사업자와 독립성을 부여하도록 장관 직속으로 발족, 원전감독법 21조에 근거한 독립 점검단을 구성, 즉시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원전감독법에 따른 이행감독을 위하여 폭 넓은 범위를 이행하도록 분과를 두어 △소통과 투명성 △안전검증 △안전성 강화 대책수립 △폐기물 및 비상대응 △직업윤리와 안전문화 등 5개 분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때까지 현장상주하면서 주민과 시민과 소통하고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필요시 민관합동대책위에 전문가를 지원할 수도 있다. 정보공개, 투명성, 감시기구 운영 활성화, 한수원 자체 안전성 관련 평가 및 검사의 독립성부여, 현장 상주점검, 은폐제보 및 옴부즈만, 전 가동원전 실태조사, 안전기준지침 강화 및 이에 따른 안전대책 강화, 사용후핵연료 및 폐기물 관리 안전성 강화, 비상방재의 실효적 대책수립, 직업윤리와 안전문화 상태감시, 등등 산업부가 원전감독법에 근거하여 자체적으로 수행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그 동안 미진했지만 지금이라도 원전감독법을 활성화시켜 문 대통령이 6.19 탈원전 에너지전환 선언에서 언급하신 “국가 안보차원의 안전대책”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활동에 임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현장에서 발생되므로 현장의 감시를 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다면 원전산업의 신뢰가 조기에 회복될 수 있는 우수한 안전문화 정착이 가능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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