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 누구인가요?” “재벌은 하루에 얼마 쓰나요?”

이게 무슨 황당한 질문인가 싶지만 그럼에도 취재에 나서는 기자들이 있다. 국민일보의 온라인 브랜드 ‘취재대행소 왱’팀은 “지나치게 상업적이거나 정치적이지 않은 한” 물어보는 건 무엇이든 취재한다. 취재를 중심에 둔 디지털 전략 덕에 온라인은 물론 지면과 연계가 가능하다. 이용상 국민일보 뉴미디어팀 팀장을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국민일보에서 기자들을 가둬두고 디지털 혁신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올해 초 업계에 돌았던 소문이다. 뜬소문은 아니었다. 이용상 팀장은 “당시 편집국장이 낮은 연차의 기자에게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지시를 하면서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합숙을 시켰다”면서 “그때 제안을 받아 함께 했는데, 뉴미디어팀으로 인사까지 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 취재대행소 '왱'의 콘텐츠.
▲ 취재대행소 '왱'의 콘텐츠.

“언론이 정작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걸 해소해주는지 의문이 들었다. 또, 당시 최순실 게이트 정국이었는데 청문회가 맹탕이라는 지적이 나오던 중 시민들이 직접 제보하고 검증해달라고 요청한 자료들이 ‘사이다’처럼 회자가 많이 됐다.” 그렇게 탄생한 ‘취재대행소 왱’의 주문제작 기사는 데스크나 출입처가 아이템을 결정하는 기존 언론의 기사생산 방식과는 대조적이었고, 사실확인이 불가능한 SNS발언, 커뮤니티 논란을 전달해 관심을 끄는 온라인 기사들과도 결이 달랐다.

질문은 어떻게 받을까. 카페, 식당, 게스트하우스 등에 설치된 ‘왱체통’(왱과 우체통에 합성어)과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들어온 ‘질문’을 받아 취재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해 매일 하나의 콘텐츠를 올리는 게 목표로 현재 120건이 넘는 콘텐츠가 올라왔다.

영상은 간결하다. 배경에 주제와 관련된 사진이나 영상이 나오고 텍스트가 뜨고 음성으로 읽어준다. 내용은 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셀레브나 72초TV같은 곳처럼 잘 만들지는 못하겠더라. 드립을 치려고 해도 워낙 잘하는 곳이 많았다. 이런 데 노력을 기울이면 매일 하나의 콘텐츠를 올리기도 힘들었다. 우리는 취재를 대행하겠다고 했으니 취재를 잘 하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 이용상 국민일보 뉴미디어팀장. 사진=국민일보 제공.
▲ 이용상 국민일보 뉴미디어팀장. 사진=국민일보 제공.

“청와대 관저 직원들은 어떻게 뽑나요?” 이용상 팀장은 이 질문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당시 최순실 게이트가 벌어지면서 청와대 관저 직원들이 보도되는데, 정작 언론은 이용자가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해 제대로 짚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질문”이라는 것이다. 답을 찾기 위해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취재하며 ‘언론의 강점’을 느꼈다. “이 질문은 네이버 검색으로는 절대 답을 찾을 수 없다. 언론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존에는 피드백이라고 해봤자 포털에 있는 댓글 보는 게 전부였는데.” 기자들은 취재대행을 하며 독자와 피드백에 집중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태원에 가짜 술 섞는 곳이 많다는 소문이 있다”며 의뢰를 해왔다. 이곳저곳 취재했지만 결과물이 나올 정도로 파악이 되지 않았다. 일반 기사였다면 ‘킬’됐겠지만 왱은 용산서 형사반장, 용산서 지능팀 수사관, 이태원 파출소 순찰팀장, 용산구청 보건위생과 주무관의 멘트 내용 등 취재 결과물을 전달했다.

▲ 이태원에서 가짜술을 판다는 게 진짜인지 묻는 의뢰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지 못한 '왱'은 취재 결과물을 의뢰인에게 전달했다.
▲ 이태원에서 가짜술을 판다는 게 진짜인지 묻는 의뢰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지 못한 '왱'은 취재 결과물을 의뢰인에게 전달했다.

‘취재대행소 왱’팀의 콘텐츠는 취재가 기반인 탓에 ‘오프라인’기사로도 재가공 할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철저하게 분리된 기존 언론사의 디지털 혁신과는 다른 주목할 점이다.

대표적인 게 ‘대한민국 신입사원 리포트’다. 일을 그만두고 싶은 신입사원들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올린 데서 착안했다. 신입사원들을 실제로 만나 목소리를 들었다. 에피소드 1~5를 지면기사로 내고 영상으로도 만들어 올렸다. “길에서 버려진 강아지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유기견 입양캠페인 기사로 발전했다. 현장 르포 취재를 가서 영상도 찍어 지면기사와 페이스북 영상으로 노출했다.

▲ '취재대행소 왱'의 반려견 기사. 지면에는 글기사로 게재하고 페이스북에는 동영상으로 올렸다.
▲ '취재대행소 왱'의 반려견 기사. 지면에는 글기사로 게재하고 페이스북에는 동영상으로 올렸다.

‘브랜디드 콘텐츠’. 이 팀장은 기업과 협업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을 수익모델로 거론했다. 그러나 언론은 물론 양질의 영상을 만들어온 인터넷 동영상 업계 전반의 경쟁자가 많은 상황이다. “따뜻하고 착한 뉴스 콘셉트로 가고 싶다. ‘유기견 입양 캠페인’처럼 캠페인성 기사를 우리가 제작하고 브랜드를 매칭시킬 수 있는 기업의 지원을 받는 식으로 수익화 방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페이스북 페이지 규모가 크지 않다. ‘취재대행소 왱’의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는 1만6000명 가량이다. 키울 생각도 없어 보인다. 광고를 달거나 ‘드립’을 던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처음에는 그런 시도를 했다. 그런데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성과를 내야 하는지는 의문이 들었다”고 밝혔다.

왱은 자사 페이지에만 콘텐츠를 올리지 않는다. 노하우 플랫폼 ‘쉐어하우스’ 페이스북에도 콘텐츠를 송고한다. 특정 콘텐츠에 맞는 페이지를 찾아 제휴를 맺기도 한다. 유기견 입양 콘텐츠는 반려동물 콘텐츠 제작사 ‘펫슬랩’ 페이스북 페이지에 내보냈다. “우리한테 바이럴이 되지 않더라도 이미 그 분야에서 유명한 곳에서 실어주면 유통이 된다. ‘브랜디드 콘텐츠’를 하면 1만 여명의 우리 페이지가 아니라 쉐어하우스 독자 170만에게 노출이 된다. 이거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우리의 도달률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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