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방송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이제 망했냐’, ‘방송 그만뒀느냐’, ‘돈이 없냐’다. 연예인이 유튜브로 방송을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26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연예인 크리에이터’에서 개그맨 김기열이 한 말이다. 김기열은 유튜브에서 실시간 게임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개그맨 김기수, 김기열, 강유미 모두 ‘연예인 크리에이터’로서 행사에 참여했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던 연예인들은 왜 유튜브 방송에 뛰어들었을까?

▲ 26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 연예인 크리에이터' 행사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개그맨 김기수, 강유미, 김기열. 사진=유튜브 제공.
▲ 26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 연예인 크리에이터' 행사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개그맨 김기수, 강유미, 김기열. 사진=유튜브 제공.
화장법 방송을 통해 전성기를 맞은 개그맨 김기수는 “방송에서는 연출된 모습을 연기하는데, 유튜브에서는 100% 진솔한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수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남성이 메이크업을 하는 것에 선입견이 있지만 유튜브로 메이크업 방송을 하면서 (TV에서보다) 내가 가질 수 있는 매력을 훨씬 잘 보여줄 수 있었다”며 “방송에서는 대본에 의한 연기를 해야 했지만 지금은 100%의 나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KBS 공채 출신 개그맨이었던 김기수는 유튜버로 데뷔한 초반에는 자신의 DJ 활동을 담은 영상 소개로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남자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남성 뷰티 크리에이터’로 인기를 얻은 그는 뷰티 브랜드와의 협업, 뷰티 프로그램 MC를 맡는 등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재 그의 채널 구독자 수는 11만 명 이상, 전체 동영상 조회 수는 580만 뷰에 달한다.

TV 방송보다 많은 해외 팬들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유튜브 방송의 장점이다. 김기수는 “실제로 유튜브 구독자들 가운데 영국, 이탈리아, 일본 팬들이 많다”고 말했고, 강유미 역시 “한국 구독자 수가 가장 많지만 통계를 살펴보니 미국, 캐나다에서도 방송을 많이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유튜브에서 ‘좋아서 하는 채널’을 운영 중인 개그맨 강유미는 TV 방송과 유튜브 방송의 다른 점에 대해 “TV 방송보다 소소하고 개인적인 콘텐츠를 선호하는 것 같다”며 “유튜브 초반에는 방송에서 하던 것처럼 화려한 의상을 사비를 내서 빌리고, 세트를 이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는데 조회 수가 잘 나오지 않았고, 새로 나온 음식을 먹거나 정보가 담긴 개인적 콘텐츠, 내가 실제로 관심 있는 콘텐츠를 다뤘을 때 조회 수가 높았다”고 말했다.

강유미가 진행하는 ‘좋아서 하는 채널’은 제품 리뷰, 먹방 등 소소하고 다양한 일상 스토리를 공유하고, 성형에 대한 고백을 담은 콘텐츠를 다루기도 했다. 일상 채널이지만 개그맨 안영미와 함께한 여관, 모텔 체험기를 다룬 ‘숙박녀 시리즈’와 대도서관, 라뮤끄, 회사원A 등 유명 크리에이터와의 협업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좋아서 하는 채널’의 현재 구독자는 14만 명 이상이며, 전체 동영상 조회 수는 740만 뷰를 웃돈다.

▲ 연예인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김기수, 강유미, 김기열. 사진제공=유튜브
▲ 연예인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김기수, 강유미, 김기열. 사진제공=유튜브
연예인이라고 해서 쉽게 유튜브 채널의 구독 수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SBS ‘웃찾사’가 폐지된 후 SBS 개그맨 12명이 비슷한 포맷의 ‘팟개스타’라는 유튜브 방송을 시작 했으나 큰 반응을 끌어오지 못했다. 이에 김기수는 “최근 어떻게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냐는 연예인 후배들의 질문을 받았는데, 1년 정도는 이 방송 체계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충고했다”며 “직업적으로 ‘유튜버’가 될 각오를 하지 않고, 그저 연예인이니 쉽게 구독자 수를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실패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방송에는 자극적이고 욕설이 담긴 콘텐츠가 많다는 지적에 강유미는 “방송과 유튜브 방송을 병행하기에 자극적이거나 욕설이 담긴 내용은 특히 주의를 기울여 피하고 있다”며 “자극적인 내용을 경계하는 편인데도 조금만 소재 선정을 잘 못하면 욕을 먹는 등 아주 예민한 반응이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그의 채널에서 ‘전쟁 가방 리뷰’라는 콘텐츠를 다뤘는데 ‘전쟁 공포심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강유미는 “방송을 계속 하더라도 유튜브 방송을 계속 할 것 같다”며 “비단 코미디 분야뿐 아니라 공중파에서 케이블로, 케이블에서 인터넷으로 콘텐츠 플랫폼이 변화하는 흐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유미는 “TV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는 현상도 이런 흐름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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