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이 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백 기간 TV조선·채널A·JTBC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심의 민원이 413건(중복 제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는 과거 법정제재를 받은 방송과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아 방통심의위가 정상화되면 시정명령을 받는 종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방통심의위가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종합편성채널 민원 현황을 미디어오늘이 전수 조사한 결과 지난 대선 이후부터 9월10일까지 시사 보도프로그램에 대한 민원이 채널A 190건, TV조선 146건, JTBC 77건 접수됐다. 같은 내용이 여러 차례 민원이 제기되더라도 중복 심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중복된 민원은 포함하지 않았다. 중복 안건을 포함해 집계할 경우 JTBC(991건), 채널A(242건), TV조선(232건) 순으로 민원이 많았다.

재승인 시기가 다른 MBN을 제외한 종편 3사는 지난 3월 오보, 막말, 편파방송과 관련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1년 이내에 오보, 막말, 편파방송으로 인한 법정제재가 5건이 되면 시정명령을 받고 6개월 단위로 재평가를 통해 문제가 반복되면 영업정지, 재승인 취소된다. 종편의 오보, 막말, 편파방송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데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부과된 조건이다.

따라서 이들 종편은 내년 3월까지 법정제재 4건 이하를 유지해야 하지만 심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제재를 받을 만한 안건이 적지 않았다.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대부분 폐지한 TV조선의 심의는 메인뉴스에 몰렸다. 146건의 민원 중 105건이 뉴스쇼판·종합뉴스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특히, TV조선은 지난 7월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를 메인뉴스인 ‘종합뉴스9’의 앵커로 기용한 이후 편파방송을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7월13일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이 취소되자 전원책 앵커는 “너무 옹졸한 처사”라며 “저 세상에서 요즘 몹시 마음이 괴로울 박정희 전 대통령님, 송구스럽다는 말씀 올린다”고 밝혔다. 우표발행 취소와 관련한 논평은 할 수 있지만 언론이 정치인을 향해 경어를 쓰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님’ ‘말씀 올린다’는 식의 표현은 공정성 위반 소지가 있다.

▲ 7월13일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 7월13일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13일 전원책 앵커는 오프닝멘트를 통해 “새벽 5시에 (특검이) 비밀 작전하듯 (정유라씨를) 승합차에 태워 데려온 것부터 석연치 않은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사회부 기자들에게 검찰과 정씨간에 뭔가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원책 앵커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공여가 무죄가 되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도 무죄가 된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TV조선 보도본부 기자 80명이 성명을 내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나설 정도로 근거가 취약했다.

다소 자극적인 비유를 통한 문재인 정부 비난도 이어졌다. 7월21일 전원책 앵커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군사회담, 적십자회담을 제안했음에도 북한이 묵묵부답이라는 상황을 설명하며 “짝사랑도 이런 짝사랑이 없다”고 표현했다. 8월9일 전원책 앵커는 “민주적 절차로 가해지는 다수의 폭정이 독재정에서 벌어지는 소수의 횡포와 무엇이 다를까요?”라며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다수의 폭정’에 빗댔다. 이 같은 발언은 ‘논평’으로 볼 수 있지만 장성민 ‘시사탱크’ 전 앵커의 경우 편파적 발언이 누적돼 법정제재를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다.

채널A의 최다 민원 프로그램은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였다. 이 프로그램에 190건의 민원 중 67건이 몰렸다. 지난 8월16일 김진 앵커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을 막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언급하며 “대화도 중요하지만 강력한 군사적 준비, 그리고 전쟁도 감수할 수 있다는 의지, 이런 것이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최선의 방법은 공격 이런 말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진 앵커는 “뭐 그렇다고 공격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채널A는 해당 일자 방송의 VOD파일을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았다.

▲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 화면 갈무리.
▲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 화면 갈무리.

7월31일 ‘돌직구쇼’에서 패널인 김병민 경희대 교수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탈핵’발언에 대해 크게 비판하지 않자 김진 앵커는 “길게 설명한 걸 한 줄로 줄이면 경희대 총학생회장 선배라서 직접적으로 뭐라곤 못 한다”고 정리했다. 광고가 금지된 시사프로그램에서 광고 상품을 홍보했다는 의혹도 있다. “돌직구쇼 중간 광고에서 건강식품을 광고했다. 내용에 ‘딱 좋아’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광고가 끝나자마자 앵커가 ‘딱좋아’라면서 광고제품을 홍보하는 멘트를 했다”는 민원이다. 방영일자가 명시되지 않아 확인이 되지 않지만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 재승인 과정에서 종편이 논란이 된 패널들을 퇴출했지만 여전히 패널의 문제적 발언이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여과 없이 나간 점에 대한 심의 민원이 많았다.

8월23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서 김동길씨는 “전에 국무총리 된 사람 (한명숙 전 총리)이 수감 중인데 석방을 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루 뒤인 24일 방송을 시작하며 “만기출소를 ‘사면’으로 오해한 발언이라 정정합니다”고 밝혔다.

채널A의 경우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을 ‘객원기자’로 초청해 토크를 나눈 방송에 대한 민원도 있었다. 민원을 넣은 한 시민은 “특정 정당의 최고위원이 어떻게 프로그램에 객원기자가 될 수 있습니까?”라고 지적했다.

실제 류여해 최고위원은 야당을 편드는 발언을 노골적으로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 “그분들이 생각하기에는 억울하다 절차가 이상하다 이렇게 지적을 했다”며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의 심경을 대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홍준표 대표가 조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류 최고위원은 “피곤한 중에도 저기에 가서 참석해 준 것에 그래도 참 대단하다고 해 주시고. 주무시는 모습이 그래도 예쁘다”고 말했다.

8월11일에 접수된 채널A ‘이슈투데이’ 민원에는 한 탈북자 출신 교수가 “북한은 괌에 발사를 해서 진짜로 그게 가능한 건지”와 같은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슈투데이’의 경우 지난 6월부터 파일이 홈페이지 VOD 코너에 올라오지 않아 확인을 할 수 없는 상태다.

8개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방영해온 채널A의 경우 특정 회차의 내용을 지적하는 대신 ‘전반적 불공정성’에 대해 언급하는 민원도 적지 않았다. “해당 프로그램은 야당의 입장만 대변하는 패널로 구성하여 상당히 편파적으로 진행합니다. 심의요청합니다”(뉴스특급) “보수성향패널 3 진보성향패널 1 매우 불합리적인 패널 구성으로 보도의 중립성 훼손이 의심 됩니다”(뉴스특보)가 대표적이다.

허위사실을 다룬 ‘오보’는 법정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공정성 심의는 잣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논쟁의 소지가 있지만 TV조선의 ‘5.18 북한군 침투설’이나 JTBC의 ‘사드 보고서 오역’ 등 사실과 다른 경우 비교적 일관된 판단을 내려왔다. 악의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지난 정부 방통심의위는 JTBC ‘뉴스룸’이 뉴욕타임스 사설을 인용하면서 날짜를 오기했다는 이유로 법정제재를 내리기까지 했다.

지난 7월20일 TV조선 ‘종합뉴스9’는 ‘연말까지 최대 20만 명 정규직 전환’ 리포트에서 추가 세수가 3조7000억 원임에도 37조원이라고 잘못 보도했다. 현재 포털 글 기사에는 ‘3.7조원’이라고 수정돼 있지만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비용을 산출했다는 점에서 심의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JTBC의 경우 재승인 이전과 마찬가지로 문제될만한 막말, 편파방송 사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논란이 됐던 몇몇 오보 및 오기는 심의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넷 지도만 보고 취재했다 뭇매를 맞은 강경화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의 ‘후폭풍’이 거셌다. 이 보도에 대한 민원만 383건에 달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보도가 알려지면서 집단적인 대응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JTBC는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연할 때 자막 소개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동명의 탈북자 패널의 정보를 잘못 내보내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으로 표기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프로그램 세 곳에서 소속이 더불어민주당으로 표기된 데 대한 비판 민원도 많았다.

이처럼 종편과 관련한 심의 민원이 쌓여 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3개월째 구성되지 않으면서 종편 재승인 조건 이행여부 점검이 불가능한 상태다. 추후 한꺼번에 심의를 할 경우 숙의하기 힘들고 졸속 심의 논란도 불거질 수 있어 빠른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잘못 소개한 JTBC.
▲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잘못 소개한 JTBC.

재승인 조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문제적인 보도도 적지 않았다. 채널A와 TV조선이 삼성 스마트폰 신제품을 소개하는 리포트에서 제품의 특성과 장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광고성 보도를 했다는 민원, JTBC의 ‘남자화장실에서 손을 씻는지 관찰하는 실험카메라 영상’을 당사자 동의 없이 촬영해 내보낸 보도도 민원이 제기됐다. 그러나 오보나 왜곡보도가 아닐 경우 현행 심의규정상 방송 후 6개월 이내 프로그램만 심의 할 수 있어 파행이 장기화되면 심의를 하지 못 한다.

이와 관련 김성수 의원은 “종편에 제기된 민원 대부분이 편파, 편향, 막말방송이라는 점에 대해 대단히 우려를 표한다”면서 “방통심의위가 하루 빨리 정상화 돼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와 적절한 제재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심의위가 파행된 이유는 다당제를 이유로 자유한국당이 기존 정부여당 6대 야당 3의 의석 구도가 아닌 정부여당 5대 야당 4의 의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수 의원은 ”일부 야당은 위원 추천 몫을 1명 더 늘려달라는 억지 주장을 거두고, 산적한 방송통신심의 안건을 처리하는 등 방통심의위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위원을 하루빨리 추천해 임명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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