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국가정보원이 최승호 MBC 해직PD ‘전출’을 부서 핵심 성과로 상부에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최 PD는 26일 오후 MB 국정원 당시 블랙리스트 사건 검찰 조사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최승호 전 MBC PD가 2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국정원 국익 정보국이 2012년 1월15일 작성한 내부 보고 문건엔 ‘부서 핵심 성과 사항’으로 PD수첩 최승호 PD를 전보시키고 방송인 김미화씨를 하차 조치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해당 문건엔 대통령 보고를 뜻하는 ‘VIP 보고’도 적시됐다. 최 PD는 실제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의혹 보도를 준비하다 비제작부서로 강제 전출을 당했다.

최 PD에 따르면 해당 문건에서 ‘최승호 PD’ 이름은 두 번 거론된다. 하나는 ‘PD수첩에서 최승호 PD를 전출시켜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최승호 PD를 전출시켰다’는 기재다. 이 밖에 ‘PD수첩을 보도본부로 내려 보내겠다’, ‘추적60분 PD 인사 조치’ 등의 계획 사항도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최 PD는 이에 관해 “나를 전출시킨 것이 국정원에서 계획했던 것이고, 국정원은 전출시키고 난 뒤 이를 자기 성과라고 밝혔다”며 “결국 국정원이 기획한 전출이었다는 게 문서로 입증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PD는 강제 전출된 이후 2012년 MBC 파업 중 동료 언론인 5명과 함께 해직됐다. 최 PD는 당시 MBC 대규모 해직 사태에 대해서도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해고 조치도 말이 안 되는 건데, 해고 관련 문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국정원이 공개한 문서는 빙산의 일각일 뿐 훨씬 심각하고 중요한 문서가 많이 있다. 국정원이 과거에 대해 정말 반성한다면 적극적으로 문서를 찾아 이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MB 국정원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는 문화예술인을 넘어 기자, PD, 작가 등 언론인에 대한 블랙리스트 수사로 확대된 상황이다. 

이날 오전 10시 최승호 PD 출석을 시작으로 이우환 전 MBC PD수첩 PD가 오후 2시, 정재홍 전 PD수첩 작가가 오후 4시 블랙리스트 피해 증언을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27일 오후 2시엔 김환균 MBC PD(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참고인 소환 요청을 받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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