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방송사 PD·작가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MB 국정원 블랙리스트' 문건에 적시된 것으로 지목된 최승호 MBC 해직PD(현 뉴스타파 앵커), 이우환 MBC PD, 정재홍 전 PD수첩 작가 등 3명은 2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MB 정부 블랙리스트 관련 검찰 참고인 조사에 응했다.

국정원은 이명박 대통령 재임 당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을 작성해 ‘좌편향 인물과 문제 프로그램 퇴출→노조 무력화→민영화’로 이어지는 MBC 장악 시나리오를 기획하는 등 방송사 관계자를 향한 블랙리스트를 가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원은 이 문건에서 MBC PD수첩을 “편파방송 주도 시사고발프로”로 분류, “제작진 교체, 진행자·포맷·명칭 변경으로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 이우환 MBC PD가 2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기자들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우환 MBC PD가 2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기자들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26일 최승호 PD는 참고인 조사 전 기자들과 만나 “PD수첩에서 프로그램을 맡아서 진행을 하다가 마침내 쫓겨나고,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로 해고가 되고 그런 과정 속에 단순히 김재철 (전 사장) 같은 방송사 경영진의 뜻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항상 느끼고 있었다”면서 “검찰이 나를 부르는 것을 보니 국정원 혹은 그 배후에 있는 청와대가 다 연결됐다고 보여지는데, 배후에 있는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심경을 밝혔다.

오후 4시 검찰에 모습을 드러낸 정재홍 작가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2008년부터 MBC와 PD수첩에 대해 탄압이 가해졌고 결과적으로 저희들이 쫓겨났다”며 “박근혜 정권 비리를 수사하다가 이 문제가 불거졌지만 우리들은 이 문제가 이명박 정권에서 벌어진 게 핵심이라 생각한다. 반드시 철저하게 조사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MBC는 2012년 7월 총파업이 끝난 후 PD수첩 메인작가 6명을 전원 해고했다. 이들 중 한 명이 정 전 작가다. 그는 “작가들이 2012년에 쫓겨나서 방송사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심지어 출입금지 조치까지 됐다”면서 “어떻게 민주사회에서 작가적 양심으로 글을 썼다는 이유로, 권력에 밉보였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현업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이런 일은 차별 정도가 아니라 범죄 행위라 생각한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이날 한 목소리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호 PD는 “대통령 지시가 아니면 어떻게 공영방송사에 그렇게 할 수가 있겠느냐”며 “이명박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우환 PD는 이명박 정부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언론장악까지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1년부터 2016년 말까지, 2017년 4월까지 3번의 전보를 당했고, 법원을 통해서 부당전보를 확인하고 왔다. 그러는 사이 내 주변에 더 많은 격리자들이 추가되고 있었다”며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도 언론장악 메커니즘 계속 작동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PD는 언론노조 사무처장 파견을 마치고 돌아온 2011년, PD수첩 ‘남북경협 중단 그 후 1년’ 편에 대한 취재 중단 지시에 항의했다가 사내 ‘용인 드라미아개발단’으로 전보됐다. 2012년엔 파업 참여를 이유로 3개월 대기발령, MBC 아카데미 교육 등에 전보조치됐다. 2013년엔 비제작부서인 편성국 MD로 발령받은 뒤 법적 싸움에서 승소해 다시 현업에 복귀했다. 그러나 2014년 3월 다큐멘터리부로 전보된 후, 교양국 폐지와 함께 스케이트장 관리 부서로 배치됐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국정원의 전반적인 언론장악 시도까지 확대될 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수사를 의뢰한 문건을 근거로 연예인 등 블랙리스트 피해자 조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최승호 PD는 조사를 마친 후 “국정원이 보내 준 문서는 정말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훨씬 심각하고 중요한 문서가 많이 있다”며 “국정원이 과거에 대해 정말 반성하는 마음이라면, 적극적으로 문서를 찾아서 이관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27일 오후 2시엔 김환균 MBC PD(현 언론노조 위원장)가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예정이다. 김 PD는 2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관련해 검찰로부터 참고인 조사 요청을 받았다”며 “국정원이 벌여온 모든 언론 파괴 공작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조사돼야 하며, 관련 적폐 인사들은 법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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