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택 여수 MBC 사장이 ‘5·18 북한군 개입설’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광주 5월 단체들은 지난 25일 여수 MBC를 항의 방문하고 심 사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심 사장은 “증거를 가지고 오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앞서 22일 5월 단체들은 “심 사장이 올해 5월 하순께 회사 관계자와 식사 자리에서 ‘전두환 회고록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전두환 입장에서 본 5·18 기록도 인정받아야 하고, 북한군 개입설은 팩트’라고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심 사장이 ‘이순자 회고록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세간 평가에 비해 괜찮은 사람 같다’며 전두환 부부 회고록 읽기를 회사 관계자에게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 심원택 여수 MBC 사장이 ‘5·18 북한군 개입설’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광주 5월 단체들은 지난 25일 여수 MBC를 항의 방문하고 심 사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사진=언론노조 여수MBC 지부 페이스북
▲ 심원택 여수 MBC 사장이 ‘5·18 북한군 개입설’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광주 5월 단체들은 지난 25일 여수 MBC를 항의 방문하고 심 사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사진=언론노조 여수MBC 지부 페이스북
25일 항의 방문에 나선 5·18유족회와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5·18 기념재단,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한 범 시·도민대책위원회 등은 “전두환·노태우 신군부가 광주 시민을 학살하고 정권을 찬탈한 뒤 5·18은 지난 30여 년 동안 ‘광주 폭도’와 ‘북한군 투입설’ 등으로 끊임없이 왜곡되고 폄하됐다”며 “함량 미달 낙하산 인사로 지탄받던 사람이 이제는 전두환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다. 심 사장은 언론 적폐 청산과 공영방송을 위해, 또 5·18 왜곡과 폄하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사장은 이 자리에서 ‘5·18 북한군 개입설 팩트’ 발언에 대해 “그런 말한 적 맹세코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심 사장은 전두환 회고록에 대해 “독자로서 단순한 호기심으로 책을 읽었다”며 “제가 전두환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해서 전두환 생각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로서 책 한 권 읽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심 사장은 “5·18 북한군 개입설 발언이 사실이면 사퇴하겠다”며 “증거를 가지고 오라”고 반박했다.

지역 언론 비판도 매서웠다. 광주일보는 25일 사설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일부 세력들의 5·18 왜곡과 폄훼를 봐오면서 ‘정신 나간 이들의 헛소리’ 쯤으로 생각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심 사장의 황당한 발언을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아직도 전두환의 추종 세력으로서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비판했다.

▲ 심원택 여수 MBC 사장이 ‘5·18 북한군 개입설’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광주 5월 단체들은 지난 25일 여수 MBC를 항의 방문하고 심 사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사진=언론노조 여수MBC 지부 페이스북
▲ 심원택 여수 MBC 사장이 ‘5·18 북한군 개입설’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광주 5월 단체들은 지난 25일 여수 MBC를 항의 방문하고 심 사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사진=언론노조 여수MBC 지부 페이스북
심 사장은 지난 4월 언론노조가 꼽은 ‘언론장악 부역자’에 오른 인물로 2013년 MBC 시사제작2부장 시절 당시 정부·여당 비판 아이템 검열로 논란을 불렀던 인물이다. 그가 보도 책임자로 있던 시사매거진 ‘2580’에선 4대강 관련 업체들의 담합과 비자금 문제, NLL 심층 취재, 삼성 노조 결성, 대선 기간 투표시간 연장 관련 기사 등은 ‘취재 불가 판정’을 받거나 대폭 축소됐다. 심 사장은 당시 정부·여당 비판 아이템을 발제하는 기자들을 “종북 좌파”로 매도하거나 인사 최하 등급(‘R등급’)을 부여하는 등 왜곡된 언론관을 갖고 있는 간부로 꼽혀 왔다. 현 언론노조 MBC본부장인 김연국 기자 역시 국정원을 취재하다가 그로부터 R등급을 받았다. 

박광수 전국언론노동조합 여수MBC지부장은 “이미 ‘5·18 북한군 개입설’은 팩트가 아니라는 것이 팩트다. 공영방송사 사장으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선정 절차와 검증 과정 없이 선임되는 지역 MBC 낙하산 사장 체제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심 사장이 여수 MBC 사장으로 부임한 뒤에도 “그 많은 돈을 들여 세월호를 왜 인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하는 등 논란을 지속적으로 일으키고 있다고 고발한 바 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지난 22일부터 심 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심 사장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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