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이 지난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보도를 막기 위해 해당 부서 기자에게 직접 전화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박 사장은 추가 취재 의견이 있어 이를 받아들였을 뿐 삼성 눈치를 본 건 아니라고 반박했다.

현재 연합뉴스 내부에서 논란이 된 기사는 지난 4월2일자 “‘이건희 동영상’ 검찰 수사 사실상 종결…남는 의혹은”이라는 제하의 보도. 당초 이 기사는 “檢 ‘동영상 속 행위 ‘성매매’ 맞다’ 결론…이건희 기소중지”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였다.

이 보도는 검찰이 이 회장의 성매매가 실제 있었다는 것을 규명했다는 내용으로 성매매 사실을 확인하는 중요한 기사였다. 그러나 기사는 보도되지 않다가 기자들의 반발로 뒤늦게 보도됐고 그마저도 제목과 부제에서 ‘성매매’란 어휘가 빠지는 등 실제 행위에 관한 기술은 삭제됐다.

▲ 뉴스타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동영상 화면. 사진=뉴스타파
▲ 뉴스타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동영상 화면. 사진=뉴스타파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가 해당 보도에 대한 사측의 태도를 문제 삼자 회사는 “3년 반째 자리에 누워 있는 사람의 성매매 보도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합뉴스 내부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 기사와 관련해 박 사장이 직접 부서장인 안수훈 사회부장에게 전화를 걸고 난 뒤 해당 기사가 킬됐다가 기자들의 반발로 뒤늦게 수정 송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26일 특보를 통해 “박 사장은 (안 부장에게) 삼성의 언론사 광고 현황을 설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며 “박 사장이 기사 단건 관련해 부서장에게 직접 전화를 건 것은 이례적이다. 단체협약에 규정된 ‘편집권 독립’ 위배”라고 비판했다.

▲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사진=연합뉴스
▲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사진=연합뉴스

박 사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편집 라인에서 (해당 기사의) 취재 내용이 부족해 홀딩하겠다는 의견이 올라왔다”며 “당시 외부에 있었는데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추가 취재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기사에는 성매매 혐의로 기소한다는 내용 밖에 없었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성매매 관련 조직과 삼성 간부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몇 명이나 가담했는지, 돈은 얼마나 지급됐는지 등이 궁금하지 않겠느냐”며 “발행인으로서 기사에 대해 총체적 책임이 있으니 상의한 것”이라고 답했다. ‘삼성 광고 부분을 언급했다’고 노조가 지적한 것에 대해선 “그걸 사회부장에게 설명할 이유가 없고 말이 되지 않는다”며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기사를 내지 말라고 할 수 있느냐”고 부인했다. 박 사장은 이어 “그 기사가 나간다고 삼성이 광고를 중단하는 것도 아니”라며 눈치 볼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박 사장은 “삼성뿐 아니라 모든 기업은 스폰서일 수 있고 반론권이 인정되는 게 원칙”이라며 “2년째 무의식 상태로 누워있는데 기사가 좀 그래서 팩트를 추가해 쓰라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가 삼성 눈치를 본다는 비판은 ‘장충기 문자’ 국면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뉴스타파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보도가 있던 지난해 7월 이후로 추정되는 시기에 조복래 연합뉴스 콘텐츠융합담당 상무는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장 사장님. 늘 감사드립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도 있구요. 나라와 국민,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갑니다. 연합뉴스 조복래 드림”이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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