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텀블러(tumblr)가 성매매나 음란정보를 삭제 혹은 차단해달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실이 방통심의위에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텀블러 측은 ‘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방통심의위에 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주요 해외 SNS 기업들은 방통심의위 요구에 협력하고 있으며, 텀블러가 미국회사라도 한국어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체 협력하며 성매매‧ 음란 정보 줄여가는 트위터, 대조되는 텀블러

텀블러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비교해 ‘성매매‧ 음란’ 정보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방통심의위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방통심의위가 ‘성매매‧ 음란’에 대해 시정요구를 내린 3만200건 중 2만2468건이 텀블러 건이었다. 트위터는 1771건, 페이스북은 5건, 인스타그램은 12건에 불과했다. 전체의 74%가량이 텀블러의 ‘성매매‧ 음란’ 정보인 셈이다.

트위터의 경우, 2014년 ‘성매매‧ 음란’에 대해 시정요구가 9839건, 2015년에는 1만165건에 달했지만 2015년부터 방통심의위의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협력하면서 2016년 관련 건수가 6853건, 2017년 6월까지는 1771건으로 줄어들었다.

▲ 2012~2017.6 방통심의위의 ‘성매매·음란’ 시정요구 건수. 자료출처: 최명길 의원실
▲ 2012~2017.6 방통심의위의 ‘성매매·음란’ 시정요구 건수. 자료출처: 최명길 의원실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이란 방통심의위에서 도박, 불법 마약, 아동 포르노, 성매매‧ 음란, 장기매매, 자살 등 불법정보에 대해 심의에 앞서 사업자에게 자율규제를 요청하는 제도다. 네이버,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 등 포털사업자를 비롯한 국내 인터넷사업자들은 2012년부터 해당 제도의 적용을 받았다.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 조치에는 삭제, 이용해지, 접속 차단 세 종류가 있다.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 사업자와 달리 방통심의위가 삭제 조치나 이용해지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방통심의위는 해외 사업자에게는 시정요구 중 접속 차단 조치만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방통심의위가 내리는 삭제나 이용해지 조치와는 달리 접속 차단 조치는 국내에서만 접속이 불가하고 해외 서버로 우회 접속을 할 경우에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때문에 불법 정보를 빠르게 차단하기 위해서는 해외 사업자들의 자율심의협력시스템 참여가 필요하다.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주요 SNS 해외 사업자들은 2015년부터 이 제도에 협력해왔다.

텀블러, ‘미국 회사’라서 조치 안 취한다?

방통심의위는 텀블러의 ‘성매매‧ 음란’ 정보량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2016년 8월5일 텀블러 측에 메일로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방통심의위는 메일을 통해 “텀블러는 한국에서 포르노 사이트로 오해받게 됐고, 사회적 이슈가 됐다”며 “방통심의위에서는 불법 콘텐츠에 대응하기 위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협력을 하고 있고 텀블러도 함께 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텀블러 측은 2016년 8월30일 “텀블러는 미국 법률에 규제받는 미국 회사”라며 “텀블러는 대한민국에서 실제 존재(physical presence)하지 않으며(한국 법인이 없다는 뜻), 관할권이나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방통심의위 협력요청을 거절했다. 

이어 텀블러 측은 “텀블러는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여 성인 중심의 자료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호스팅하고 있다”며 “방통심의위에서 신고한 콘텐츠를 검토했지만 우리의 정책을 위반하지 않으므로 조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심의위가 텀블러에 신고한 콘텐츠는 한국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불법 정보였다.

▲ 자료 제공: 최명길 의원실.
▲ 자료 제공: 최명길 의원실.
하지만 텀블러처럼 ‘미국 회사’인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모두 방통심의위의 요구에 따라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다. 방통심의위에 따르면 2017년 9월 기준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하는 인터넷사업자는 모두 39곳인데, 이 중 해외 사업자는 5곳으로, 미국 법인인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일본 법인인 FC2가 있다. FC2는 일본의 동영상 공유서비스다.

텀블러 측은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한국 법인이 따로 있으나, 텀블러는 한국 법인이 없다고 해명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법인이 없는 FC2 역시 방통심의위에 협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페이스북으로 통합) 또한 텀블러가 한국 법인은 없더라도 엄연히 한글 서비스를 사용해 한국에서 콘텐츠가 공유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회사’라며 불법 정보를 방치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은 “한국에서 불법 성매매·음란 정보의 온상으로 떠오른 텀블러가 방통심의위의 자율심의 협력 요청을 거절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텀블러는 한국에 지사는 없지만 2013년부터 한글 서비스를 하는 만큼 한국법과 실정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하고 협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최 의원은 “방통심의위 역시 메일을 보내는 수준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외교부나 방통위 등의 협조를 얻거나 미국에 직접 찾아가는 등 텀블러가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 측은 미디어오늘에 “최명길 의원의 지적에 동의한다”면서 방통심의위 측에서도 텀블러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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