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 총회 취재기자단 신청 받습니다.” 8월 중순 청와대 춘추관 정규 출입기자단의 공식 소통 창구인 ‘단톡방’에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취재 참석 신청을 받는 링크가 걸렸다. 동행 취재를 신청하는 기자들이 각자 신청 양식에 맞춰 필요한 내용을 입력해 제출하는 링크다. 접수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청 마감 전에 접수 현황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또 단톡방에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순방에 동행 취재를 신청한 언론사와 취재기자 명단이 최종 점검 차원에서 공개됐다.

기자단 운영 시스템은 순방 참가 신청 언론사의 면면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이전만 해도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 취재할 수 있는 자격은 출입기자단 중에서도 대통령 근접 취재가 가능한 풀 기자단에만 주어졌다. 청와대 기자단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취재할 수 있는 풀 기자단과 그렇지 않은 등록기자로 크게 분류된다. 등록기자들에게는 그간 대통령 순방에 동행 취재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춘추관 운영 시스템은 그런 관행을 깼다. ‘언론사에 차별을 두지 않겠다, 적어도 청와대에서 발표한 자료를 받아보지 못해 기사를 쓰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춘추관 운영 방침이다.

▲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 사진=이치열 기자
▲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 사진=이치열 기자
춘추관은 문재인 정부 초기에 임시로 운영하던 기자단 체제를 8월부터 정비하기 시작했다. 8월 초 신규 가입하게 된 언론사 기자들이 단톡방에 초대되기 시작해 기자 300여 명이 ‘춘추관 정규 출입기자단’이라는 이름의 단톡방에서, 또 춘추관 건물에서 취재 활동을 하고 있다. 유엔 총회 취재 기자단 명단에서도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언론사 기자들이 눈에 띄었다.

해외 순방을 갈 경우 취재기자들은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해 대통령과 기내 간담회를 하고, 동행하는 수석 등 참모진과 친밀도를 높이기도 한다. 전용기 좌석 중 기자단에는 80여 석이 배정된다. 현재 300여 명인 출입기자단의 1/3만 동행 취재를 신청한다고 해도 전용기는 수용 한계를 넘기는 상황이 발생한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국인 미국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동행 취재가 그런 경우였다. 그 당시는 청와대가 기자단을 임시로 운영 중이었고, 기자단 운영 방침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1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린 동행 취재 신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춘추관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미 사례를 준용하는 것’이었다. 전임 정부에서부터 운영되던 풀 기자단은 전용기를 통해 이동하고 그 외 기자들은 민항기로 미국 워싱턴D.C.로 와서 풀 기자단과 합류하는 방안이었다. 이 과정에서 풀 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한 언론사 기자들의 항의가 있었으나 공식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춘추관 시스템은 정부 출범과 동시에 매일 운영해가면서 규정을 가다듬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런 선택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순방에 동행하는 기자단의 전용기 탑승 여부 문제는 두 번째 독일 순방에서는 말끔히 해소됐다. 동행 취재 신청 기자 수가 미국 순방 당시보다 줄어들어 신청자 모두 전용기에 탑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엔 총회, 그에 앞서 떠나는 러시아 순방도 풀 기자단과 등록기자의 차별 없이 취재기자 모두 전용기 탑승이 가능해졌다.

▲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기자들과 산행에 나선 모습.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기자들과 산행에 나선 모습. ⓒ연합뉴스
해외 순방 취재 시 풀 기자와 등록기자의 차이가 한 가지 있다면, 등록기자는 해외 순방에 동행 취재를 갈 수는 있지만 해외에 나가서도 정상회담 등 대통령 행사 풀 취재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 취재기자 입장에서는 ‘워싱턴D.C.=○○○기자’라는 바이라인을 달고 현지발 기사를 작성, 보도하지만 실제 기자는 현지에 나가 있으면서도 생생한 취재 현장을 경험해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정상회담, 비즈니스 서밋, 공동 기자회견 등 현장 풀 기사 자료는 순방 동행 취재기자들을 위한 단톡방과 현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프린트물로 우선적으로 배포되는데, 풀 기자가 아닌 경우에는 해외 순방 취재를 가서도 다른 기자들이 작성한 풀 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순방에 동행하지 않고 국내에 있는 청와대 기자단에게도 동일한 자료가 제공되고 있어, 풀 취재를 하지 않으면 해외에 가서도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기자들과 큰 차별점을 갖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등록기자들은 풀 기자단 가입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풀 기자단 운영에 관해서는 기자단의 규정에 따른 것이므로 청와대도 개입하지 않는다. 권혁기 춘추관장은 “청와대는 현재 단톡방에 초대돼 있는 300여 명의 기자와 외신기자 등 모두 400여 명을 정규 출입기자단으로 보고 있고, 이 기자들에게 공평하게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그 속에서 풀 기자단은 기자단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뿐 청와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진행중인 모습.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진행중인 모습. ⓒ연합뉴스
청와대를 오래전부터 출입해오고 있는 언론사 대부분이 풀 기자단에 들어가 있는 만큼 풀 기자단에 속한 기자들은 풀 기자단 운영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거나 문제점을 의식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그보다는 풀 기자단 가입을 원하지만 아직까지 가입하지 못한 언론사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풀 기자단 가입은 기존의 풀 기자단이 가입 희망 매체를 찬반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새롭게 풀 기자단에 가입하는 매체가 최근에 없었던 것을 보면 신규 가입 투표에서 표를 얻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춘추관 건물은 1991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 건립될 당시 수용 인원을 50명으로 잡았다. 그러나 기자실이 있는 1층에 90여 좌석, 브리핑룸이 있는 2층에 90여 좌석, 그리고 사진·영상기자 좌석까지 더했을 때, 현재 매일 춘추관을 드나는 기자의 수는 2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포화상태의 춘추관에서 상주하는 기자들도 고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춘추관에 현재보다 더 많은 기자가 드나들 때에는 2층 브리핑룸에서 1층 기자실의 IP를 사용하는 바람에 IP 충돌이 잦았고 “내 IP 돌려달라”는 원성도 빗발쳤다. 지금은 2층 브리핑룸을 새로 출입하는 등록기자의 좌석으로 활용하면서 부족한 IP가 추가 지급돼 그런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그러나 여전히 춘추관은 현재 출입기자 수에 비하면 비좁다.

청와대 출입기자단 규모가 이처럼 확대되면서 청와대 기자실이 수용 인원 1000명을 훌쩍 넘긴 국회 기자실처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만 해도 250명가량의 기자회견 참석 기자들을 춘추관에서 연풍문으로 이동시키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1시간으로 한정된 기자회견 시간은 기자 250여 명과 함께 격의 없는 소통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차별 없이, 모든 매체에 대해 공평하게’ 기자회견을 진행하다 보니 지정석도 없었다. 기자회견장인 청와대 영빈관에 도착한 순서대로 기자들이 뒤섞여 앉다 보니 그날 진행을 맡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도 질문하려고 손을 든 기자들 가운데에서 매체 특성별로 고루 호명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앞으로 언론사 대표나 보도·편집국장과의 간담회도 할 텐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할지도 청와대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현재 춘추관은 청와대 기자단 가입 기준을 출석률로 정했다. 이는 신규로 기자단에 가입하려는 매체는 물론이고 기존 매체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7월20일부터 12월31일까지, 주 5일 기준 출석이 70%(1일 4시간 출석 인정, 본사가 지방에 있는 언론사는 1일 3시간 기준 출석 50%)가 돼야 한다. 기존 출입기자의 경우 출입률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등록이 취소된다. 2018년부터는 6개월 단위로 출석을 체크한다.

다만 출입기자 개인의 휴가나 회사 업무로 인한 출장 등으로 출석 체크를 못 할 수 있는데, 춘추관은 이럴 경우 소속사에서 이를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이를 감안해 출입률을 계산한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휴가나 출장 같은 경우까지 증빙서류를 춘추관에 제출하는 것에 대한 출입기자들의 거부감도 없지 않다. 소속사에 자신의 출·퇴근이나 근태 보고를 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출입처에 이런 것까지도 ‘보고하듯’ 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해외 순방 동행 취재가 과거와 달라진 점은 실용성 부분에 있다는 평이다. 해외 순방 동행 취재를 가는 기자들은 항공료, 숙박비, 현지 프레스센터 이용료와 통신비 등의 항목을 총괄해 비용을 내야 한다. 통신비란 해외로 나가면서 로밍 휴대폰을 대여하는 등 취재 활동을 위한 비용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해외 로밍이 간편한 상황에서 업무용 로밍폰을 대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옴에 따라 통신비에 대해서는 취재기자가 자율적으로 개인 휴대폰으로 해결할 경우 해외 취재 경비에서 이를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첫 해외 순방국인 미국 방문 당시 청와대 참모진은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순방에서 벌어진 ‘윤창중 사건’과 같은 ‘해외 순방 징크스’ 때문에라도 청와대가 참모진에게 언행에 신중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박5일의 빠듯한 일정 속에서 한국의 기사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 현지에서 새벽까지 일하던 기자들로서는 사실상 마감 후 맥주 한잔 기울일 여유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하는 ‘신문과방송’ 2017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 언론재단의 양해를 구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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