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투쟁기①] 김장겸 사장과의 인연은 소송으로 시작됐다

[김장겸 투쟁기②] 빌게이츠 사망 오보, 나는 데스크였을 뿐 기자 책임이었다?

“정치부든, 사회부든, 국제부든 보면 어떤 기사에 대해서 MBC든 다른 신문사든 기사가 나가면 데스크가 책임을 지게 돼 있다. 데스크에 권한이 주어진 것이다.”

이 말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이진숙 현 대전MBC 사장이다. 이 사장은 지난 2012년 6월 기획홍보본부장 자격으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했다. 당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파업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가진 인터뷰였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여러 사안에 대해 질의응답이 오가던 중 ‘데스크 권한과 책임’ 부분이 나왔다. 이진숙 사장 답변은 명확했다. ‘기사가 나가면 데스크가 책임을 진다.’

미디어오늘은 당시 인터뷰를 동영상으로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해당 영상에는 ‘텍스트 인터뷰’에 없는 내용도 나온다. ‘기사가 나갔는데 취재기자 책임이라고 하는 데스크가 있다면 그는 데스크 자격이 없다’ - 이런 취지의 발언이다.

이진숙 “기사 나가면 데스크 책임” … ‘기자 책임’ 주장했던 김장겸 사장

이진숙 대전MBC 사장, 김장겸 사장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김장겸 사장과 MBC는 ‘미디어토크’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당시 원고 김장겸은 보도국 국제부 차장으로, 차장으로서의 직책상 국제부 소관뉴스의 데스킹 업무를 담당하였던 것뿐이고, 실제로 위와 같은 내용을 보도한 기자는 원고 회사 보도국 정치부 기자였던 소외 김 모 기자였습니다.”

▲ 지난 2012년 12월4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입구에서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이 대선TV토론 참석을 위해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2012년 12월4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입구에서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이 대선TV토론 참석을 위해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주장에 대해 이진숙 대전MBC 사장은 뭐라고 할까. 궁금하다. 참고로 미디어토크 소송은 김장겸 사장이 MBC 보도국장으로 있을 때 제기했다. 이진숙 대전MBC 사장 ‘소신’이 변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빌 게이츠 사망’ 기사가 오보로 판명났는데 그걸 취재기자 책임이라고 한 김장겸 보도국장은 데스크 자격이 없다.”

아무튼 김장겸 사장과 MBC가 미디어토크에 제기한 민사소송은 2심까지 가게 된다. 민사소송 2심 결과는 2015년 6월 초에 나왔다.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그런데 쟁점이 무엇인지, 2심 판결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보도한 언론은 없었다. 언론의 법원 판결 기사가 대부분 그렇다. 그나마 대형 사건을 제외하곤 단신 정도로 보도된다. 그런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다 싶었다.

그러다보니 당시 MBC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콕 찝어’ 보도한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보도가 이어졌다. 물론 민사2심 소송에서 MBC측이 일부 승소한 것은 맞다. 그런데 핵심 쟁점을 따져보면 일부 승소라는 말이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왜 그런지 하나씩 정리해보려 한다.

(1) 미디어오늘 기자가 MBC 출입기자인지 여부에 대한 민사 법원의 판단

MBC가 ‘미디어토크’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문제 삼은 부분은 크게 3가지다. 그 중 하나가 미디어오늘 기자가 MBC 출입기자인지 여부였다. MBC는 “미디어오늘 기자가 MBC출입기자가 아님에도 민동기가 출입기자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미디어토크’는 공영방송 보도국장이 취재기자를 쫓아낸 것이 온당한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핵심이었다. 미디어오늘 기자가 MBC 출입기자인지 여부는 핵심 쟁점이 아니었다. 김장겸 보도국장이 취재하러 온 기자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비판과정에서 나온 부수적인 사안이었다. 하지만 MBC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부수적이고 지엽말단적인 사안’을 쟁점화 시켰다. 나와 담당 변호인이 봤을 땐 그랬다.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이 미디어오늘 기자를 ‘내쫓기’ 이전부터 미디어오늘은 MBC를 출입하면서 취재하고 기사를 써왔다. 나만 하더라도 출입증을 발급받고 취재를 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2012년 170일 파업에 돌입한 이후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했는데, MBC 핵심 간부가 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했을까.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아무튼 민사2심 법원의 판단은 어떨까.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부분을 구분해서 판시했는데 정정보도 부분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디어토크 방송 가운데 ‘미디어오늘 기자 출입기자 관련 부분’은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이 취재기자의 취재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보도국장 집무실에서 나가라고 한 것을 비판하는 것인데, 미디어오늘 기자가 출입증을 발급받았는지 여부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거나 이를 전제로 한 바가 없어 출입증 발급 여부가 중요한 내용이었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MBC가 자체적으로 작성한 출입기자 명단에 미디어오늘 기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미디어오늘 기자가 MBC 출입기자로 ‘등록’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보아 중요한 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정보도를 구할 수 없다.”

손해배상에 대한 2심 민사재판부 판단은 어떨까.

재판부는 미디어토크 방송 가운데 ‘미디어오늘 기자 출입기자 관련 부분’은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이 취재기자의 취재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보도국장 집무실에서 나가라고 한 것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봤다. MBC나 당시 보도국장인 김장겸이 자신들에 대한 취재 및 보도요청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관한 것으로 공적인 관심사안이라는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런 판단이 나오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박근혜 정권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시절이었다. 

재판부는 또 미디어토크 내용의 전체 취지를 살펴봤을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기 때문에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 빌 게이츠 사망 오보는 김장겸 국장 ‘작품’ 여부

미디어토크 소송에서 두 번째 핵심쟁점은 ‘빌 게이츠 사망 오보’에 대한 김장겸 국장 책임 여부였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김장겸 사장과 MBC는 ‘데스킹 업무를 담당하였을 뿐’이라며 ‘취재기자 책임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나와 김용민 PD의 판단은 달랐다. 취재와 기사는 ‘다른 기자’가 작성했지만 당시 ‘긴급속보’는 기자 리포트가 아니라 뉴스앵커 속보 전달과 함께 자막뉴스로 처리됐다. 해당 속보가 기자 리포트를 통해 나갔다면 기자 책임이 조금 더 클 수도 있지만 긴급 속보라는 형식으로, 그것도 큼지막한 자막을 통해 나갔다면 데스크 책임이 훨씬 크다는 게 나의 판단이었다.

당시 ‘미디어토크’ 방송 시점은 김장겸 현 MBC사장이 정치부장에서 보도국장으로 승진한 이후다. 정치부장 시절 편파성을 둘러싸고 내부 비판이 비등한 시점이었다. 나와 김용민 PD는 김장겸 보도국장의 ‘정치적 편파성’ 못지않게 데스크 중의 데스크인 보도국장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빌 게이츠 오보 건을 언급했다. ‘데스크 중의 데스크’가 바로 보도국장이기 때문이다.

빌게이츠.jpg
2심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정정보도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내용 전체의 취지를 보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고 ‘초대형 오보’를 원고 김장겸이 ‘냈다’고 하거나, 그 오보가 김장겸의 ‘작품’이라고 한 것은 실제 사실관계에 장식을 가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수사적 과장이 있는 정도여서 진실하지 아니하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빌 게이츠 오보’와 관련된 사안을 MBC의 보도가 얼마나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지에 관련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MBC는 물론 보도국장은 공적인 존재이고,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이 보도 업무를 어떻게 수행하는지 역시 공적인 관심 사안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관련 내용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피고들(민동기·김용민)이 전직 정치부장으로서 현직 보도국장인 김장겸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면서 그를 폄하하거나 조롱할 생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수적인 것으로 피고들(민동기·김용민)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결론은? 위법성 조각이 되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는 것.

미디어토크에 제기한 소송에서 MBC가 유일하게 ‘승리’한 것은 시용기자 부분이다. 이건 개인적으로 무척 아쉬운 부분인데 관련 내용은 다음 편에서 다루기로 한다. 

※ 미디어토크 법적인 쟁점에 관한 부분은 개인블로그에 썼던 것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