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작가들도 국가정보원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홍 전 PD수첩 작가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문화예술블랙리스트 수사팀 전화를 받았다”며 “국정원에 저를 비롯한 MBC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파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 진술을 받겠다며 검찰에 나오라고 했다”고 밝혔다.

정 작가는 “이명박 정권 당시 PD수첩 작가들도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2012년 공개된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리스트에도 PD수첩 작가들의 파일이 따로 있어서 짐작은 했지만 착잡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정 작가는 “작가의 양심으로 진실을 이야기한 것이 감시와 탄압의 대상이 되다니 이게 나라인가”라며 “2012년 7월 PD수첩 작가들이 한꺼번에 해고된 사태에 대한 내용도 있는 것 같다. 무도한 이명박 정권과 그 하수인 김재철, 김장겸, 백종문 등 MBC 경영진에 대한 분노가 다시 솟구친다”고 밝혔다.

▲ 정재홍 전 MBC PD수첩 작가. 사진=김도연 기자
▲ 정재홍 전 MBC PD수첩 작가. 사진=김도연 기자
정 작가는 2012년 해고되기 전까지 12년 동안 PD수첩에서 활동했으며 ‘용산참사’ ‘한 해군장교의 양심선언’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등의 방송을 통해 권력의 부조리를 비판해온 베테랑 작가다.

국정원의 MBC 사찰과 장악 정황은 최근 문건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원세훈 원장 시절 MB정부의 국정원이 원장 지시로 2010년 3월 작성한 MBC 장악 문건(‘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을 보면 국정원은 PD수첩을 “편파방송 주도 시사고발프로”로 꼽았다. “제작진 교체, 진행자·포맷·명칭 변경으로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국정원은 문건을 통해 “대외적 상징성 때문에 당장 폐지가 어려운 PD수첩의 경우 사전 심의 확행 및 편파 방송 책임자 문책으로 공정성 확보”라며 PD수첩 탄압 지침을 밝혔다.

실제 PD수첩에 대한 사측의 탄압은 2011년 본격화한다. 김재철 전 사장의 고교 및 대학 후배인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그해 3월 최승호 PD를 포함한 PD수첩 PD 6명을 인사 조치했다. 

절반의 PD를 물갈이하며 PD수첩 파괴 신호탄을 쐈다는 우려가 컸다. 국정원 문건에 따르면, “편파 방송 책임자 문책으로 공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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