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이 한겨레 광고를 축소한 것과 관련해 한겨레 대표이사가 ‘광고탄압’이라며 이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양상우 한겨레 대표이사는 지난 21일 경영설명회를 앞둔 20일 전 사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삼성의 광고 축소는 삼성 관련 보도를 스스로 검열하라는 협박”이라며 “삼성은 한겨레가 경영난과 임직원의 생존여건 악화를 우려해 그들 앞에 위축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우린 위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상우 대표이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법 처리와 맞물려 삼성이 한겨레 광고를 축소했고, 특히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을 앞둔 지난 6월부터 ‘광고축소’가 노골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기아차·SK·CJ·한화 등 총수가 형사 처벌을 받은 다른 기업의 경우, 관련 보도를 이유로 이처럼 폭력적 광고 집행 행태를 보인 적이 없다”며 “특정 언론에 대해 광고탄압에 나선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 양상우 한겨레 대표이사. 사진=이치열 기자
▲ 양상우 한겨레 대표이사. 사진=이치열 기자

양 대표는 “삼성의 이런 행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 예로 삼성은 9개 종합일간지 2017년 새해 첫 1면 광고 집행에서 한겨레를 제외했다. 당시 한겨레 측은 “삼성이 기사 논조에 불만을 제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건희 성매매 영상’ 관련 보도, 삼성의 정유라 지원 등 삼성 이슈에서 한겨레가 비판 보도를 많이 쏟아낸 것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 대표이사는 “한겨레 이외에도 JTBC, 중앙일보, SBS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삼성의 광고 편파 집행은 촛불혁명을 이끌어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대한 응징과 보복 성격도 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개월 동안 삼성의 광고 집행 횟수는 총수 일가에 대한 우호적·비우호적 보도의 양과 질에 정확히 상응한다”고 강조한 뒤 “한겨레가 다른 매체처럼 굴복할 때까지 교묘하고도 집요하게 광고 축소 상황을 지속할 게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양 대표이사는 “우린 창간정신에 부합하는 소명을 늘 되새겨왔다”며 “그 어느 삼성 관련 기사에도 경영진이 더 쓰거나 덜 쓰라고 간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편집권 독립은 한겨레의 고귀한 자산”이라며 “우리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언론의 본분과 창간 소명을 굳게 새기며 냉철하게 가야 할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