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이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방송장악 문건에 과거 자신이 진행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등장한 데 따른 심경을 밝혔다.

손 사장은 21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영화를 보면 좀비는 그 자체가 무서운 숙주다. 좀비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치명적이고 사력을 다해 없애버려야 할 대상”이라고 전한 뒤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오른 방송인들이 바로 이런 좀비들을 만들어내는 존재들이었다고 국정원의 당시 문서는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21일 JTBC &#039;뉴스룸&#039; 앵커브리핑의 한 장면.
▲ 21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의 한 장면.
손 사장은 “국정원이 아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들을 집요하게 사찰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제가 진행한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현미경 사찰의 대상이었다”고 밝힌 뒤 “저는 13년 동안 시선집중을 진행했고, 지금의 뉴스룸 못지않게 시선집중을 소중히 여겼으며, 또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9년 말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란 보고를 통해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두고 “안팎의 지탄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좌파 논리에 경도된 편파보도로 정부 흠집 내기”, “출근길 민심 호도” 같은 표현을 쓰며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냈다. (관련기사=이명박·박근혜의 오랜 숙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멈춰라)

손 사장은 “그들(국정원)의 표현에 따르면 제가 진행하던 프로그램과 해당 라디오국은 진보의 젖줄, 좌파의 숙주와 다름이 없었다”며 “그 야만성 앞에 합리적 시민사회를 대변하고 국가권력을 견제한다는 저널리즘을 얘기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난감하고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어서 온몸의 힘이 빠지는 참담함을 감출 수가 없다”며 심경을 드러냈다.

▲ 21일 JTBC &#039;뉴스룸&#039; 앵커브리핑의 한 장면.
▲ 21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의 한 장면.
손 사장은 “대한민국 국정원은 그들이 보기엔 정권을 무너뜨릴 것 같은 그 무섭게 번지는 좀비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촘촘하게 사찰 일지를 기록하고 진행자는 물론 출연자와 PD며 작가의 성향까지 깨알같이 분석해왔다”고 비판한 뒤 국정원을 비롯한 적폐세력을 가리켜 “출근길 좀비 호러물을 감시하던 그들 자신이야말로 세상을 오염시키는 좀비 같은 존재였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며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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