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와 KBS 2TV ‘제보자들’은 한쪽 말만 들은 편파보도다. 죽은 동생의 아내인 김씨 이야기만 듣고 내보낸 보도다. 거짓말에, 연출에, 방송을 보자마자 화가 났다. 노컷뉴스 보도가 나갈 때만 해도 동생의 죽음이 언론에서 다뤄지는 게 싫어서 가만히 있었지만 공영방송까지 제대로 취재를 하지 않고 동생의 죽음 다루는 것을 보니 정말 분노가 치민다.”

지난해 국내 주요 은행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 아무개 씨의 형은 18일 KBS2 ‘제보자들’을 본 후 화를 참지 못했다고 한다. 노컷뉴스와 KBS 2TV ‘제보자들’에서는 사망한 조씨의 아내 김 아무개 씨가 조씨의 사망특별조위금을 받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은행에서 해고를 당해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하지만 사망한 조씨의 형은 김씨가 동생이 사망하자 특별조위금을 받으려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18일 방송된 KBS2 '제보자들'
▲ 18일 방송된 KBS2 '제보자들'
지난 8월30일 CBS노컷뉴스는 ‘남편은 자살, 아내는 부당해고’라는 기사를 통해 “한 시중은행에서 실적 압박을 받던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사측 복지단체는 자살에는 조위금을 지급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며 “부부행원이었던 아내까지 부당하게 해고되면서, 한 때는 가족의 전부였던 회사가 이들 가정을 파괴해 버렸다”고 보도했다. 이후 18일에는 KBS 2TV ‘제보자들’에서도 같은 내용의 방송이 나갔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 미디어오늘이 2주 동안 취재한 결과, 당사자 김씨‧은행 측‧사망한 조씨의 유가족 모두 다른 주장을 하고 있었다. 은행은 왜 김씨에게 특별 위로금을 지불하지 않고 해고를 한 것일까. 유가족은 김씨가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하는 걸까. 김씨는 왜 억울하다고 하는 것일까.

▲ 8월30일노컷뉴스 보도.
▲ 8월30일노컷뉴스 보도.
1. 은행이 조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아내는 가장의 죽음만큼 가혹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은행 직원의 복지 지원 단체라고 할 수 있는 행우회에서 4억여 원의 조위금 지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컷뉴스 기사 가운데)

은행은 행원이 사망할 시 ‘퇴직금’과 ‘특별 위로금’을 지급해왔다. 은행은 조씨가 사망한 후 김씨에게 퇴직금, 퇴직특례금, 잔여임금, 유족위로금, 장례비 등 2억7000여만 원을 지급했다. 문제가 된 것은 ‘행우회 특별 위로금’이다. 특별 위로금은 은행의 행원들이 모인 ‘행우회’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행우회에서 8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의결을 거쳐 전 행원의 월급에서 일부분을 떼어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금액이다.

김씨에게 지급되지 않은 것은 바로 이 ‘특별 위로금’이다. 김씨 역시 은행 재직 중 다른 직원들이 상을 당했을 때 월급에서 일정부문을 내어 ‘특별 위로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은행에서 퇴직금을 지불한 뒤 ‘특별 위로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을 두고 김씨와 은행 측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 은행 측이 김씨에게 지급한 금액 내역.
▲ 은행 측이 김씨에게 지급한 금액 내역.
2. 은행은 행원의 ‘자살’에는 위로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은행 측은 ‘자살’에는 위로금을 지불하지 않도록 노사 합의를 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씨는 행우회 규약이 변경되지 않았기에 관행대로 위로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실제로 규약을 살펴보면 2015년에 마지막 규약변경이 돼있고, 이후에는 변경 사항이 적혀있지 않다”며 “또한 이전에도 자살을 한 행원에게 모두 특별 위로금이 지급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만약 행우회의 규약이 실제로 변경됐다면 나 역시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은행은 규약을 바꾸지도 않은 채 규약을 바꾼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씨는 “지금까지 특별조위금이 지급되지 않은 사례는 아내가 행원인 남편을 죽인 사례밖에 없다”며 “관행상 특별조위금은 당연히 지급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가족 측도 이 부분에서는 김씨와 같은 입장이었다. 은행에서 지금까지 자살의 경우에도 특별 위로금을 지급했고, 장례식장에서도 유가족에게 2016년 당시 노조위원장이 찾아와 특별 위로금을 주겠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은행 측은 노사합의 외 행우회 의결에서 사측뿐 아니라 노동조합 측도 ‘기권’을 해 김씨에게 조위금을 주는 사안이 부결됐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와 은행이 진행 중인 소송의 1심에서도 법원은 “회원이 사망할 때마다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회원 사망에 따른 특별회비 징수를 결의해왔고, 대부분 특별 회비를 징수하는 것으로 결의하였으나 김씨에 대해서는 징수하지 않는 것으로 결의됐기에, 절차적 정당성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왜 행원을 보호하는 노동조합은 김씨에게 조위금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일까?

3. 김씨와 사망한 조씨가 실제 부부관계가 아니었다?

은행 측과 유가족 측은 김씨와 사망한 조씨가 법적 부부관계인 것은 맞지만, 사실상 부부관계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이 김씨에게 조위금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배경도 여기 있다. 김씨는 이 주장을 두고 은행 측이 자신을 음해하려고 악의적으로 사생활 이야기를 꾸며냈다고 주장한다.

은행 측은 김씨가 인사정보에 ‘이혼’으로 기재했고, 조씨 사망 당시에도 역시 이혼인 상태였다고 한다. 은행측 관계자는 “조씨가 사망한 이후 김씨가 배우자 등록을 했다”며 “조씨가 사망한 날이 2016년 5월24일인데, 김씨가 다시 배우자 등록을 한 날은 5월30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은행 측은 “은행 안에서는 둘이 별거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김씨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살았고, 출퇴근할 때 그 남자를 봤다는 행원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 KBS2 '제보자들' 방송 화면 캡쳐.
▲ KBS2 '제보자들' 방송 화면 캡쳐.
당사자 김씨는 은행이 악의적으로 자신의 사생활을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망한 조씨와는 법적으로 배우자 관계이며, 별거 상태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자신의 인적사항을 ‘이혼’으로 등록한 것에 대해 “나는 은행에서 이른바 ‘블랙리스트’였다”며 “남편이 승진이 되지 않을까봐, 혹여나 내가 해가 되지 않도록 인사정보에 배우자 등록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나는 2012년 1차 부당해고를 당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인정을 받고 2013년 복직을 했다”며 “이후 사실상 은행에서 찍혔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반면 남편은 일을 잘하고 평판도 좋은 직원이었다. 은행이 사생활을 감찰하는 것을 알게 됐고, 남편의 승진 등에 해가 갈까봐 인사정보에서 배우자 관계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제보자들’ 방송에서 은행 동료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씨의 동료들은 은행이 악의적인 ‘찌라시’를 만들었지만 앞에서는 나서지 못한 것을 사과하며 김씨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는 미디어오늘에 “은행은 사생활을 들먹이며 조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은행 측이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은행 측은 다른 주장을 펼쳤다. 은행 측은 “남편인 조씨의 승진 때문에 인사정보를 수정했다고 하는데, 조씨는 승진 대상자가 되려면 필요한 이수포인트제를 채우지 못한 사원이었기 때문에 승진 대상자가 아니었다”며 “노컷뉴스 기사에는 조씨가 보람은행 출신이라 승진이 안됐다는 말이 나오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은행 측은 “은행 부행장 중에 보람은행 출신이 있고, 보람은행 출신 중 부장들도 많다”며 “만약 조씨가 이수포인트제를 모두 맞춘 상태였는데도 승진이 안됐다면 김씨의 주장이 맞을 수 있지만, 조씨는 이수포인트제를 맞추지 못한 행원이어서 승진이 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망한 조씨의 형 역시 김씨와 동생은 별거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조씨의 형은 “동생과 김씨는 법적으로만 이혼을 안했을 뿐, 사실상 별거를 했다”며 “‘제보자들’ 방송에서 김씨와 부모님이 함께 살았다는 집이 나왔는데, 부모님과 동생만 살았다. 김씨가 그 집에서 함께 살았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조씨의 설명에 따르면 김씨는 사망한 조씨와 별거를 했고, 김씨가 실제로 사는 곳은 알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조씨의 형은 “김씨의 외도로 인해 우리 부모님과 싸움도 났었고, 경찰서까지 다녀왔다”며 “방송에는 마치 김씨와 내 동생이 굉장히 사이가 좋았던 것처럼 연출이 됐다”고 주장했다.

4. 남편의 조위금을 달라니까 은행이 해고했다?

‘조위금 달라니까 징계면직 웬 말이냐’

18일 A 은행 본점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김씨가 내건 플랜카드다. 김씨는 자신이 2012년 한 차례 부당해고를 당했기 때문에 자신이 이른바 ‘블랙리스트’ 취급을 당해서 업무 상 실수에 해고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는 입장이다. 플랜카드의 문구를 보면, 조위금 싸움 때문에 해고를 당한 것처럼 비춰진다.

김씨는 “2012년 소득 보고를 하면서 740만원을 누락해 보고했다고 1차 해고를 당했는데,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인정을 받고 복직을 했다”며 “그 이후 블랙리스트 같은 취급을 당하고 있었고, 다른 직원들은 징계를 받은 실수에 나는 해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 18일 A 은행 본점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김씨의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 18일 A 은행 본점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김씨의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김씨의 두 번째 해고에 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판결문에서 “김씨는 OOO씨의 대출신청을 처리하면서 OOO씨가 3000만원의 연소득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근거서류 없이 전산에 입력했다. 또한 최종결재권자인 지점장 역시 근거서류를 확인하지 않고 대출을 승인했다. 그러나 실제로 OOO씨는 처음에 말한 업체의 ‘협력업체’ 소속이었고, 이를 고치기 위해 ‘사문서 위조’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인해 김씨의 상급자들이 징계 처리를 받고, 김씨는 해고를 당했다. 은행 측은 조위금 문제 때문에 김씨를 해고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은행 측은 김씨에게 △사문서 위조 △사기대출 취급 △대출금 용도 외 유용을 통한 이해 상충행위 △여신업무 취급 불철저 △사적 금전 대차 금지 위반 △고객정보 임의 변경 등의 사유로 해고를 했다고 밝혔다.

은행 측은 미디어오늘에 “조위금 때문에 해고당했다는 김씨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김씨가 고객들의 대출 등을 관리하며 실제로는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객의 조건을 조작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등 ‘사문서 조작’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은행 측의 설명에 따르면 김씨는 지인의 대출조건을 조작해,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를 하는 데 이용했다고 한다. 은행 측은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해당 건을 사기대출이라고 판단하지 않아 부당해고라고 결정했지만, 은행 쪽에서는 은행원의 지위를 이용해 돈 한푼 안들이고 부동산을 매매해 시세차익을 봤으니 해고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행 측은 “김씨가 해고당한 이유는 조씨와의 관계나 조위금을 둘러싼 싸움 때문이 아니라, 김씨 스스로가 해왔던 행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18일 1인시위에서 ‘남편은 영업압박에 자살’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는데, 조씨의 형은 김씨가 주장하고 있는 조씨의 사망원인에 대해서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조씨의 형은 “김씨는 동생이 죽은 이유를 은행의 실적압박이라고 하는데, 사기대출을 하다가 사채를 써서 힘들어했다”며 “동생의 유서에 사기대출을 한 사람들의 이름이 죽 적혀있다“고 말했다. 조씨의 형은 “사기대출로 빚더미에 앉고, 아내는 외도하는 등 가정사도 안 좋은 게 자살 이유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망한 조씨는 2016년 1월부터 사기대출에 연루된 상대에게 계속해서 ‘죽고싶다’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유가족‧김씨 얽히고설킨 주장들

조씨의 형은 “인터넷 기사뿐 아니라 공영방송에서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김씨의 말만 듣고 보도했다”며 “KBS 측에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씨의 형은 “동생과 같이 살지도 않았고, 외도를 하던 김씨가 갑자기 동생이 죽자 조위금을 받으려고 연출을 했다”며 “KBS 2TV ‘제보자들’ 방송은 김씨의 연출을 그대로 방송으로 내보냈고, 동생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유가족 측이 남편이 빌리지도 않은 돈을 빌렸다고 하면서 퇴직금 등을 가져가려고 한다”며 “남편과 별거를 하지 않았고, 시댁과도 여행을 계획하는 등 사이가 좋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은행 측에서 조위금을 주지 않으려고 악의적 소문을 만들어냈고, 나는 현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하고 있다”며 “은행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너무 무서운 조직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측은 “김씨가 실제로 일했던 지점에 가보면 김씨의 외도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정도이며, 은행 측에서 소문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노동조합에서도 등을 돌릴 정도로 김씨는 신뢰를 얻지 못한 행원이었으며, 여러 사유로 해고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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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넷신문은 지난 9월21일자 초기화면 ‘‘남편은 자살, 아내는 부당해고’ 사건의 진실은’ 제하의 기사에서 “은행원 부부 중 남편의 자살로 행우회의 특별조의금을 받지 못한 아내가 문제를 제기했고, 그로 인해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언론의 보도들이 있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보도이며, 아내가 외도를 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은행과 자살한 남편 가족의 증언이다”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아내 측은 “별거나 외도를 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남편이 자살한 이유가 사기대출을 하다가 사채를 써서 힘들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기를 당해 가정 경제가 어려워저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던 것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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