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년’ ‘돼지발정제’ 등 여성 비하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번에도 성차별적 발언으로 여론과 정치권의 뭇매를 맞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19일 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주최한 여성정책 혁신을 위한 토크콘서트 ‘한국정치 : 마초에서 여성으로’에 참석해 “여성들이 국회에 들어오면 싸우기도 잘 싸운다”, “남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는데 여자들은 눈치도 안 보고 잘 싸우더라”, “트랜스젠더는 들어봤지만 ‘젠더 폭력’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는 등의 발언을 해 토론자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이날 ‘젠더감수성 제고와 자유한국당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 발제를 한 강월구 전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강릉원주대 초빙교수)는 “우리나라가 사회적으로 ‘젠더(gender) 감수성’이 부족하다”며 “남녀 성차별이 권력 불평등으로 이어져 결국 젠더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젠더 폭력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는 홍 대표의 말에 “홍 대표가 그만큼 (젠더 문제에) 관심 없다는 것 아니겠냐”며 “신문·잡지에서 허다하게 나온 문제인데 아직도 모른다면 젠더 감수성 키우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9일 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주최한 여성정책 혁신을 위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여성들이 국회에 들어오면 싸우기도 잘 싸운다. 남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는데 여자들은 눈치도 안 보고 잘 싸우더라"고 말했다. 사진=오마이뉴스 보도영상 갈무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9일 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주최한 여성정책 혁신을 위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여성들이 국회에 들어오면 싸우기도 잘 싸운다. 남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는데 여자들은 눈치도 안 보고 잘 싸우더라"고 말했다. 사진=오마이뉴스 보도영상 갈무리.
류석춘 한국당 혁신위원장 역시 “남자가 권력으로 여자를 지배한 것으로 생각한 것은 과거 이야기”라며 “우리 사회는 성 평등을 넘어 여성이 우위로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해 참석자들에게 ‘한참 멀었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한국당의 여성 차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당 대표와 혁신위원장 등이 이같이 발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도 한국당의 인권 감수성과 성 인지 수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인 양향자 최고위원은 20일 “홍 대표의 이런 발언과 태도가 젠더 폭력”이라며 “홍 대표와 류석춘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양 위원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행사에서조차 무지를 드러내며 거리낌 없이 여성과 소수자를 모욕하는 홍준표 대표와 한국당의 태도는 지켜보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며 “홍 대표가 여성과 소수자에 대해 낮은 인식을 드러낸 것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이런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였고 제2당의 대표라는 것이 진보와 보수를 떠나, 여야를 떠나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황유정 바른정당 부대변인도 “‘돼지발정제 사건’을 공공연히 떠들었던 홍 대표가 ‘젠더 폭력’이 뭐냐고 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발언으로, 마초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한다면 홍 대표가 당연 1등일 것”이라며 “‘여성은 열등하다’는 취지의 성차별 발언을 한 외교부 국장을 조사하듯이 홍 대표를 조사할 수도 없고 참 답답한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당 대표가 ‘젠더’ 등의 개념을 모른다는 것은 중요한 사회 문제인 젠더 관련 이슈를 방관해왔다는 방증으로, 한국당의 인권 감수성 결여가 심히 걱정스럽다”며 “차별을 바탕으로 한 정치야말로 신속히 청산해야 할 적폐이며 인권의 가치를 지키고 바로 세우는 것은 국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의당은 지난 19일 한국당 의원 17명이 국회에 국가인권위원회법 내 ‘성적 지향’을 삭제하는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서도 “후진적인 인권 의식 수준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 대변인은 “엄연히 제1야당이라는 정당에서 ‘건전한 성도덕’이라는 명분으로 개인의 성적 지향을 강제하는 법률안을 발의한다는 것은 ‘성소수자 혐오, 차별’을 조장하는 꼴”이라며 비판했다.

김태흠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에는 이철우·안상수·홍문종·홍문표·유재중·박덕흠·이우현·김한표·김도읍·이장우·박찬우·이만희·이양수·윤종필·민경욱·이종명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김태흠 의원은 “선량한 성도덕 관념에 반하는 이런(퀴어 축제 등) 행위는 성 정체성이 확립되기 전인 청소년들에게 큰 악영향을 주고 에이즈 감염 등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건전한 성도덕을 보전하고 보건적 폐해를 줄이기 위해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110개 시민사회·노동·인권단체 등을 구성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성적지향은 이미 국제인권규범에서 확고한 인권 기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며 “한국당 의원들은 공론장에서 동성애·동성혼 반대를 내세우며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고 막말을 일삼았고, 이번 개정안을 통해 반인권 차별 선동을 법률 개악으로까지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도 한국당의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 즉각 철회를 촉구하며 “한국당은 일부 보수 개신교 집단, 극우단체들과 결탁해 자신들의 정치적 위기를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부추기는 ‘동성애 혐오’, 소수자 혐오 선동 정치로 부활을 꾀하고 있다”며 “하지만 역사를 퇴행하려는 한국당의 시도들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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