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고용노동부가 방송사 작가와 조연출 등 프리랜서들에 대해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하고 관련 법령 마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부터 정부가 방송 제작업계 근로 감독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방송 제작업계에서는 정부가 면밀한 실태 조사를 근거로 프리랜서 등 방송 제작업계 노동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신경민·한정애 의원 주최로 드라마 제작 현장 노동 실태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임승순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일부 영향력 있는 방송 작가와 연출자를 제외하면 방송계 프리랜서 대다수는 노동자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방송계 노동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근로기준법 59조를 들며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근로기준법 59조에 명시된 특정 사업 종류에 해당할 경우 사용자는 노동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통해 주 12시간을 초과하는 근무를 요구할 수 있는데 특례 업종으로 정해진 직종 가운데 하나가 영화 제작 및 흥행업 등이다. 이 때문에 드라마 제작 종사자들이 합법적인 무제한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 ⓒ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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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하청이라는 위계 구조 아래 놓인 프리랜서들과 소규모 스태프들이 연장 근로에 합의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다. 법에 따르면 노동자 대표와의 합의가 전제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프리랜서나 파견직 등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방송사 인력이 주도하는 제작 계획에 따라 움직이게 되므로 별도로 이에 합의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방송사와 계약을 맺는 많은 프리랜서들과 소규모 스태프들의 경우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근로시간 특례 제도 하에서 방송사와 동일한 스케줄에 따라 일해야 해 구조적으로 초과 노동 환경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도 사용자와 지시 감독 관계에 놓인다. 때문에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프리랜서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법원이 개별 사안에 따라 노동자성을 인정하거나 부정하는 등 엇갈린 결론을 내리고 있어 향후 관계 부처 실태 조사를 통해 명확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견 금지 업무임에도 방송 작가의 경우 파견과 유사한 형태로 고용되는 사례도 있으며,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고용 관계를 맺는 문제도 산적해 있다. 김동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문제 개선을 위해 △드라마 제작 현장 노동 인권 가이드 제정 △방송 제작 관련 정부 지원 시 노동 인권 관련 평가 기준 도입 및 반영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통한 방송 제작 노동자 인권 센터 설치 및 운영 △드라마 제작 노동 환경 실태 조사 및 근로 감독 등을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오는 10월부터 시작될 근로 감독에 대해 임 과장은 “실제 근로자이지만 프리랜서 계약을 맺을 경우 근로자 대표와 실제로 서면합의가 있었는지와 포괄임금제 실제 운용 내용, 파견 관계 부분 등을 근로 감독 시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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