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그룹을 만들겠다며 출범한 종합편성채널이 스스로 약속했던 콘텐츠 투자계획조차 지키지 못해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종합편성채널 MBN에 시정명령 불이행에 따른 과징금 4500만 원을 부과했다. MBN은 2014년 재승인 당시 3년 동안 899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후 재승인 조건을 이행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았음에도 끝내 약속한 투자계획의 68%(610억 원)만 투자해 과징금을 내게 된 것이다.

방통위는 2014년 종편 재승인 조건으로 △방송의 공적 책임 및 공정성 확보 방안 △콘텐츠 투자계획 이행 △재방송 비율 △조화로운 편성 등을 점검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 20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개최됐다. 사진=방통위 제공.
▲ 20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개최됐다. 사진=방통위 제공.

종편 4사 모두 콘텐츠 투자 계획을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방통위는 TV조선, 채널A, JTBC의 콘텐츠 투자계획 미이행 등에 따른 과징금 4500만 원을 부과한 바 있다. 보도채널이었던 MBN은 다른 종편과 출범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재승인 및 재승인 조건 미이행에 따른 제재 시점도 다르다.

4500만 원은 방통위가 내릴 수 있는 과징금으로서는 최대치지만 과징금 처분 자체가 강도가 약하다. 방송법에 따르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방송사업자에게는 ‘업무정지(방송금지) 3개월’ ‘승인기한 3개월 단축’ ‘과징금 처벌’ 중 하나의 제재를 내릴 수 있었고, 업무정지나 승인기한 단축 제재가 내려지면 방송사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나 방통위는 시청권 제한에 따른 공익성 훼손과 MBN의 재승인 기한이 오는 11월 말 만료돼 3개월 단축 또는 업무정지 제재가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점, 박근혜 정부 때 다른 종편에는 같은 사안으로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과 형평성을 고려해 같은 수준의 제재를 내렸다.

MBN은 “콘텐츠 투자는 매출액 등의 사업현황을 무시하고 이뤄질 수 없는데 최근 매출목표 미달과 누적 적자에도 불구하고 사업계획을 성실히 이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제재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재승인 신청시 MBN이 제출한 의견은 시청자와의 공적인 약속”이라며 제재를 내렸다.

사법부는 방통위의 손을 들었다. JTBC·TV조선·채널A는 방통위의 시정명령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재승인 조건’에 명시된 ‘성실한 이행’은 ‘100% 이행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들 3사는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도 제기했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재승인 조건은 권고·훈시적인 의미가 아니라 완전히 이행해야 할 의무”라며 기각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MBN 역시 같은 소송을 시작했으나 지난 6월 1심에서 패소한 이후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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