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방송장악과 여론조작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사를 피하기 힘들게 됐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 관계자의 발언을 부각하거나 기획된 수사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물타기에 나섰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돌출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엄중 경고했다. 한겨레와 경향은 송 장관을 혼선의 당사자로 지목한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송 장관에게 경고한 청와대를 비판했다. 

블랙리스트와 댓글부대, 배후엔 MB가 있다

국정원 적폐청산TF활동과 검찰 수사가 맞물리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몸통’을 향하게 됐다.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배우이자 정치인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미화씨에 이어 국정원의 여론조작 피해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고발하고 나서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이명박 정부 때 원세훈 전 국정원장 휘하 국정원이 연예인과 관련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방송사 인사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방송장악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정원은 민간인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하는 댓글부대를 운영했으며 추가로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작업을 직접 지시하고 보고받았다는 증거가 담긴 군 내부 문건까지 공개됐다.

▲ 경향신문 20일 보도
▲ 경향신문 20일 보도

경향신문은 “우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부끄럽다” 사설에서 “이런 수준일 줄은 몰랐다”면서 “도대체 뭐가 더 나와야 순순히 범죄를 인정할 것인가. 재임 중 입만 열면 국격 타령이더니 정작 자신이 나라를 망신시킨 대표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군의 대선개입은 민주주의를 파괴한 군기문란 사건”이라며 “이번 문건 공개로 김 전 장관이 작전을 직접 지휘했고 국정원과 연계됐으며, 청와대에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얀 것을 검다고 하고 검은 것을 하얗다며 국민을 철저히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의 심각한 문제가 밝혀졌지만 보수신문은 본질은 보지 않은 채 ‘물타기’에 나서거나 외면했다.

조선일보는 “MB겨냥 코스.. 국정원이 캐고, 여가 키우고, 검찰이 수사”기사를 통해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해놓은 듯 취임 직후부터 이 전 대통령 측을 옥죄며 빠르게 움직였다”는 야권 인사의 주장을 기사 리드에 실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여당은 대선 이후 지금까지 4개월여간 당 논평과 회의 발언을 통해 100여차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가 정치권의 기획일 수 있다는 뉘앙스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노 정권 뇌물사건, 방송장악부터 재수사하라”기사를 통해 실명조차 밝히지 않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들의 발언을 모아 기사화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 관계자들은 “한풀이를 하겠다는 것” “전전 정권에게까지 정치보복을 하겠다니 황당하다” “적폐청산을 하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수사부터 다시 해야 한다” “언론탄압과 공영방송 장악, 특정 성향 연예인 지원과 압력은 노무현 정권 내내 문제가 됐던 것인데 그에 대한 조사는 안 하느냐”라고 말했다. 사실관계를 따져보지 않은 채 물타기성 발언들을 여과 없이 전한 것이다.

▲ 조선일보 20일 보도.
▲ 조선일보 20일 보도.

중앙일보는 박원순 서울시장 측과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나란히 배치하는 방식의 기계적 중립 보도로 사안의 중대성을 희석시켰다. 기사 제목은 “박원순 제압문건으로 피해...MB 고소 vs 대통령이 그런 일 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아”다. 실제 기사에서는 말미에 실명이 나오지도 않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의 “대통령이 그런 일 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고 말을 한 정도인데, 이를 제목에 비중 있게 실은 것이다. 반박이 앞서 제기된 주장의 논리를 엎을 수 있다면 이 같은 제목이 설득력이 있을 수 있지만 이미 박원순 시장을 제압하기 위한 문건을 이명박 정부가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 ‘대통령이 한가하지 않다’는 답은 비중 있게 보도할 가치가 있는 반론이라고 보기 힘들다.

동아일보는 박원순 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했다는 소식을 비롯해 피해 방송인들의 반발 등을 묶어 원고지 4매 분량의 단신으로만 전했다.

송영무 장관 ‘엄중주의’ 조치 받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정면으로 비판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대해 청와대가 19일 ‘엄중 주의’ 조치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청와대는 송 장관의 국회 국방위 발언과 관련해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들어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

‘적절하지 않은 표현’은 송 장관의 문 특보 비판을 말한다. 송 장관은 전날 “(문 특보가)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특보로 생각되지는 않아 개탄스럽다”, “워낙 자유분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상대할 사람이 아니구나’(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문 특보가 김정은 참수작전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한 데 대해 되받아친 것으로 보인다.

▲ 조선일보 20일 사설.
▲ 조선일보 20일 사설.

청와대가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라고 지적한 대목은 북 인도적 지원과 전술핵 관련 발언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송 장관은 정부의 800만 달러 대북 지원에 대해 “지원 시기는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는데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다.

이처럼 정부 내 외교안보라인에 ‘혼선’이 빚어지는 건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혼선을 부추긴’ 당사자로 지목하며 비판했다.

한겨레는 “최근 송 장관의 언행을 보면 그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와 어울리는 사람인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면서 “매우 경솔했다는 지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역시 “안보불안 조성하는 좌충우돌 송영무 국방”사설을 통해 “누란의 한반도 위기 속에 국방부장관의 좌충우돌과 그를 둘러싼 자중지란은 이제 새로운 안보 불안요소”라고 꼬집었다.

반면 보수신문은 송 장관에게 경고를 한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조선은 “문 대통령은 송 장관에게만 경고했다”면서 “대북 특수부대 창설 문제와 관련한 갈등에서 국방장관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차라리 문 특보를 국방장관 시키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조선은 “군 총 책임자가 군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 특보를 비판했다고 대통령에게 경고를 받는다면 군의 사기나 통솔은 어떻게 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청와대가 송 장관에게만 엄중주의 조치를 내린 것은 안보보다 남북 대화만 중시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안 통과될 수 있을까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안이 부결된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이 21일 이뤄질 계획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 표결을 21일 오후 2시 본회의에서 하는 것으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캐스팅보트는 국민의당이 쥐고 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121), 여당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정세균 의장, 정의당(6석), 새민중정당(2석)이 찬성표를 던진다면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민의당 의원 2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김이수 헌재소장 인준안 표결 당시 국민의당의 자율투표가 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상황에서 여당은 국민의당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은 “야당 원내대표를 만나 읍소했던 우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의원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국민의당 의총에선 표결 찬성 의견이 많았다. 참석자 32명 중 정동영·채이배 의원 등 6~7명이 찬성했고, 2명은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향신문은 “침묵하는 반대 세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밝혔고 동아일보 역시 “표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미 핵추진 잠수함 보유 합의?

중앙일보가 “한국과 미국 양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19일 밝혔다”고 단독 보도해 이목을 끌었다. 핵추진 잠수함은 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하는 잠수함으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정작 ‘원칙적 합의’가 어떤 내용인지 밝히지 않았으며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전하는 데 그쳤다.

기사가 보도된 이후 청와대는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한·미 핵추진 잠수함 보유 합의 기사는 사실과 다르며 지금까지 양국간에 어떠한 형태의 합의도 이뤄진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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