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지난 8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을 보도한 기자에게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난생 처음 겪은 형사 소송은 살아있는 권력이 감추려 하는 진실을 파헤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와 법은 만인에게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지난해 3월 기자는 이병우 성신여대 교수를 찾아갔다. 나 의원 딸의 입시 부정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는 나 의원 딸이 응시한 현대실용음악학과의 학과장이자 면접위원이었다. 그를 찾아 가기에 앞서 기자는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수차례 만남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강의실 앞에서 그를 기다렸고, 수업을 끝내고 해명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하지만 수업을 시작하기 전 이 교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성신여대 팀장급 직원 3명이 찾아왔다. 그들은 집요하게 취재를 방해했다. 대신 취재할 내용을 서면으로 질의하면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기자는 부정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요구했다. 성신여대 2012학년도 장애인전형 모집요강에는 “면접고사 결시자 및 부정행위자는 불합격처리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질문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평소 뉴스타파 보도를 즐겨보고 있으며, 심지어 뉴스타파 기자들을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이병우 교수나 성신여대의 주장처럼 부정입학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면 답변을 피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 2016년 3월 ‘뉴스타파’에는 ‘나경원 의원 딸, 대학 부정 입학 의혹’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뉴스타파
▲ 2016년 3월 ‘뉴스타파’에는 ‘나경원 의원 딸, 대학 부정 입학 의혹’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뉴스타파
카메라를 피한 것은 나경원 의원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여러 차례 취재 내용을 알려주며 반론의 기회를 제공했다. 직접 찾아가기도 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겠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오히려 수십여 명의 지지자들을 동원해 취재를 방해한 것은 물론 “딸의 인생이 짓밟힌 날”이라며 언론플레이에 나섰다. 이같은 모르쇠 작전은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대다수 언론은 부정입학 의혹이 아닌 나 의원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썼다.

과연 나 의원은 무고한 걸까? 나 의원은 지난 2011년 5월 성신여대에서 특별강의를 했다. 한 달 후 성신여대는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말 그대로 급조했다. 나 의원의 딸 김모씨는 이 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다. 이번 재판과정에서 김씨의 학생부 성적은 응시생 21명중 꼴찌였지만, 4명의 면접위원으로부터 똑같이 98점을 받아 면접에서 1위를 차지한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이병우 교수는 자신이 직접 김씨에게 성신여대에 응시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 6월29일 김상곤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후보자를 인신공격한다는 지적을 하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6월29일 김상곤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후보자를 인신공격한다는 지적을 하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나 의원이 일방적으로 성신여대측으로부터 특혜를 받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 의원 딸이 입학하고 난 뒤 성신여대는 극도의 혼란에 휩싸였다. 심화진 당시 성신여대 총장이 부정한 방법으로 친인척을 교수로 채용하고, 교비를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해임위기에 몰린 심 총장측은 외부 인사를 대학평의회 의장으로 내세웠다. 새로 위촉된 의장 김모씨는 나 의원의 보좌관을 3년여 동안 역임했던 측근이었다. 또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후보의 법무팀장이었던 장모씨는 성신여대 개방이사 후보 추천위원으로 들어와 개방이사 후보를 결정하는 당일 불참을 통보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결국 심화진 총장의 해임은 무산됐다.

▲ 황일송 뉴스타파 기자
▲ 황일송 뉴스타파 기자
이같은 사실들이 나 의원 딸의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하고, 권력과 부패사학이 어떻게 야합했는지를 고발한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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