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두고 청와대와 여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대독한 임명동의안의 조속한 인준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아 발걸음이 무겁다”며 “인준 권한을 가진 국회가 사정을 두루 살펴 사법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요청한지 이틀 만에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사과한 만큼 이번 사안을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임 후 7명의 차관급 이상 고위직이 낙마했지만 인준 관련해 대통령이 직접 인준을 호소한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12일과 13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쳤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보고서가 채택돼더라도 다음 본회의가 오는 28일로 잡혀있어 24일 이전에는 표결하기가 어렵다. 별도의 본회의를 소집해야 한다. 지난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처럼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역시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 상황을 두고 일부 신문사들은 사설을 내기도 했다.

다음은 18일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사립유치원 휴업 여론이 막아냈다”
국민일보 “사법수장 인준, 정치흥정 안된다”
동아일보 “中내부, 시진핑 ‘北감싸기’ 비판”
서울신문 “고개 숙인 사립유치원”
세계일보 “외교부 국장 ‘여자는 열등’”
조선일보 “美, 한국軍에 지휘권 주려다 ‘스톱’”
중앙일보 “연료 1g으로 석유 8t 에너지 한국이 주도하는 ‘인공태양’”
한겨레 “MB국정원, KBS·MBC 사찰 ‘방송장악 총지휘’”
한국일보 “눈물 마른 로힝야족, 이 지옥이 꿈이길…”

대통령, 국회에 협조 요청

문 대통령은 “사법부 새 수장 선임은 각 정당 간의 이해관계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민주주의의 요치인 ‘입법-사법-행정’ 삼권분립 관점에서 봐 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현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가 24일 끝난다”며 “그 전에 대법원장 선임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청와대 관계자 등을 취재해 해설을 덧붙였다. 한 관계자는 이 신문에 “사법부 수장에 대해서는 그냥 장관 한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사법부를 대표하는 인사에 대한 (입법부의) 존중이 필요하다는 간곡한 요청”이라고 했다.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나선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신문에 “대통령 말에는 사법부 공백 사태에 대해 국회도 책임이 있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며 “청와대가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국회 뜻을 존중해 사퇴를 수용하고 대통령이 자신의 과오까지 인정했는데도 입법부가 삼권분립까지 무시할 경우 여론이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인준을 요청하면서 대화를 내세운 건 ‘협치에 최선일 다한다’는 명분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여당, 김명수 인준 설득 가능할까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여당은 늦어도 22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잡아서 반대 중인 보수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왜 여론과 싸워가며 김명수에 집착하나”라며 “사법부 장악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국외에 나가면서 몽니 박듯이 선언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대통령의 코드인사 남발로 인사 참사 불행이 이어졌다”고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들은 김 후보자가 좌편향이라며 반대했다.

▲ 18일자 한국일보 6면
▲ 18일자 한국일보 6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땡깡’ 발언 등에 대한 사과가 없을 경우 인준 절차 논의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해 한국일보는 “‘김명수 구하기’ 추미애, 국민의당에 고개 숙이나”라는 기사를 통해 추 대표가 해당 발언 사과, 안철수 대표와의 담판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과나 대화가 김 후보자 통과를 보장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라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현재까진 국민의당도 강경모드로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정략적 접근 안돼

이에 한국일보는 국회가 정략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사설을 냈다. 이 신문은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에 제 역할을 다하는 등 대법원장직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음을 보여 줬다”며 “사법개혁 의지가 뚜렷하고 재산 병역 표절 등 도덕적 결함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김 후보자 적격인사라고 판단했다.

한국일보는 “야당은 김 후보자가 회장을 지낸 우리법연구회가 좌파 성향 아니냐, 대법관 출신 아닌 사람이 대법원장을 해도 되느냐라는 두 가지 논리로 김 후보자를 공격했다”며 “그러나 우리법연구회가 좌파성향이라는 어떤 근거도 내놓지 못했고, 58세 현직 법원장 출신에 대해 ‘경륜 부족’을 들먹이는 것도 설득력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사법관료주의에 물든 현직 대법관 출신보다 사법개혁을 훨씬 더 잘 수행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야당은 김 후보자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판사를 증인으로 부르는 등 정략적인 발목잡기로 일관했다”며 “국민 논높이에 맞춰 김 후보자의 국회 인준에 협조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여당에 대해서는 “강한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원색적인 발언으로 야권을 자극한 여당 지도부의 오만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추 대표의 ‘땡깡’ 발언을 가리킨 것이다. 끝으로 “여야는 감정 대립에서 한 발 물러나 오로지 국민과 나라의 앞날을 보고 김 후보자 인준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비슷한 논조의 사설 “김 대법원장 후보는 사법개혁 적임자, 반대할 이유 없다”에서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 인선은 정권 성향에 관계없이 전임자 퇴임 전에 이뤄졌다”며 “6년 전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보수성향의 양승태 현 대법원장에 대해 비판적이었으면서도 임명동의안을 처리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당의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신문은 “당이나 당 대표의 알량한 존재감 부각을 위해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때처럼 반대표를 던질 태세”라며 “시민들의 사법개혁 열망을 짓밟고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반민주적인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추 대표의 ‘땡깡’발언과 김 후보자 인준문제에 대해 “이 둘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며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은 김 후보자가 지난 31년간 내린 판결 중 함량 미달이나 반인권적·비양심적인 것이 있는지 특정 정파에 유리하거나 사상적으로 치우친 것이 있는지 성소수자에게 특혜를 주거나 차별한 것이 있는지 구체적인 증거를 대기 바란다”고 했다.

▲ 18일자 경향신문 사설
▲ 18일자 경향신문 사설

세계일보, 공방 접고 자유투표 해라

세계일보는 다소 비판적인 논조의 사설을 내보냈다. 이 신문은 “대법원장으로서 사법부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며 “사법부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면 신임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와 판결에서 균형의 추가 돼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가 사상적으로 치우쳤다는 주장이다.

세계일보는 김 후보자가 “법원 내 진보성향인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장을 지냈다”며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오리면 군대 내 동성애를 옹호하고 동성혼을 지지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을 지나치다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여당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신문은 “추 대표가 김이수 헌재 소장 인준안이 부결되자 국민의당을 향해 ‘땡깡 정치’, ‘적폐연대’라고 비난했다”며 “헌법기관을 폄하한 추 대표의 행위가 부메랑이 되고 있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국회 인준안 표결은 이번주 내에 해야 한다”며 “여야 간 뒷거래나 정치 공방을 접고 의원 자유투표로 하되 어떤 결과가 나오든 모두 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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