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중인 대전MBC 노동조합과 대전 지역단체들이 김원배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가 출석하는 대전의 한 교회를 17일 오전 찾았다. 이들은 교인들이 예배에 참석하는 시간에 맞춰 오전 10시30분부터 김 이사 퇴진을 요구하는 피케팅을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는 서울 MBC에서 온 취재진, 서울 KBS에서 요청을 받고 취재 온 대전KBS 취재진, 교회 측 인사 등이 피케팅을 하러 온 이들을 주목했다.

김 이사는 목원대 총장 출신이다. 목원대 이사장인 박영태라는 인물은 김 이사가 장로로 있는 대전의 한 감리교 소속 교회의 담임목사이기도 하다. 김 이사는 방문진 구여권 인사로 정권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평가 뿐 아니라 목원대 관련 일로 고발당한 상태다.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사장-전직총장’, ‘담임목사-장로’ 관계로 이어진 인맥 탓인지 문제점이 쉽사리 드러나지 않고 있다.

▲ 김원배 방송문화진흥회 구여당 추천 이사. 사진=연합뉴스
▲ 김원배 방송문화진흥회 구여당 추천 이사. 사진=연합뉴스

김 이사가 총장을 지낸 목원대, 김 이사가 다니는 교회, 김 이사의 거주지는 모두 대전이다. 대전지역사회에서도 김 이사의 퇴진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미디어오늘은 교회 앞을 찾았던 이한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대전지부장에게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이 지부장과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 왜 5명의 구여권 방문진 이사 중 김원배 이사인가?

“대전지역시민사회단체 89곳이 참여하고 있는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와 대전지부(노동조합)는 김 이사가 목원대 총장, 학자 출신인 걸 고려하면 학자적 양심에 따라 사퇴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얼마 전 유의선 이사(이대 교수 출신)가 사퇴하지 않았나. 대전지부에서는 비공식적으로 김 이사에게 ‘늦었지만 그래도 자진사퇴했으면 좋겠다’고 정중하게 요청해왔다. 하지만 최근 김 이사가 우리의 뜻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제는 공개적으로 김 이사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 17일 오전 10시반경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와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가 김원배 방문진 이사가 장로로 있는 대전의 한 교회 앞에서 김 이사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대전지부 제공
▲ 17일 오전 10시반경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와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가 김원배 방문진 이사가 장로로 있는 대전의 한 교회 앞에서 김 이사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대전지부 제공

- 오늘 오전 교회 앞 상황은 어떠했나?

“김 이사는 안 왔다. 개인적으로 일이 있다고 들었다. 집회신고를 했고 경찰에서 교회 측에 알려 교회에선 우리가 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난 오전 10시쯤에 교회 앞에 갔는데 카메라들이 있더라. 서울 MBC에서 백연상 기자, 소속을 밝히지 않은 영상촬영자 두 명, 대전 KBS 카메라 등이 있었다. (백 기자는 지난 3월1일 박근혜 탄핵반대 집회를 대대적으로 보도해 극우성향의 시민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함께 간 대전MBC 기자들이 소속을 물었더니 밝히지 않았고, 백 기자는 잠시 있다가 줄행랑쳤다. KBS 취재진들은 ‘서울 KBS에서 영상만 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아마 MBC경영진-KBS보도본부 등에서도 상황을 공유하고 있지 않나 싶다. 오승용 대전MBC 경영기술국장은 오늘 상황을 끝까지 지켜봤다.”

- 교회 측에서는 별 반응 없었나?

“장로님 한 분이 와서 걱정을 많이 했다. 우리는 기자회견하러 온 건 아니고 침묵 피케팅만 할 거라고 했다. 카메라가 많이 오고 그래서 걱정한 것 같았다. 그래서 저 카메라들은 우리와 관계없고 일방적으로 촬영하러 온 거니까 내보내달라고 (장로에게) 요구했다. 처음엔 언짢아했지만 11시까지 지켜보고선 ‘큰 일 안 만들어서 고맙다’는 식으로 말하더라. 우리는 그 장로에게 ‘김원배 장로님이 자진사퇴해서 명예를 지키고 교회의 명예도 지킬 수 있도록 잘 좀 전달해 달라’고 했고, 그 장로님은 ‘김원배 장로님은 내겐 멘토 같은 분’이라고 답했다.”

▲ 17일 오전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가 김원배 방문진 이사 출석교회에 피케팅하러 온 시각 이를 촬영하러 온 MBC 카메라. 사진=대전지부
▲ 17일 오전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가 김원배 방문진 이사 출석교회에 피케팅하러 온 시각 이를 촬영하러 온 MBC 카메라. 사진=대전지부

- 앞으로 김 이사 퇴진운동 계획은?

“노조는 김 이사의 명예로운 자진사퇴를 촉구한다. 학자로서 양심, 장로로서 신념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내일(18일)부터는 대전에 위치한 김 이사의 집 근처에 김 이사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피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목원대 등 대학가에서도 선전전을 준비하고 있다. 21일 목요일에는 지역MBC 17개지부가 오후 3시에 결의대회, 오후 6시30분에 돌마고 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결의대회를 마치고는 대전 전역에 김 이사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전단지를 붙이려고 한다. 김 이사가 퇴진하지 않으면 다음 주에도 교회 앞을 찾아갈 거다.”

그간 노조에서 김 이사에게 스스로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만 김 이사는 노조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인간적인 배신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이 지부장은 전했다. 정수장학회 출신인 김 이사의 말은 구여권 인사, 현재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 MBC 경영진 등과 자신이 한 몸임을 시인하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편, MBC 간부인 박상후 시사제작국 부국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노조가 방문진 김원배 이사님 다니시는 교회에까지 가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김이사님이 악마들에 굴하지 않도록 기도해주십시오”라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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