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게 퇴진 요구를 받고있는 박정훈 SBS 사장이 노조에 대화를 제안하고, 대주주 윤세영 회장이 사임의 뜻을 밝히게 된 경위에 대해 해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는 지난 14일 대주주의 방송사유화에 SBS가 동원됐다며 박 사장을 비롯해 전·현직 SBS 사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사장은 이날 오후 사내 담화문을 통해 “최근 노조는 노보, 성명서를 통해 일방적인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며 “노조는 회장님이 노조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인 퇴임 발표를 했다며 비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사장에 따르면 윤 회장이 사임을 발표하기 전날인 10일 밤, 윤창현 본부장이 박 사장에게 다음날(11일) 오전에 윤 회장-윤 본부장 미팅을 건의했다. 하지만 윤 회장은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한 마당에 사전 미팅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퇴임사로 대신하겠다고 했고, 이후 윤석민 부회장과 노조사무실에 찾아가 윤 본부장과 허심탄회한 소회를 30여분 나누고 떠난 것이라고 박 사장은 해명했다.

윤 본부장에 따르면 이 대화에서 윤 본부장은 완전한 소유-경영 분리를 위해 SBS 이사임면권을 내려놓으라고 주장했지만 대주주 일가는 그러지 않겠다고 맞섰다.

박 사장은 “그런데도 노조는 이미 SBS를 떠난 대주주를 향해 복귀 전례를 거론하며 ‘눈속임’, ‘꼼수’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회장님은 벌써 미수를 바라보는 고령이고 과거와 달리 SBS에 있는 회장, 부회장 집무실도 모두 없애기로 했고 ‘SBS 8뉴스’를 통해 회장, 부회장의 퇴임을 만천하에 공표까지 했다”고 했다.

▲ 박정훈 SBS 대표이사 사장. 사진=SBS
▲ 박정훈 SBS 대표이사 사장. 사진=SBS

박 사장은 “과거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엔 시청자와 약속을 한 것”이라며 “대국민 약속까지 저버리고 다시 복귀한다면 요즘 세상에 누가 그 리더십을 인정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런데도 노조가 대국민 약속도, 대주주의 진정성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노조가 제안한 ‘대주주가 이사임면권을 내려놓고, 노조나 시민단체 등이 참여할 수 있는 사장추천제를 하자’는 의견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박 사장은 “이론은 있겠지만 사장추천제를 이미 도입한 타 방송사의 사례에서 보듯이 외부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영방송 SBS를 정치판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방송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해칠 우려가 매우 큰 제안”이라고 주장했다.

SBS본부는 윤세영-윤석민 부자, 박정훈 SBS 대표이사 등 관련자 10여명을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태영건설이 사업을 위해 SBS를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SBS에 부당한 손해를 끼쳤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에 박 사장은 “누구나 잘못이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고발여부와 상관없이 노사가 모여 회사의 미래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모든 걸 열어 놓고 대화할 것을 노조에 제안한다”고 했다. 

법적 다툼을 막으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SBS본부는 대화 제안에 당분간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 사장은 방송독립성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는 “저는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노조위원장한테 뿐 아니라 이미 여러 차례 밝혀 왔다”며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일부 연예인들에 대한 과거 정권의 부당한 퇴출요구를 그런 마음으로 단호히 거부했고, ‘그것이 알고 싶다’ 등 권력과 비리를 감시하는 제작 프로그램들을 총괄하면서도 사직할 각오로 부당한 압력에 단 한 번도 굴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SBS 구성원들에게도 사과했다. 박 사장은 “지금 무엇보다 마음 아픈 것은, 이 와중에도 공정한 보도와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밤잠을 설쳐가며 헌신하는 SBS의 진정한 주인들이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점에 대해 사장으로서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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