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당일 세월호의 위치와 항로를 밝혀줄 열쇠로 꼽혔던, GPS플로터(위성항법장치)가 복원됐다.

차량용 블랙박스들이 선체 내부의 흔들림과 침수항태 등을 보여줄 기록이라면, GPS플로터는 세월호 자체의 항적기록을 보여주는 핵심 증거로 꼽혀왔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최근 GPS 플로터 복원에 성공했고, 1차적인 분석작업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오늘이 선조위로부터 입수한 GPS플로터 복원데이터에 따르면, 이 GPS플로터엔 세월호의 최종 항적 위치가 남아 있었다. 이렇게 GPS플로터에 최종 항적만 남는 경우는, 장비 전원을 고의로 끄거나 우연히 GPS가 고장나는 경우 뿐이라는 게 해당 GPS플로터 업체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GPS플로터의 전원이 차단된 위치가 예상을 크게 빗나가고 있다. GPS플로터의 최종 항적은 맹골수도(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에 진입하기 전으로, 세월호가 급변침을 시작한 지점(병풍도 우측)보다 20여킬로미터나 북방이다.

▲ ‘GPS플로터 복원데이터 확인 결과 보고’ 중 GPS 최종 수신 위치.
▲ GPS플로터 복원데이터 중 GPS 최종 수신 위치.

지금껏 밝혀진 바에 따르면 세월호는 맹골수로를 완전히 빠져나온 후(8시35분경)에도 13분가량 더 항해를 한 후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세월호의 GPS플로터는 맹골수로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전원이 차단된 것이다. 검찰 진술에 비춰보면 이준석 선장이 박한결 3등항해사에게 지휘를 맡기고 조타실을 나가 선장실로 이동하기 직전 시간이다.

복원된 GPS플로터엔 날짜 및 시간 정보가 없고, 화면상엔 초기화값(null value)만 남아 있다. 항적 저장 기능도 ‘OFF’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플로터에 나온 최종 위치는 침몰 당일인 2014년 4월16일로 특정할 수 있는데, 이는 세월호가 전날 인천에서 출항할 당시 플로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16일 당일 아침 6시경 작동 중인 플로터 화면을 촬영한 사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플로터가 정상 작동 중에 꺼진 경우 최종 항적 데이타만 남게 된다. 

선조위는 플로터상의 최종위치를 정부 항적도상의 위치와 비교해 8시 4분경으로 추정했다.

세월호의 GPS플로터가 급변침 40여분을 앞두고 우연히 고장난 게 아니라면, GPS 플로터의 전원이 차단된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누군가 장비 전원을 껐을 가능성이다. 항적 저장 기능도 이 때 ‘OFF’ 상태로 지워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과 GPS플로터 분석작업을 함께 한 선체조사전문가는 “브릿지(조타실)에 있는 GPS플로터를 꺼서 3층 안내데스크 쪽엔 안 보이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세월호의 GPS플로터는 3층 중앙로비에서도 화면을 볼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조타실의 GPS플로터와 3층 중앙로비의 플로터 화면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돼 있는지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두번째 가능성은 세월호에 8시 4분경 혹은 그 이전에 모종의 사고가 발생하면서 플로터가 꺼졌을 가능성이다. 미디어오늘은 세월호가 발전기 전체(1,2,3호기) 가동시 압력이 저하하며 발전기와 엔진이 급정지 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고, 청해진해운이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수개월간 배를 운항했던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참고기사1: 세월호, 원인불명의 엔진 고장 상태로 출항, 참고기사2: 세월호 참사 2주전, 두차례 엔진고장 사고 있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지난 5월 10일 조타실 수색 과정에서 GPS플로터를 발견해 복원 및 분석 작업을 시행해왔다. GPS 플로터는 인공위성이 보낸 신호를 전자해도에 입력해 선박의 정확한 위치를 표시하는 선박용 위성항법장치로, 오차는 5미터 이내다.

▲ 단원고 희생 학생이 2014년 4월16일 아침 6시50분에 촬영한 플로터 화면 사진이다. 이 사진을 통해 복원된 플로터 항적이 16일의 최종 항적임이 확인된다.
▲ 단원고 희생 학생이 2014년 4월16일 아침 6시50분에 촬영한 플로터 화면 사진이다. 이 사진을 통해 복원된 플로터 항적이 16일의 최종 항적임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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