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이 파업 중인 KBS·MBC 노동자들을 만나 방송장악과 방송법 개정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눠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 한국당이 현재 공영방송 노동자들의 파업을 ‘문재인 정부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의 방송장악’이라고 공격하는 가운데 소속 의원이 당론과 온도차가 있는 소신을 드러낸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이은권 의원(대전 중구)은 15일 공영방송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을 청산하고 앞으로 이런 짓(법적으로 문제가 될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전적으로 인정한다”며 “김장겸 MBC 사장이든 누구든 잘못이 있고, 그게 진실이라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공영방송 사장 임기가 원칙적으로 보장돼있다는 입장을 내보이면서도 “노조에서 하는 것들도 국민이 볼 때 맞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럼 (나도) 찬성. 그렇게 갈 거고. 배지를 떼이더라도”라고 말했다. 의원직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겠다는 뜻이다.

▲ 15일 오전 대전 중구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이 의원이 KBS, MBC 노동자 등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다른시각 제공
▲ 15일 오전 대전 중구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이 의원이 KBS, MBC 노동자 등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다른시각 제공

이는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 KBS본부 대전충남지부와 시민단체, 일부 대전지역 기자들이 이날 오전 이 의원실에 방문해 나눈 대화중에 나온 말이다. 이들은 지난 13일 한국당 대전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을 ‘공영방송 정상화를 가로막는 언론적폐 비호세력’으로 규정하고 항의의 뜻을 이 의원에게 전달하려고 15일 의원실을 찾은 것이다.

이 의원은 “항의방문이라고 해서 좀 언짢았다”며 “난 언론노조에서 활동하는 것은 뭐라 할 생각 없고, 부탁하고 싶은 것은 현 정부와 과거정부가 니탓 내탓 공방하면서 방송정상화 얘기 하는데(이게 문제)”라고 말했다. 노조에 대해서는 “진정성 가지고 해달라는 게 뭐냐면 노조에서도 다른 목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렇게 비쳐서도 안 되고”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언론노조가 파업을 특정 목적으로 이용해선 안 되고, 이번 기회를 통해 공영방송이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 의원은 “지금 방송법 문제가 과방위의 뜨거운 감자”라며 “여야를 따지지 말고 어떤 방법이 옳은지, 공정방송을 보장하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를 떠나서 생각하자”며 “(방송법 개정안 내용 중) 이사 숫자를 늘려야 할 이유가 뭔지를 (노조에서)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치권에서 이사를 추천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방송법 개정안을) 정치 쟁점화 할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올라간 방송법 개정안은 특정 정치세력이 공영방송을 장악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공영방송 경영진 선출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개정안이 차선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의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서로 방송 이용한다고 하지 말고 방송 공정성 독립성 보장할 방법을 고민해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15일 오전 대전 중구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이 의원이 KBS, MBC 노동자 등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MBC본부 대전지부 제공
▲ 15일 오전 대전 중구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이 의원이 KBS, MBC 노동자 등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MBC본부 대전지부 제공

이 의원은 “나는 이은권이 국회의원으로 잘못한 것은 없나 소홀히 한 것은 없나, 여러분은 공영방송 언론인으로서 놓친 것은 없나 하고, 생각하는 시간 됐으면 좋겠다”며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언론이 사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한신 MBC본부 대전지부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다른 지역이었다면 한국당 의원들이 만나주지도 않았을 텐데 이 의원은 우리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다르다”며 “공영방송 사장 퇴진과 방송법에 대한 의견도 당론이랑 차이를 보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한국당은 최근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 의원 탈당문제, 박근혜씨 출당 문제 등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이에 이 의원은 “‘친박’에 대해서 과감하게 국민들이 원하면 정리해야 된다고 본다”며 “의원이 몇 명이 남든지 간에 신뢰받기 위해서는 거듭나고, 이에 대해 아픔을 가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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