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감시‧비판‧견제는 언론의 본질적 사명이므로, 언론인이 취재를 위하여 국가기관에 출입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바, 건조물침입죄가 아니다.”

몰래카메라를 사용해 구치소를 촬영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담당 PD와 촬영 감독에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3일 오전 1심 선고 공판에서 최민철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와 박성호 촬영감독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와 ‘건조물 침입’ 혐의 모두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5년 8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촬영 중 보이스 피싱 사건을 취재하면서 몰래카메라를 가지고 교도소를 출입했다. 이들은 교도소에 수용된 이 아무개 씨를 접견하고 이씨의 말을 녹음했다. 하지만 해당 촬영 분량은 방송에 나가지 않았다. 교정당국은 이들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와 ‘건조물 침입’ 죄목을 적용했고, 검찰은 7월10일 담당 PD에게는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촬영감독에는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구형했다.

(관련 기사: “취재진 신분 밝혔으면 구치소 촬영 허가 했겠나”)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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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에서 고려된 요소는 △촬영자 신분을 속이고 접견신청서에 ‘지인’이라고 적고 구치소 수용자와의 접견을 허가받은 것이 ‘위계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촬영 장비가 구치소 반입 금지 물품에 포함되는지 △구치소 내에서 촬영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되는지 △구치소에 들어간 것이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하는 지 여부다.

법원은 △담당PD와 촬영감독이 수용자의 ‘지인’으로 접견신청서를 쓰고 접견을 허가받은 것은 교도관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 보기 어렵고 △촬영용품이 형집행법 제92조의 ‘금지 물품’에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금지 물품이라고 볼 수 없으며 △구치소에서 촬영을 한 점도 교도관의 직무를 방해했다고 볼 증거가 없으며 △언론은 국가기관에 대한 감시가 사명이므로 교도소 출입이 건조물침입죄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한국PD연합회는 13일 성명을 통해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한국PD연합회는 “애초에 교정당국과 검찰의 기소 자체가 불합리했고, 교정당국의 권위주의적 행태와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 문제”라며 “그동안 교정당국은 방송사에서 정식으로 취재요청을 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거절해왔고, PD들은 완성도 있는 취재를 위해 부득이 몰래카메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PD연합회는 이 사건 외에도 몰래카메라로 촬영을 해 기소된 사건에 이 같은 판결 방향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외에도 △MBC ‘리얼스토리 눈: 두 여자는 왜 1인 8역에 속았나’ 편과 ‘시흥 아내 살인사건’ 편 외주 PD 4인 △MBC ‘리얼스토리 눈: 환갑의 소매치기 엄마 왜 전과 14범이 되었나’ 편 외주 PD 2인 △SBS ‘궁금한이야기Y’ 외주 PD 3인에 대한 판결이 남아있다.

한국PD연합회는 “취재 절차를 문제 삼아 PD들의 정당한 취재 행위를 범죄로 다스린다면, 앞으로 방송언론이 추구해야 할 진실과 정의가 서야 할 곳은 없다”며 “검찰과 교정당국은 PD들에 대한 무더기 고발과 기소를 지금이라도 취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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