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현직 판사 증인을 두고 사상검증식 질문을 쏟아냈다. 언론은 정치적 편향성 문제를 제기해 김 후보자와의 연관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오현석 인천지법 판사가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오 판사는 “재판이 곧 정치라고 말해도 좋은 측면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렸다는 이유로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다. 김 후보자와 오 판사는 10여 년 전 같은 법원에서 근무한 것 외엔 같은 고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14일 한겨레 3면
▲ 14일 한겨레 3면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오 판사가 ‘판사 개개인의 고유한 세계관과 철학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쓴 글을 두고, 잘못을 인정하라고 다그쳤다. 장제원 의원은 “원님재판, 인민재판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많은 법조인 선배들이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주광덕 의원은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는) 김 후보자를 두둔하거나 지원사격해주기 위해서 글을 쓴 것이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제기한다”며 “공교롭게도 오 판사가 (김 후보자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라고 지적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도 “보도될 것을 알고 정치적 목적으로 쓴 글 아니냐”고 말했다.

오 판사는 논란이 된 표현에 대해 “표현이 미흡했다고 생각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판사로서 현행법, 헌법과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고 당연해서 생략했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사실상 ‘사상검증’이라며 반발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직 판사가 증인으로 오면 ‘사상검증’이 될 것으로 우려했는데, 정말 청문회 취지와 상관없이 판사 개인의 글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게 하고 다짐을 받는 식의 질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본말전도”라고 항의했다.

김명수 후보자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299명, 참석 기준으로 15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21명, 정의당 및 새민중정당 의원 8명, 정세균 국회의장 등을 합하면 130명은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캐스팅보트는 국민의당이 쥐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가 지난 13일 국민의당 의원 40명 가운데 36명에게 찬반 여부를 확인한 결과 5명만 찬성 의사를 명확히 했고 응답자의 80%인 29명은 “판단 유보” 또는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2명은 인준 반대 의사를 굳혔다.

동아일보는 “보수야당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당 의원 중 20명이 추가로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당도 ‘뉴라이트·창조론 논란’ 박성진 부적격 동의, 자진 사퇴 압박

더불어민주당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묵인함에 따라 인사 강행을 둘러싼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 14일 경향신문 1면
▲ 14일 경향신문 1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업위)는 지난 13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보고서 채택 직전, 산자위 간사 홍익표 의원만을 남겨둔 채 상임위를 퇴장했다. 형식적으로는 표결에 불참했지만 여야가 참석한 가운데 부적격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는 모양새를 만든 것이다. 보고서에 ‘적격’ 견해를 넣자고 요구한 여당 의원도 아무도 없었다.

여당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부적격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2005년 7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 일어난 일이다. 경향신문은 “현 정부 들어 승격된 부처의 첫 장관 후보자이자, 내각의 마지막 퍼즐이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며 “그만큼 당·청관계에서도 주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풀이했다.

▲ 14일 조선일보
▲ 14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박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할 뜻을 밝히지 않으면서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면서 “지명 철회나 임명 강행 모두 청와대로선 부담되는 선택지”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 지명을 철회할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아닌 대통령의 지명 철회라는 결과”가 되며 “임명을 강행하면 박 후보자의 보수적 역사관을 문제 삼아온 지지층의 이탈 현상을 감수해야 하고, 당·청(黨·靑) 관계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는 임명 강행 및 포기 두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포기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물러나라'는 사인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분석했다.

자유한국당 ‘박근혜 지우기’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파면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비롯해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핵심 친박’ 인사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278일 만이다.

▲ 14일 동아일보
▲ 14일 동아일보 5면

혁신위원회는 지난 13일 제3차 혁신안을 발표해 “2016년 4월 총선 공천 실패로부터 2017년 5월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 박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며 “만약 자진 탈당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당헌·당규에 따른 출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계파 전횡으로부터 비롯된 국정 실패에 책임이 가장 무겁다”며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윤상현 의원을 포함한 친박 의원들에 대해선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 면죄부를 줬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혁신위 권고안대로 중지를 모아서 집행하는 시기를 10월 중순 정도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는 “2012년 이후 당의 최대 주주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절연(絶緣)을 공식화한 것”이라며 “홍준표 대표는 ‘박근혜 지우기’를 통해 탄핵으로 갈라졌던 보수 세력 통합의 주도권을 잡고, 내년 지방선거 대비에 돌입하겠다는 복안”이라고 분석했다.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지 6개월 여 만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없는 혁신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상황에 떠밀린 뒤늦은 결정인 데다, 바른정당과의 보수 통합을 겨냥한 정치공학적 의도가 작용한 것이어서 의미도 감동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풀이했다.

“검찰 수사 받는다 고생했다” 양지회에 골프장·콘도 회원 혜택 늘린 국정원

한겨레는 14일 1면 머리기사 “‘댓글 수사받느라 고생”’…국정원, 황당한 복지확대“에서 ”국가정보원이 최근 검찰 수사를 받는 전직 국정원 직원 모임 ‘양지회’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국정원이 운영하는 골프장·콘도 이용 혜택을 대폭 늘려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단독 보도했다.

▲ 14일 한겨레 1면
▲ 14일 한겨레 1면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검찰의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양지회 간부 등이 이용하는 국정원 정보대학원 내 골프장 이용 횟수를 1주일에 50회에서 90회로 늘렸”고 “양지회 회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콘도도 기존보다 2배 가까이 확대”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 측 관계자들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양지회 회원들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자 국정원에서 ‘수사받는다고 고생한다’는 격려 취지로 혜택을 늘려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온라인 댓글부대’ 활동을 둘러싼 국정원과 양지회의 관계는 ‘범죄 공모’ 수준의 유착관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는 “2011년 4월 이아무개 양지회장은 전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원의 ‘안보정세설명회’에서 사이버 심리전 활동을 구체적으로 보고한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다”며 “당시 양지회장이 준비한 ‘말씀자료’에는 “사이버동호회 150명 회원들이 다음 아고라를 비롯한 비판 성향 사이트에서 활동했다. 국정원 심리전단과 긴밀한 협의하에 이뤄지는 사항으로 향후 활동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까지 보고됐다. 이와 더불어 검찰은 양지회 관계자들로부터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이 2012년 4월 양지회장과 노아무개 기획실장을 만나 고생했다며 500만원이 담긴 봉투를 전달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는 14일 아침 전국단위 주요종합일간지 1면 머릿기사 헤드라인이다.
경향신문 "‘박성진 부적격’…여당도 버렸다"
국민일보 "[투데이 포커스] 인사, 참사… 박성진도 ‘낙마’ 직전"
동아일보 "[단독]다주택자 만기 15년 넘는 대출 못받는다"
서울신문 "여야 ‘박성진 퇴짜’ 文정부 인사 시련"
세계일보 "국회 “박성진 부적격”… 공은 靑으로"
조선일보 "일자리 정부, 떨어진 '일자리 성적'"
중앙일보 "역사교과서인가 정권교과서인가"
한겨레 "[단독] “댓글 수사받느라 고생”…국정원, 황당한 복지확대"
한국일보 "오욕의 기무부대, 손발 자르는 개혁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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