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MBC 총파업이 10일차를 맞은 가운데 이명박정부 국가정보원이 방송사 출연금지 블랙리스트로 솎아냈던 것으로 확인된 김제동씨가 MBC파업 지지에 나섰다.

김제동씨는 13일 오전 상암동 MBC에서 열린 파업 집회에 등장해 “제가 겪은 일은 여러분이 겪은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한 뒤 MBC에서 드러난 사내 블랙리스트를 염두 한 듯 “훨씬 더 많은 고초를 겪었던 분들이 주목을 받아야 한다”며 “옆 사람을 위해 박수를 쳐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MB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제동씨는 블랙리스트 작성 세력을 가리켜 “저 사람들은 실패했다. 우리가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이 내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사회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VIP가 걱정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면서 “지난 9년 간 시민으로써 불행했지만 코미디언으로서는 행복한 시절을 살았다”며 지난날을 회상하기도 했다.

▲ 방송인 김제동씨가 13일 상암동 MBC 파업현장을 찾은 모습. ⓒ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 방송인 김제동씨가 13일 상암동 MBC 파업현장을 찾은 모습. ⓒ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김제동씨는 이명박정부 시절 정부 비판 발언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대표적 소셜테이너다. 지난 11일 공개된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적폐청산TF 조사결과에 따르면 원세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은 청와대와 교감하며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퇴출 압박 활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공개된 국정원 내 ‘좌파연예인 대응 TF’의 회의·활동 보고 자료 가운데 ‘2010년 4월:○○○ 출연 MBC ‘환상의 짝꿍’ 폐지 유도’는 김씨를 겨냥한 대목이다. 김씨는 2009년 <스타 골든벨>을 시작으로 많은 프로그램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하차했다.

김씨는 과거 어느 기자가 ‘너는 왜 정치 얘기를 하냐’고 물어 ‘나한테 얘기하지 말고 정치인들에게 가서 코미디 그만하라고 해라. 내 직업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언급하며 “저는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것이 없다.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았다.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웃기는 건 웃기다고 얘기하며 살고 싶다”며 소회를 밝혔다.

김씨는 파업 중인 MBC 구성원들을 향해 “MBC는 김장겸씨 것이 아니다. 김장겸씨는 전세 사는 사람이다. 집주인은 당신들이다”라고 강조했으며 “여러분은 지금 진짜 멋진 일을 하고 있다”며 “사람들의 눈을 대신해 마이크를 들어 달라”고 파업 승리를 당부했다.

▲ 13일 상암동 MBC 파업현장. ⓒ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 13일 상암동 MBC 파업현장. ⓒ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 13일 상암동 MBC 파업현장을 찾은 주진우 기자(왼쪽)와 김제동씨. ⓒ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 13일 상암동 MBC 파업현장을 찾은 주진우 기자(왼쪽)와 김제동씨. ⓒ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이날 김씨와 함께 MBC파업 지지방문에 나선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제가 아는 MBC 선배들 중에 상암동에 출근하는 분이 없었다. 저를 만나려면 두 블록 떨어진 곳에서 만났다. 훌륭했던 기자 PD 아나운서 작가들이 모두 사라지고 망가졌다”고 안타까워 한 뒤 2006년 시사저널 파업사태 당시를 회상하며 “김장겸은 김재철보다 교활하다. 이 싸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동력이 떨어질수록 여유를 가지고 놀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진우 기자는 이명박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와 관련, “블랙리스트를 이명박이나 국정원이 위에서 정했다면 집행하고 실행한 사람들은 MBC구성원들이었다.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합원들은 2011년 당시 일명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을 만들었던 MBC 사태를 언급한 12일자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단체 시청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4일 오전 MBC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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