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순서/김장겸 투쟁기①] 김장겸 사장과의 인연은 소송으로 시작됐다

소속과 이름을 밝힌 취재기자를 공영방송사 보도국장이 무단침입으로 고소한 것은 사상초유의 일이다. 당시 언론시민단체와 언론학계, 법조계 일각에서 이 사건에 보인 반응을 미디어오늘이 보도했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언론사에서 언론을 취재하는 기자를 주거침입죄로 고소한 사례는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처음 있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MBC는 일반 사기업이 아니다. 공영방송사라면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줘야 하는 사회적 책무가 있다. 더군다나 미디어오늘 기자가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다. 취재를 거부하면 될 문제를 부적절하게 대응한 것이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인터뷰 대상자들이 MBC기자들을 주거침입죄로 고소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신인수 변호사)

“MBC가 정당한 취재목적으로 취재원을 만나러갔을 때 똑같이 고소를 당하면 어떤 생각이 들지 반문해보기 바란다. 미디어오늘의 취재원은 당연히 언론사 관계자들이다. MBC가 아무리 미디어오늘에 반감이 있더라도 다른 해결방식이 있었을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당시 한국언론정보학회장)

“언론사가 언론자유를 침해한 사건으로, 대한민국의 망가진 언론환경이 눈으로 차마 볼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고발 결정과정에 참여한 MBC간부들 수준이 현재 MBC ‘뉴스데스크’ 수준이다.” (강성남 당시 언론노조 위원장)

“기자가 불편했다면 취재를 거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취재를 위해 방문한 기자를 무단침입과 업무방해로까지 형사고발까지 한 것은 언론사가 법을 악용해 스스로 언론자유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다. MBC의 고발은 언론기관이 스스로 언론자유를 부정하고 탄압하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망동이자, 취재대상이 ‘사전허가’해 주지 않는 한 MBC는 일절 취재하지 않겠다는 반언론적 ‘언론포기선언’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성명)

미디어오늘 기자에 이어 팟캐스트 방송까지 고소한 ‘김 사장’과 MBC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MBC와 ‘김장겸 사장’(당시 보도국장)의 취재기자 고소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고소 사건’이 알려진 직후 서울 여의도에서 다른 방송사 간부를 만날 일이 있었는데 이 간부가 ‘김 사장’과 MBC를 비난했을 정도였다. 해당 간부는 보수 색채가 강한 인물이었지만 이런 ‘보수주의자’마저도 MBC와 ‘김 사장’ 행태를 비판했다. 그만큼 독특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김 사장’과 MBC 소송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나는 김용민 시사평론가(당시 국민TV PD)와 ‘미디어토크’라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한 주간의 미디어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인데 팟캐스트 최초 미디어비평을 표방했다. 팟캐스트로 출발했지만 국민TV 출범과 함께 2013년 국민TV 정규 프로그램에도 편성됐다.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미디어토크’ 애청자분들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정통 미디어비평보다는 코믹과 풍자가 섞인 콘셉트를 지향했다. 팟캐스트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미디어비평이라는 무거운 이슈를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한 차원이었다. 김용민 PD와 나는 ‘진지함’보다는 예능과 미디어비평을 결합한 형태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일치를 봤고, 풍자와 해학을 최대한 살리는 ‘B급 미디어비평’을 추구하기로 했다. JTBC ‘썰전’이 예능과 시사를 적절히 접목해 주목받은 것처럼 ‘미디어토크’ 역시 그쪽에 비중을 뒀다.

하지만 ‘정통이든 B급이든’ 미디어비평은 비판받는 사람 입장에선 불편한 것이었다. ‘김 사장’(당시 보도국장)의 취재기자 추방(?) 건은 고소와는 별개로 미디어비평지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주제였다. 마찬가지로 한 주간 미디어이슈를 다루는 ‘미디어토크’에서도 당연히 짚고 가야할 사안이었다. 2013년 6월28일 업데이트 된 ‘미디어토크’ 13화에서 관련 내용을 다뤘다. △취재기자에 대한 MBC측 대응이 적절했는가 △‘김 사장’은 공영방송 보도국장 자격이 있는가 △MBC는 ‘정상적인 소통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김 사장’ 리더십에는 문제가 없나 등에 대해 토크를 진행했다.

과분하게도 ‘미디어토크’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김장겸 사장편’은 특히 더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 같다. 취재기자에 대한 공영방송 보도국장의 이례적인(!) 대응이 원인이 됐지만 ‘김 사장’과 관련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공개한 점도 주목을 끈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미디어토크’ 13화 제목에서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빌게이츠 사망 대오보 김장겸 작품.”

그랬다. ‘희대의 오보’로 기록됐던 ‘빌게이츠 사망 오보’는 ‘김 사장’이 과거 국제부 차장으로 있을 때 발생한 일이었다. 몇몇 MBC관계자로부터 ‘그 사실’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미 지난 일이라 기사로는 쓰지 못했다. 하지만 △취재기자에 대한 ‘김 사장’의 이례적 대응 △MBC 내부에서 제기되는 보도편향성 논란 등이 계속 제기되면서 ‘희대의 오보’가 가볍게 생각되지 않았다. ‘김 사장 리더십’은 물론 ‘공영방송 보도국장 자격론’ 등과 충분히 결합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개했다. ‘미디어토크’ 취지에 맞게 ‘코믹과 예능’을 결합한 형태로.

‘빌게이츠 사망 오보’ - ‘김 사장’이 MBC 국제부 차장으로 있을 때 발생한 사건

하지만 ‘김 사장’과 MBC는 1억2천만 원이라는 억대 소송으로 대응했다. 거대 방송사와 보도국장이 일개(?) 팟캐스트에 억대 소송을 제기하는 그 자체에 일단 놀랐지만 더 놀란 건 ‘빌 게이츠 오보 사건’에 대한 ‘김 사장’의 반응이었다. 본인은 당시 데스크 업무를 수행했을 뿐 취재기자는 따로 있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것. 그래서 ‘미디어토크’가 허위방송을 했다는 것이었다. 데스크였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 나도 데스크를 여러 번 맡았고, 여러 데스크를 취재하고 인터뷰도 해봤지만 ‘이런 식의 반응’은 처음이었다. 당시 ‘김 사장’과 MBC측 소장에 언급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시 원고 김장겸은 보도국 국제부 차장으로서 차장으로서의 직책상 국제부 소관뉴스의 데스킹 업무를 담당하였던 것뿐이고, 실제로 위와 같은 내용을 보도한 기자는 원고 회사 보도국 정치부 기자였던 소외 김 모 기자였습니다 … 위와 같은 오보의 책임과 관련하여 위 원고 회사는 2003. 5. 22 위 기사를 취재한 소외 김모 기자에게 ‘주의각서’의 징계를, 위 원고 김장겸에게는 데스킹 업무 소홀(관리책임)을 이유로 ‘구두경고’ 조치를 각 부과하였습니다.”

본인들이 제기한 소장에 이렇게 언급을 해놓고 ‘김 사장’은 본인 책임이 아니라 ‘후배 기자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참고로 당시 ‘빌 게이츠 사망 오보’는 기자의 별도 리포트가 아니라 자막과 함께 긴급속보 형태로 전해졌다. 내가 가진 상식으로는 이런 식의 긴급 속보는 취재기자보다 데스크 결정이 더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김 사장’은 ‘후배기자 책임론’을 강조했다.

흠 … 정말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분이군.’ 당시 그런 생각을 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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