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SBS 회장이 지난 11일 SBS 회장직과 SBS 지주회사인 SBS 미디어홀딩스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아들인 윤석민 SBS 이사회 의장에 대해서도 SBS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SBS콘텐츠허브와 SBS플러스의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모두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SBS는 얼마나 달라질까.

윤 회장은 ‘소유-경영 완전 분리’를 선언했지만 즉각 노동조합은 “눈속임”이라며 “변한 게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는 윤 회장 부자가 여전히 SBS의 대주주 SBS미디어홀딩스가 갖고 있는 이사임면권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BS 지배구조를 보면 윤석민 의장이 태영건설 지분 약 27%를 소유하고 있고, 태영건설은 SBS미디어홀딩스 지분 61.2%를 소유해 SBS, SBS콘텐츠허브, SBS플러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SBS미디어홀딩스가 이사임면권을 내려놓지 않는 한 윤 회장 일가의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회장이 노동조합 사무실에 와서도 이사임면권은 내려놓지 않겠다고 하고 갔다”고 말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윤석민 의장이 비상임이사로 있겠다고 했다”며 “오히려 비상임이사면 필요할 때만 들어오면서도 경영·인사 등을 좌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촛불집회 국면처럼 보도에 있어 정치성향 차이는 보일 수 있지만 대주주로부터 보도국이 공정성을 지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누가 들어오든 임면권을 대주주가 가지고 있는 한 윤 회장 일가가 SBS 개입할 수 있는 통로는 여전히 열려있다.

대주주가 SBS에 개입하는 한 SBS는 머지않아 대주주 이해관계에 따라 다시 흔들릴 수 있다. SBS는 콘텐츠 판매시장, 중간광고도입 등 수익확보를 위해 정권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 정권 당시 ‘정부입맛에 맞는 보도를 해주면서 중간광고를 도입하자’는 논리가 보도국 내부를 지배했다고 한다. 하지만 끝내 중간광고는 도입되지 않았다.

윤 회장 일가 개입 여전히 가능…정권 눈치 볼 가능성 여전해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게 SBS가 앞으로도 정부로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언론계 예측이다. ‘4대강 비판보도 외압’ 논란에서도 보듯이 태영건설 역시 정부가 시행하는 국책사업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

윤 회장이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시점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윤 회장이 ‘박근혜 정부를 적극 도우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SBS본부 노조에 의해 폭로되고 6일 만에 사임을 선언했다. 전 정권과 밀접한 관계였다는 사실이 폭로된 상황에서 현 정권과 앞으로 5년을 함께해야 하는 민영방송 대주주에겐 선택권이 많지 않았다.

▲ 지난 2015년 5월20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윤세영 SBS 회장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15 개회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2015년 5월20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윤세영 SBS 회장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15 개회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권을 돕는 보도뿐 아니라 그간 정권으로 향했던 SBS인사들에 대한 비판 또한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SBS는 KBS나 MBC같이 정권이 강압적인 수단으로 장악한 것과 달리 소위 ‘알아서 기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새 정부에 선제적으로 우호적인 신호를 줄 필요가 있었다.

SBS 재허가도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SBS는 노무현 정권 당시 재허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지난 2004년 윤 회장은 재허가 취소 직전까지 갔다가 민영방송 지배주주 선정 조건으로 제시한 공익기부 ‘3년간 300억 원’을 약속했다. 당시 SBS노사는 참여연대 인사까지 포함하는 ‘SBS 민영방송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소유-경영 분리’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번 선언도 재허가를 감안한 정치적 결정일 가능성이 있다.

윤 회장의 소유-경영 분리 선언은 2011년에도 있었다. SBS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며 SBS회장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다. 윤 회장의 뒤를 이어 2011년 2월 하금열 당시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가 의장직에 올랐다. 그는 같은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실 실장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2011년 ‘SBS 명예회장’ 타이틀을 달며 물러난다던 윤 회장은 SBS 경영악화를 이유로 ‘명예’라는 글자를 떼면서 2015년 경영 전면에 나섰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대부분 민영방송이 그렇지만 민방 사주가 어떤 직위로든 이사회에 있으면 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SBS본부가 이번 윤 회장의 ‘소유-경영분리 선언’을 “재탕, 삼탕”이라고 꼬집은 배경이다.

당장 SBS의 겉모습은 윤 회장 사퇴 이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새로 오게 될까. SBS 홍보팀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이사회가 열려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누가 오든 SBS본부가 ‘리셋 SBS투쟁 결의문’에서 밝힌 대로 소유-경영의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인적, 제도적 분리를 위해선 미디어홀딩스의 이사임면권까지 대주주일가가 손을 떼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이와 관련 방통위가 올해 재허가 국면에서 행사하게 될 관리감독권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방통위가 지상파 민영방송 재허가 심사할 때 사측이 내는 자료와 사장의 답변으로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종사자들이 의견을 진술하거나 이번 보도개입과 같은 사태를 신고할 수 있는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2일 “방통위는 윤세영 회장이 ‘충정’을 가지고 해왔다던 보도개입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재허가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윤 회장 일가가 스리슬쩍 복귀하거나 이사임면권을 가지고 SBS를 좌지우지 할 수 없도록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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