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에 눈이 멀었던 MBN이 부실한 취재로 오보를 냈다.

MBN은 지난 1일 ‘[단독] 지상파 기자가 국정원 민간인 댓글팀 가담’이란 리포트에서 “국가정보원이 운영한 민간인 댓글부대 팀장 30명에 이어 또 다른 18명이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 그런데 추가 수사의뢰 된 내용 가운데 지상파 방송기자가 댓글 공작에 가담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MBN은 사정당국 관계자라는 익명의 코멘트를 통해 “당시 지상파의 중견 기자 가운데 한 명이 댓글팀에서 팀장급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으며 “해당 기자는 다른 댓글팀장의 소개로 국정원 댓글 공작에 합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MBN은 “지상파 기자가 국정원 공작에 가담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 뿐만 아니라, 한국 기자협회 윤리강령에도 위배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 9월1일자 MBN 보도화면 갈무리.
▲ 9월1일자 MBN 보도화면 갈무리.
수많은 언론이 MBN 보도를 인용하며 해당 지상파 기자가 누구인지 물음표를 달았다.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영향력 있는 지상파 소속 기자마저 대선에 개입, 여론조작에 나섰다는 의미로 이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에 그치지 않고 해당 방송사 보도 전반의 신뢰도까지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기사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오보였다.

한겨레는 3일자 단독기사 ‘국정원 댓글 민간팀장에 유명교수·롯데임원·아나운서도’에서 “국정원이 지난 1일 검찰에 추가 수사 의뢰한 사이버외곽팀 민간인 팀장급 18명 중에는 지역MBC에서 2개월간 라디오 프리랜서 진행자로 활동했던 이아무개 아나운서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 아나운서 역시 서경덕 교수와 비슷한 기간인 2011년 9월부터 수개월간 사이버심리전 활동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듬해 한 정당에 잠시 소속돼 있다가 현재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추가된 팀장급 명단에는 이 아나운서 외에 방송사 직원이나 기자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다만 2011년 창간한 온라인 매체 소속 기자가 1명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MBN에서 지목한 지상파 중견 기자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이씨는 이번 수사의뢰건과 관련해 미디어오늘에 “나는 MB정부 때 뉴미디어담당 계약직원으로 경찰청에서 근무했다”며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해당 지역MBC 관계자에 따르면 이씨는 여러 방송사에서 프리랜서 라디오 진행자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군소정당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결국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수사 의뢰 건을 두고 MBN이 ‘지상파 중견 기자’로 왜곡해 보도한 셈이다. MBN이 해당 ‘지상파 중견 기자’를 찾아 반론을 받으려는 노력만 했더라면 오보를 막을 수 있었다. 

지난 1일자 MBN 단독 리포트는 11일 현재 온라인에서 삭제됐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리포트를 작성한 한아무개 기자의 이메일을 통해 기사가 삭제된 경위를 물었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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