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투쟁기’를 쓰기로 했다. 김장겸 MBC사장이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출석하는 장면이 계기가 됐다. ‘김 사장’은 ‘보도국장 김장겸’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쓴다. 기록해야 하니까. 지난 5일 포토라인에 선 ‘김 사장’, 이렇게 말했다. “취임 6개월 밖에 안 된 사장이 정권의 편인, 사실상 무소불위의 언론노조를 상대로 무슨 부당노동행위를 했겠느냐. 당당히 조사받고 가겠다.” 발언에 대한 찬성여부를 떠나 ‘당당’하다. 일부에선 뻔뻔하다고 하지만 어쨌든 포스작렬! 인정한다. 역시 ‘김 사장’이다.

많은 이들이 ‘김 사장’을 안다. 언론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명인이 됐다. 그런데 ‘김 사장’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전부터 나와 미디어오늘은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자신을 비판하는 기자와 매체를 상대하는 방법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김 사장’과의 인연도 오래됐다. 조금은 특별한 인연이다. 소송으로 맺은 인연이니까. 이거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제대로 인사 한번 한 적 없는데 어느 날 책상 앞에 놓인 ‘억대 소송문서’를 계기로 지금까지 질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 쓰게 될 글은 그 인연을 ‘투쟁기적 관점’에서 정리한 글이다. 많은 분들의 열독 부탁드린다.

MBC 출입기자를 ‘무단침입’으로 고소한 공영방송 보도국장

내가 ‘김 사장’을 본격적으로 주목한 건 2013년 6월 말경이었다. 2012년 대선 당시 MBC 정치부장으로 있으면서 보도 공정성을 두고 ‘이런 저런’ 논란이 제기됐지만 별다르게 주목하진 않았다. 그렇게 ‘존재감 있는 인물’이 아니었던 데다 ‘향후 MBC사장을 맡을 유력 후보’라는 생각 자체를 안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 많이 반성하고 있다.)

당시 나는 미디어오늘에서 미디어문화부장이란 직책을 맡고 있었는데 어느 날 MBC를 담당하고 있던 후배기자가 아침보고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노조에서 민실위 보고서를 냈는데 보도국장 얘기를 직접 들어봐야겠어요. 전화하면 잘 받지도 않아서. MBC로 가서 직접 얼굴보고 인사도 하고 의견도 들어볼 겸 갔다 오겠습니다.”


▲ 지난 2012년 12월4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입구에서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이 대선TV토론 참석을 위해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2012년 12월4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입구에서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이 대선TV토론 참석을 위해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후배기자가 언급한 민실위 보고서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본부)가 발행하는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고서’를 말한다. 현재 ‘김장겸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가 MBC본부다. MBC본부가 발행하는 민실위 보고서는 미디어오늘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MBC본부 조합원 소속인 기자가 자사 보도 문제점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모니터 한 다음 보고서를 낸다. 미디어오늘 입장에선 좋은 자료다. MBC 내부비판과 자정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민실위 보고서는 특성상 내부비판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그게 민실위의 역할이다. 그거 하라고 만든 조직이 민실위다. 그러니까 민실위가 내부비판을 제대로 안하면 직무유기에 가깝다. 민실위 보고서가 나오면 언론은 그 자체를 인용해서 보도한다. 하지만 당시 MBC를 담당했던 후배기자는 보도국장의 반론과 해명을 듣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반론과 해명을 듣겠다는 후배를 제지할 부장은 없다. 가라고 했다. 미디어오늘이 당시 편향성 논란이 제기됐던 일부 MBC보도를 비판하기는 했지만 보도책임자 반론을 듣겠다고 찾아간 기자를 문전박대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어디를 들어오냐” “경비를 부르겠다”고 말한 김장겸 보도국장

취재차 MBC 보도국장실을 방문했던 후배기자는 소속(미디어오늘)과 이름을 밝히자 ‘김 사장’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어디를 들어오냐” “경비를 부르겠다.” 소란이 벌어지자 당시 여직원이 들어와 자신을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는 게 후배기자의 전언이다. “미디어오늘 기자는 언론사 편집국에 들어가 취재한다”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김장겸 MBC 사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김장겸 MBC 사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후배기자는 그날 부장인 나에게 당시 상황을 보고했다. ‘정식으로 인사도 하고, 반론 들으려갔는데 문전박대 당했다’는 하소연도 했다. 공영방송사 보도국장이 소속과 이름을 밝힌 취재기자에게 “경비를 부르겠다”며 국장실 밖으로 내치다니…? 물론 사전 약속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취재에 응하지 않을 수는 있다. 내 경험을 돌이켜보면 이럴 경우 통상 ‘지금은 바쁘니까 조금 후에 오라’든가 ‘나중에 통화를 하자’고 했던 것 같다. 매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취재에 응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간부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를 들어오냐” “경비를 부르겠다”고 한 언론사 간부는 ‘김 사장’이 처음이었다. “참 독특하다”고 여겼고, 앞으로 주목해서 ‘김장겸 보도국장의 MBC뉴스’를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정리하고 이 사안은 해프닝으로 끝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역시 오산이었다. MBC는 2013년 7월22일 ‘현주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미디어오늘 기자를 고소했다. 후배기자가 무단으로 MBC에 들어왔다는 이유였다. 나와 ‘김 사장’간 소송 인연이 본격화되는 전초전의 시작이었다.

(2부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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